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청소 18년 처우개선 요구, 1년짜리 용역업체와 협의하라?

대구일반노조, 도시철도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 촉구

09:54

대구도시철도 1~3호선에 일하는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대구도시철도공사에 직접고용 등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대구도시철도공사 측은 외주사업이므로 개선 요구에 나설 수 없다고 밝혔다.

대구도시철도는 청소, 시설관리 등에 24개 용역업체를 두고 있으며 노동자는 840여 명이다. 매년 바뀌는 용역업체 탓에 고용불안은 물론 대구도시철도공사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산출내역서를 공개하고 있지 않아 업체만 이득을 보고 있다는 게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대구지역일반노조 기자회견
▲민주노총 대구지역일반노조는 11일 오전 11시 대구도시철도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시철도 청소노동자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일반노조는 11일 오전 대구도시철도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시철도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350여 명은 지난 6월 도시철도 대구일반노조에 가입한 바 있다.

노조는 “1997년 1호선 개통 이후 3호선 개통까지 18년 동안 용역업체 소속의 비정규직으로 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면서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처우 개선 요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했다”며 “하지만 이제 최소한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지침을 제대로 적용받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고 밝혔다.

또, 노조는 “정부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보호지침을 발표하고, 타 지역 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도 우리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기다렸다”면서 “이에 우리의 직접 사용자인 대구도시철도공사에게 10대 요구를 전하고 모든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범점숙 대구일반노조 대구지하철시설관리지부장은 “용역업체가 24개인데, 이들이 얼마나 돈을 가져가는지 알 수가 없다. 업체만 배 불리는 쪼개기 용역을 중단하고, 직접고용을 간절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직접고용과 직접노무비 공개와 더불어 △피복비·복리후생비·청소재료비 공개 △7시간 30분 계약 폐지와 1일 8시간 임금 보장 △노조사무실 제공 △3호선 쉼터환경 개선 △명절·여름휴가 상여금 지급 △단체교섭 거부 용역업체에 대한 행정감독 실시 등을 요구했다

노조의 요구와 관련해 대구도시철도공사 측은 “청소용역은 도급사업으로 관련 문제는 노조와 용역업체의 협의 사항이기 때문에 공사가 개입할 수 없다. 공사가 개입하면 파견법률을 위반하게 된다”며 “다만 대구시가 6월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안정 지침을 보고 합리적으로 바꿀 부분이 있으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3호선 쉼터환경 개선 사업은 공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2011년 발표한 정부 지침에서도 파견과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는 공공기관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에도 이와 관련해서는 “청소용역 등 외주근로자 근로조건 개선”이라는 항목으로 따로 분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용형태 전환 없이는 대구시 고용안정 지침에서도 파견과 용역 노동자는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대구지역일반노조는 13일 오전 대구도시철도공사 앞에서 처우개선을 위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