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핵발전소, 국책사업이라 주민투표 못 하면 지방자치·민주주의 왜 하느냐”

    [인터뷰] 영덕핵발전소 주민투표 지지 단식농성 나선 이강석 영덕군의회 의장

    18:23

    정부는 2011년 영덕읍 석리·매정리·창포·노물리 일대에 원전 4기 건설하기로 했다. 반대하는 주민의 목소리는 커졌지만, 정부는 국가사업이라 강행하고 있다. 영덕군수도 정부 사업에 대한 적극적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다. 이에 영덕핵발전소 주민투표추진위원회는 11월 11~12일 양일간 천지 원전 건설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강석 영덕군의회 의장은 21일부터 영덕군청 앞에서 주민투표 성사를 위해 이희진 영덕군수가 나설 것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산업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영덕 천지 핵발전소 신규 건설 추진을 군민 의견에 물어야 한다는 찬반주민투표를 지지하기 위해서다.

    <뉴스민>은 단식 3일째인 이강석 의장을 만나 영덕군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강석 경북 영덕군의회 의장
    ▲핵발전소 주민 찬반투표 지지를 선언하며 영덕군청 앞 단식농성에 나선 이강석 경북 영덕군의회 의장

    정부는 원전 건설 사업이 국가사업이라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강석 의장은 “그럴거면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는 뭣 하러 하느냐”며 “군수는 군민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 게 본래 역할”이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또, 이희진 군수와 같은 새누리당 소속이라 주민투표 지지에 적극 나서기 주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의장은 “공천 때문에 군민 편에서 할 소리를 못 해서는 안 된다”며 “공천을 못 받더라도 군민 의견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의장은 “전기가 부족해 신규 원전이 필요하다면 정부가 직접 주민을 설득하고, 이후 필요한 송전탑 문제까지 계획을 세운 다음 추진해야 한다”면서 “지금 전기가 30%나 남아도는 상황에서 원전을 추진하는 것은 원전마피아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강석 의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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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진 군수가 주민투표에 대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시작하셨습니다. 3일째인데, 군수가 답변을 주었나요?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군수는 주민이 선택한 사람이다. 군의회 특위에서 여론조사를 했을 때, 56%가 원전에 반대했다. 이후 군청이 공무원 600명을 한수원에 보내 원전 찬성 쪽 의견을 듣도록 하고 난 다음 지역 신문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2.3%의 주민이 반대했다. 찬성이 30% 밖에 안 돼요. 군민들이 싫어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타난 거다. 그래서 군민들이 자체적으로 주민투표까지 이끌고 왔다. 그러면 군수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 원전업무 중단한다고 해놓고, 저소득층 정보를 (한수원에) 줘서 동장들 동원해 쌀 돌리고…군민들 편에 서서 주민투표 지지한다고 군수가 밝혀야 한다.

    이희진 군수와 같은 정당(새누리당) 소속입니다. 군수와 대립하는 모양새로 드러나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요.
    -군수나 군의원이나 국회의원이 공천한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군민의 뜻이다. 공천 때문에 할 소리 못해서는 안 된다. 다들 선거할 때는 군민들한테 큰절까지 한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일방적으로 일을 지시할 거면 지방자치는 왜 있느냐. 군민 편에 서야 한다.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은 국책 사업이라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강석 의장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국책사업이라고 주민 의견을 모으지 못 하면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는 왜 하느냐. 중앙정부에서 안 하면 끝나는 게 아니다. 주민 의견이 정해지면 그걸 중앙정부에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영덕에 원전 건설 문제가 20년도 넘었다. 이전에 군수가 반대하니 주민들은 반대로 결정했다. 나이든 주민분들은 행정과 공권력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드러내놓고 반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행정에 잘못 보이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수가 나서서 주민 의견을 한 번 들어보자고 해야 한다. 결과를 가지고 군수가 중앙정부와 협상을 하든가 해야 한다.

    군의회에서 행정·법률적으로 나설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2010년 초선 시절 한수원에서 와서 원전유치관련 간담회를 했다. 군의회도 당시에 동의해줬다. 어리석었다. 주민들이 방폐장 빼앗겨서 허탈해했다. 그 상황에 한수원이 와서 설명한 게 15조 여 원의 지원을 해준다고 했다.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겠다고 해서 동의는 했지만, 영덕군민 전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군수가 군민 전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주민투표를 지지하고 나서야 한다. 내가 여기서 단식을 시작했는데도, 전화로는 격려하지만 못 오는 사람이 많다. 행정력이 무서워서 그렇다. 군수가 군민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전체 주민 의견을 듣겠다면서 지원해 줘야 한다.

    이희진 군수는 전임 군수와 군의회가 결정한 사항이기 때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합니다.
    -전임 군수가 결정한 사항이라 못 한다고 하면 군수는 왜 하느냐. 절벽이 가까이 오면 피해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전임 군의회에서 약속한 게 군민 전체 의견을 묻겠다는 거였는데 그 약속은 왜 안 지키느냐.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한수원은 40년 전과 다를 바 없이 계층 간 불화를 일으키는 방법으로 원전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욕을 먹는 것이다. 정부와 산자부는 뭐 하고 있는가. 만약 정말 전기가 부족해서 그러는 거면 정부가 나서서 군민을 설득하러 와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지금은 전기가 30%나 남아돈다. 원전마피아들을 위한 원전 건설일 뿐이다. 그리고 원전 짓고 나면 철탑(송전탑)은 어떻게 지나갈 것인가. 그런 계획 하나도 없이 원전 짓겠다고 하니 반대하고 있는 거다. 거꾸로 가고 있다. 군수가 나설 때까지 무기한 단식을 이어갈 참이다.
    [영덕=천용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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