대구고법, 문명고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효력정지 항고 ‘기각’

문명고 학생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입게될 '구체적 손해'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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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효력 정지에 대한 이영우 경북교육감의 항고를 기각했다.

2일 대구고등법원 제1행정부(부장판사 성수제)는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 처분 효력 정지를 결정한 제1심에 대한 경북교육감의 항고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명고 1학년 학부모들이 제기한 본안 ‘연구학교 지정 처분 취소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문명고는 국정교과서로 수업할 수 없다.

법원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이 없다는 경북교육청 주장을 다음 4가지 구체적 손해를 이유로 반박했다.

  1.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교과서를 주교재로 수업받는 점

연구학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많은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하여 그 현장 적합성을 검증함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정교과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 등으로 문명고만이 유일하게 연구학교로 지정되었다. 국정교과서 서술 내용이나 방식에 오류가 있는지 여부나, 국정교과서가 올바른 역사관 정립에 적합한 내용으로 되어 있는지 논하기 이전에, 현장 적합성 등이 검증되지 않은 교과서로 수업받는 학생은 물론 학부모는 다른 학교의 학생, 학부모에 비하여 구체적인 불이익을 입을 우려가 크다.

2. 국정교과서 정책 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수업받는 심리적 불안감

누구나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교과서로 수업받길 기대하고, 그 기대감은 우리나라 교육현실에 비추어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국정교과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한국사 교과 과정에 적용이 논의되다가 첨예한 사회적 갈등으로 적용시기가 2018년경으로 늦춰졌다. 국회에서 폐기 여부 등이 논의되는 등 앞으로 국정교과서 정책이 유지될 것인지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다. 정책 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새로운 교육과정으로 수업이 진행돼 받게 될 심리적 또는 정신적 불안감이나 부담감은 교육의 특성에 비추어 그 자체로 불이익에 해당한다.

3. 다른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동일한 입시를 치러야 하는 점

우리나라 교육현실에 비추어 대학 입시 대비라는 현실적인 측면도 가볍게 볼 수 없다. 문명고 학생들은 대학 입시를 대비해는 입장에서 다른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다른 학교 학생들과 동일한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을 치러야 하는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이는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에서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4. 1~3 불이익은 회복하기 어렵고 금전으로 쉽게 보상할 수 없는 점

문명고 학생들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교과서로 한국사 수업을 받음으로써 앞서 본 바와 같은 불이익이 초래될 경우, 그 불이익 결과는 회복하기 어렵고 금전으로 쉽게 보상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피신청인(경북교육청) 주장처럼 검정교과서를 보조교재로 사용하여 수업을 진행한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법원은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검증하기 위한 유일한 연구학교마저 효력이 정지된다면 국가 교육청책에 장애가 생긴다는 경북교육청 주장도 모두 기각했다. 법원은 “국정교과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초 계획대로 하는 것이 중대한 공익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이 학교만을 연구학교로 지정하여 운영함으로써 과연 연구목적을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나아가 2018학년도부터 국정교과서를 교재로 채택하려 한 당초의 정책에 일부 차질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국정교과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대립하고 있고,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정교과서 적용을 당초 계획대로 하도록 하는 것이 중대한 공익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또, 법원은 ▲학교운영위원회 의결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여부 ▲연구학교 교원 동의율 관련 지침을 배제한 것 ▲누락된 학교장 직인을 사후에 보완한 것이 적법한지 여부 등이 본안 소송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들은 문명고 재학생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소식을 들은 지난 2월부터 학내 반대 집회에 꾸준히 참가했던 한 문명고 3학년생은 “우리가 맨 처음 시위할 때 ‘우리만 국정교과서를 쓰는 게 싫다’, ‘국정교과서로 수능칠 것도 아닌데 우리만 손해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었다”며 “이번 판결이 우리 생각을 딱 대변하는 것 같다. 1차 이긴 후에 검정교과서로 수업하니까 1학년들도 새 역사 선생님과 잘 지내고 있다. 이렇게 잘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명고는 역사 교사가 국정교과서 수업을 거부하면서 급하게 기간제 교사를 채용한 바 있다. 지난 3월 대구지방법원이 문명고 연구학교 효력정지를 결정함에 따라, 해당 교사는 검정교과서로 한국사 수업을 하고 있다. 항고 기각 결정에 따라 경북교육청은 대법원 상고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