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청년노동자 ‘평균 임금=최저 임금’···주 11.5시간 더 일해

장시간⋅저임금 노동 여전⋅⋅⋅"법정근로시간 준수 원한다"
대구청년유니온, "고용창출보다 질 좋은 일자리 만들어야"
802명 대상 2016년 직종별 대구 청년노동 실태조사

17:19

대구시가 ‘청년 원년’을 선포한 지난해 대구 청년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 임금을 받으며 법정 근로시간보다 더 많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오전 11시 대구청년유니온은 대구시청 앞에서 지난해 10, 11월 동안 대구지역 청년 802명을 대상으로 한 ‘2016 대구지역 직종별 청년노동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공 서비스, 민간 서비스, 사무직, 현장직 등 4개 직종별로 약 200명씩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대구 청년노동자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1.5시간으로 법정 근로시간(주 40시간)보다 11.5시간 더 많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 근로시간 초과 비율은 84.5%에 달했고, 청년들이 가장 바라는 노동조건 1순위로 법정 근로시간 준수가 꼽혔다. 초과근무를 하는 이유는 업무량(38.7%), 인력 부족(17.4%), 낮은 기본급(16.3%) 순이다.

반면 한 달 평균 임금은 175만 원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최저임금(6,030원)으로 주당 51.5시간을 계산해 나오는 월 임금 170만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

최유리 대구청년유니온 위원장은 “2015년 실태조사 결과와 거의 달라진 게 없다. ‘장시간 저임금’ 노동은 청년들의 삶에 깊숙이 파고 들어있다”며 “저녁이 있는 삶, 여유 있는 삶은 대구 청년 노동자들에게 꿈꿀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공공부문,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
민간서비스, 94%가 폭력 당한 경험
사무직, 수직적 조직 문화에 고충
현장직, 낮은 임금에 장시간 노동

공공부문 청년 노동자들은 직장 내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88.5%에 달했다. 국가기관 평가 인증이나 감사로 인한 어려움이 62.5%로 뒤를 이었다.

대구청년유니온은 “공공기관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충분한 인력이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노동자도 국민도 기본권을 보장받기 역부족이다”고 지적했다.

민간서비스 부분 청년 노동자들은 절반가량인 50.5%가 비정규직이다. 하루 평균 고객 응대 시간은 7시간이며, 평균 휴게시간은 25분으로 나타났다.

또, 민간서비스 부분 응답자 중 94.5%가 고객에게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고객에게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 회사가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는 응답이 54.5%로 나타났다.

사무직 청년 노동자들은 수직적인 조직문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초과근무를 하는 이유로 업무량이 많아서(59.7%) 다음으로 상사 때문(15.4%)이 꼽혔다.

특히 조직문화 개선 시스템이 있지만 수용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50.5%로 나타났고, 28.2%는 상사와 관계로 불이익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현장직 청년 노동자들은 주당 평균 57시간 일했다. 전체 조사 대상자보다 5.5시간 더 많이 일했다. 월 평균 임금은 191만 원으로, 이 중 초과근무로 받은 수당이 평균 62만 원이다.

대구 청년 노동자가 바라는 노동조건
“근로기준법 준수, 합리적 조직 문화”

청년 노동자가 가장 바라는 노동조건으로 법정 근로시간 준수(17.7%), 수평적인 조직문화(16.7%), 일한 만큼 받는 임금(15.7%), 휴일, 연차 보장(11.8%), 복리후생 및 복지 혜택(8.4%) 순으로 나타났다.

청년유니온은 “대구시는 2016년 청년 건설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상시 일자리 1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러나 상시 일자리 1만 개 창출만큼 중요한 것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대구시는 지역 청년들이 원하는 노동 조건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유리 위원장은 “대구지역 청년들이 바라는 것은 정말 기본적인 것이다. 첫 번째는 근로기준법 준수, 두 번째는 합리적인 조직 문화였다”며 “대구시 청년 일자리 정책은 창업 정책과 고용 정책밖에 없다. 고용창출이라는 빛 좋은 개살구는 내려놓고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청년유니온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23일 청년정책토론회를 열고, 대구시에 청년 일자리 정책을 직접 제안할 예정이다. (관련 기사=청년노동자의 ‘헬 대구’··· 장시간·저임금 노동 심각(‘15.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