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만들어달랬나” 후손도 울분···설치도 철거도 제멋대로 상처뿐인 순종황제 동상

전주이씨대동종약원, “생뚱맞게 해체하면서 처음 전화···결정 후 통보하는 식”
의친왕기념사업회, “우리가 동상 만들어달랬나. 이런 현실 개탄”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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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공원 앞 순종황제 동상의 설치부터 철거까지 과정은, 지자체가 역사적 인물에 대한 동상 건립을 추진할 때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만 빚고 예산을 낭비한 사례로 남게 됐다. 26일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를 수정 통과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 조례안도 심사 과정에서 논의가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관련기사=달성공원 앞 순종 동상 철거, “교훈 삼아 박정희 동상도 재검토해야”(‘24.04.24.))

▲24일 오전 찾은 순종황제 동상이 있던 자리. 중구청은 나머지 어가길의 옥쇄와 안내 비석 등도 이어서 철거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난 22일 대구 중구(구청장 류규하)가 철거한 순종황제 동상은 현재 구청 관리하에 업체에서 보관 중이다. 중구는 관련 절차를 밟은 후 동상을 후손단체인 의친왕기념사업회에 기증할 계획이지만, 설치부터 철거까지 독단적으로 추진하면서 후손단체로부터의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애초 중구는 전주이씨대동종약원(종약원)으로 이전을 검토한걸로 설명하곤 있지만, 종약원 측에 따르면 이 역시 일방적인 통보식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종약원은 조선왕조와 관련 있는 묘 등의 제향 봉행 및 수호 보존 관련 사업을 하는 단체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해 있다.

종약원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가지고 가라는 제안이 있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구청 차원에서 잘 관리하겠다는 수준으로 들었다. 구청 공무원이 연락 와서 ‘동상을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본 게 아닌, ‘구청 차원에서 예의를 다해서 철거하겠다’는 식으로 통보했다. 그리곤 며칠 후인 19일 메일로 문서가 왔다. 공사 기간을 안내하곤 맨 마지막엔 ’예의를 다해서 공사하겠다‘고 적혀 있던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린 동상이 거기 있는지도 몰랐다. 처음 설치부터 우리와 상의했거나, 조금이라도 우리 비용이 들어갔다면 (이전을) 검토했을 것이다. 생뚱맞게 해체를 하면서 처음 전화가 온 것”이라며 “설치는 아무 논의 없었고 해체는 결정 후 통보하는 식인데 지금 언론에 보도되는, 타진했다는 식의 내용은 황당하다”고 말했다.

중구가 이전을 추진하는 의친왕기념사업회 기증도 철거 결정 소식이 알려진 후 사업회 측에서 공개 입장을 밝히면서 추진됐다. 의친왕은 고종황제의 둘째 황자이자 순종황제의 동생이다.

의친왕기념사업회는 동상 철거 다음날 낸 보도자료에서 “우리가 동상을 만들어달라 했나. 관광상품화 하겠다고 만들 때는 언제고 이제는 애물단지 흉물이 교통 통행에 방해가 된다며 철거, 폐기하냐”며 “동상을 제작했을 때 후손들에게 상의도 초청도 없었다. 규정대로는 문제가 없을지라도 이런 현실을 개탄한다”고 비판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