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고용친화기업의 민낯] (2) ‘비정규직 비율’조차 파악 못한 ‘고용의 질’ 지표

대졸 신입 정규직 기준...비정규직 규모 파악도 없어
참여연대, "선정 지표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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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30 10:35 | 최종 업데이트 2017-05-31 15:30

뉴스민은 대구시가 지난해부터 진행한 고용친화기업의 의미에 대해 3차례에 걸쳐 살펴봤다.

[대구 고용친화기업의 민낯] (1) 취업준비생에게 한숨과 자괴감만 안겨주다
[대구 고용친화기업의 민낯] (2) ‘비정규직 비율’조차 파악 못한 ‘고용의 질’ 지표
[대구 고용친화기업의 민낯] (3) 청년 채용 실적도 모른채 2017년 지원 확대

청년 구직자가 고용친화기업을 살펴보며 실망한 이유는 대구시가 정한 고용친화기업 선정 지표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 지표는 일반적 ‘고용의 질’ 측정 지표와도 동떨어져 있다.

<뉴스민>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대구시 자료를 보면, 대구시 고용친화기업 지표는 ▲근로조건 ▲근로환경 ▲복지제도 ▲안전성 ▲정성지표 등 5가지다.

‘근로조건’ 항목은 대졸 신입 임금 수준과 2년 이내 임금체불 이력으로 나뉜다. 23곳 중 20곳이 제조업 기업이지만, 생산직은 고려 대상에 빠졌다. 연봉 2천7백만 원 이상이고, 최근 2년 이내 임금체불 이력이 없어야 한다. 임금이 근로조건 전부다.

‘근로환경’은 야근 또는 주말 근로 횟수다. 주 1~2일 야근 또는 월 1회 이하 주말 근무 기업이다. 야근은 하루 3시간 이상 초과 근무로만 한다.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은 제외된다.

다음은 ‘복지제도’다. 최하 5개 이상 복지제도를 갖춰야 한다. 휴가비, 경조사비 지원, 육아 휴직 사용, 교육 지원, 직원 할인, 동호회 지원, 복지 시설 등이다.

‘안정성’은 신용평가 등급을 본다. 고용 안정성이 아니다. 한국OSG에서 비정규직 차별 사례가 지방노동위원회를 통해 드러났지만, 대구시는 고용친화기업의 전체 고용인원만 파악하고 있을 뿐 비정규직 규모나 현황에 대해 아무런 파악도 하고 있지 않다.

끝으로 ‘정성지표’에는 CEO 경영철학, 정부정책 협조 정도, 노사관계, 사회적 물의 야기 여부 등이다. 고용친화기업에 선정된 후 한국OSG처럼 노사관계가 불거지면 지정 취소 사유에 포함되지만, ‘고용친화’를 위한 노사 컨설팅 지원이나 예방 프로그램은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고용의 질’을 평가할 때 임금, 근로 시간, 복지뿐 아니라 비정규직 규모 등 고용안정성은 필수 지표로 포함된다.

2007년 한국노동연구원은 ‘고용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를 개발했다. 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고용여건 ▲고용안정 ▲임금 및 복리후생 ▲훈련 및 교육 ▲건강 및 안전 ▲고용평등기회 ▲공정한 갈등 해결 시스템 ▲인권 등 8가지를 설정했다.

세부 항목은 주당 평균 근로시간, 여성 근로자 비율, 비정규직 비율, 평균근속연수, 해고 절차, 관리자 중 여성 비율, 결사의 자유 인권 관련 이의제기 절차 등 50여 개가 넘는다.

▲자료=한국은행, 2015.

2015년 한국은행도 ‘고용의 질’ 지수를 ▲안정성 ▲임금 ▲근로시간 ▲능력개발 ▲산업안전 등 5가지로 나눴다. 언뜻 대구시 지표와 비슷해 보이지만, ‘비정규직 비율’과 ‘GDP 대비 실업급여 지출 비중’이 안정성을 결정한다.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팀장은 “대구시 고용친화 지표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조악하다”며 “임금 높고 복지 제도가 많을 수는 있지만, 이직률이 높지는 않은 지 조직 문화가 여성 친화적인지 알 수 없다. 고용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구시 고용노동과 관계자는 “민간 기업 근무형태를 정규직, 비정규직 다 파악하지 못한다. 고용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고용친화기업을) 지원해주는 뜻”이라며 “청년들이 봤을 때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 안에 차별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 기준을 세밀하게 다 심사 기준에 넣으면 좋겠는데, 아직 기준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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