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청년들 “최저임금조차 안 지키는 현실, 차등 적용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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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에 대해 ‘할 말 있는 청년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아르바이트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특성화고 졸업생 노동자 등 대구에서 다양한 노동형태와 배경을 갖고 일하는 이들은 최저임금이 인상돼야 하는 이유와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두루 풀어냈다.

19일 저녁 7시 대구청년유니온은 ‘최저임금 오픈마이크, 삼각김밥에 질린 청년들의 다잉메시지’ 행사를 주최했다.

▲19일 저녁 ‘최저임금 오픈마이크, 삼각김밥에 질린 청년들의 다잉메시지’ 행사가 열렸다.

대구청년유니온은 행사 취지에 대해 “대구는 특히 저임금, 장시간으로 대표되는 노동 조건과 서비스 직종이 다수 분포된 산업구조가 형성돼 있다. 때문에 대구지역 청년들에겐 최저임금 인상 및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가 노동조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청년 당사자들이 이야기하는 최저임금의 중요성이 사회에 널리 퍼지고 나아가 청년 노동자의 생계와 권리가 안정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구의 한 김밥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청년노동자 A 씨(24)는 “취업에 실패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하루 4시간씩 주 2~3일만 구하는 자리가 대부분이라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부터 어려웠다”며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하지만 가게에서 유일하게 지키는 게 최저임금이다. 내 주변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아르바이트하는 건 나뿐일 정도로 그마저도 지키지 않는 가게가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A 씨는 “최저임금을 받고 100억 부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 매일 저녁밥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고민하고, 친구의 생일이 부담스러운 날이 아니라 축하해 줄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다. 최저임금이라도 내일의 하루를 기대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은 인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반대하는 이야기도 여럿 나왔다. 경북 영주에 거주하며 8개월째 편의점 아르바이트 중인 대학생 김태현 씨(20)는 “경북에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의 아르바이트 자리가 (도시보다) 더 많다”며 “작년엔 장사가 안된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인 9,160원보다 낮은 6,000원을 받고 일했다. 주변인들과 ‘나는 7,000원 받는데, 넌 얼마 받냐?’, ‘나는 8,000원 받는다’와 같이 자조적인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이러한 최저임금마저 차등화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시범 차등화 대상으로 언급되는 음식점업, 편의점업, 택시 운수종사자는 결코 업무강도가 낮지 않다. 일부 주장처럼 단기적으론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저임금 노동의 환경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전했다.

▲오픈마이크 행사 시작 전 6시부터 사전 캠페인 행사가 진행됐다. ‘생활비, 어느 정도 쓰시나요?’라고 써진 보드판에 지나가는 시민들이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사진=대구청년유니온)

한편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법정 심의 시한은 이달 29일이다. 하지만 차등적용 여부와 근로자위원 구속에 따른 진통 속에 논의는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앞서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을 1만 2,000원을 요구했고 경영계는 아직 요구안을 내지 않았다. 특히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두고 노사 간 공방이 벌어졌지만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8월 5일로,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위원회가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