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대구를 찾아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에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23일 오후 2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대구시 중구 계산동 한 카페에서 대구지역 역사학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조기석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당 위원장,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전 최고위원, 이병휴, 임병훈 경북대 사학과 명예교수, 김무진 계명대 사학과 교수, 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가 함께했다. 문 대표는 22일 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의 회동을 언급하며 “그분들의 역사 인식이 정말 상식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그분들의 역사 인식은 자기 말만 올바르며 다른 사람들은 비애국자라는 인식이다. 그런 사고가 바로 독재다. 거기에 광기까지 더해지면 파시즘이 되는거 아니냐”며 “야당이 반대하고 있지만 아무리 반대해도 정부가 확정고시하면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길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병휴 경북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교과서를 하나로 묶는 것은 사관을 통일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인식과 가치관을 하나로 묶겠다는 것인데 북한의 주체사상과 교과서를 하나로 묶는 행위가 얼마나 차이가 있느냐”며 “통제해서도 안 되고 통제될 수도 없는 것을 되도록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지금은 어느 한 분의 눈에 맞혀 모두가 움직이고 있지만, 그 분이 영원히 그 자리에 있으리라는 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임병훈 경북대 사학과 명예교수도 “역사학은 끊임없이 자기 삶을 살피고 가꿔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역사를 국정화하겠다는 것은 국민들의 생각과 실천을 국가가 통제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것은 일제 하 조선총독부나 유신체제에서나 있었던 일이다. 다양한 역사 서술에 대해 편향되었다며 바로잡자는 것은 그야말로 말장난이며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우리 삶을 얽어매고 있는 것들을 가리고 덮어 현실을 올바로 알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다. 유신체제 하에서 그랬듯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국정화를 추진한 사람들은 결국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과 실천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무진 계명대 사학과 교수는 “이 문제는 교육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통령이 원칙과 기준을 좋아하는데 어떠한 교육 원칙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충족하는가”라며 “역사는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 사실에 대해 역사적 판단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 역사 교육의 목적이다. 대한민국의 역사 교육 목적이 달라지기라도 했느냐”고 비판했다.
역사학자들의 날선 비판에 문재인 대표는 “정부가 확대고시를 한다고 해서 포기 하지 않겠다. 총선 때 이슈로 삼고, 우리 당이 승리해서 국정 교과서를 할 수 없는 입법 공약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겠다”며 “서울 광장에 검인정 교과서, 과거 국정 교과서, 교학사 교과서 등을 비교해 검토하는 역사체험관을 만들 생각이다. 버스에 체험관을 마련해 전국 순회하며 국민들께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역사 교과서 문제로 분란을 일으키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또 대통령은 국론을 분열시키지 말라고 덮어씌우니 억장이 무너진다”며 “정부가 문제 있다고 지적하는 지금 검인정 교과서 누가 만들었나. 박근혜 정부가 검인정 합격시켜준 것이다. 그러면 박근혜 정부가 책임지고 물러나야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표는 1시간여 동안 간담회를 마치고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국정 교과서 반대 서명전을 펼쳤다.
문 대표는 “다행히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아직도 대구는 찬성여론이 높다. 점점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아진다면 정부도 이 여론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구 시민들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에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23일 <한국갤럽>이 밝힌 전국 성인 1,010명에게 국정화 찬반 여론을 물은 결과에 따르면, 찬성 36%, 반대 47%, 입장 유보 17%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경북(찬성 43% 반대 38%),?부산·울산·경남(‘찬성 45% 반대 36%)이 반대보다 찬성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