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용균 추모 대구촛불, “문 대통령, 당장 비정규직 만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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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용균아, 너에게 짧은 편지를 써. 너의 소식을 들었어. 나와 생일이 하루 차이나는 동갑 친구야. 헤드랜턴을 받지 못해 사비로 산 손전등과 컵라면을 보고 나의 마음이 아파왔어.···비정규직이기에 생명을 보장받지 못했어. 더 이상은 이런 일이 없어야 해. ···안전한 환경 속에 노동하는 날까지 너를 기억하는 이 순간을 잊지 않을게. 12월 6일 너의 생일을 늦었지만, 축하해”(남준현, 24)

▲18일 오후 6시, 대구시 중구 구 한일극장 앞 故 김용균 씨 추모제가 열렸다

태안화력발전소 24살 하청노동자 故 김용균 씨 사망 이후, 대구 시민들도 추모 촛불을 들었다. 김용균 씨와 동갑내기 남준현 씨는 이날 용균 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18일 오후 6시 민주노총 대구본부, 대구민중과함께는 대구시 중구 구)한일극장 앞에서 김용균 씨 촛불추모제를 열었다. 시민 200여 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김용균 씨의 생전 모습처럼 작업모와 마스크를 쓰고 참여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촛불, ‘죽음의 외주화를 멈춰라’라는 피켓을 들었다. 추모제가 진행되는 동안 집회 장소 뒤편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시민 분향 행렬이 이어졌다.

동성로 일대 침묵 행진 이후 시민 자유발언으로 한 시간가량 추모제가 진행됐다.

▲이효성 씨

자신을 민주당 당원으로 소개한 이효성(24) 씨는 “김용균의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언제까지 청년 잘못이라고 할 것인가. 이명박근혜 시절 안녕들하십니까 하고 물었는데 이제 다시 묻게 된다. 안녕들하십니까”라고 말했다.

이 씨는 “나는 민주당원이다. 이러려고 촛불 들고 문재인 대통령 만든 것 아니다. 김용균은 내 아들, 내 친구, 나일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경북대병원에서 임상병리사로 일하는 백소현(31) 씨는 “세월호 이후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했는데 결국엔 죽었다. 죽음의 외주화를 어떻게 멈추겠나. 국회가 국민을 살리나”라며 “청년 국회의원 국회에 단 3명이다. 국민 위한 국회가 필요하다. 선거제도 개혁도 필요하다. 국회에 더 많은 청년이 들어가야 수많은 김용균을 살릴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당장 비정규직과 만나라”라고 말했다.

최유리(32) 씨는 “청년의 삶은 죽음으로만 주목된다. 어떻게 죽었는지, 그를 죽게 만든 환경이 무엇이었는지가 중요하다”라며 “청년을 보호할 사회안전망이 없는 사회에서 죽음에 내몰리고 있다. 더이상 청년들이 죽지 않기를 바란다. 노동중심사회를 말했던 문재인 정부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 죽음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집회 마지막, 한 시민은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씨가 발언했던 글을 다시 낭독했다.

▲18일 오후 6시, 대구시 중구 구 한일극장 앞 故 김용균 씨 추모제가 열렸다.

김용균 씨는 올해 2월 군 복무를 마치고 9월 17일 태안화력발전소 현장설비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 3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김용균 씨는 컨베이어벨트 정비 중 사고로 사망했다. 용균 씨는 사망 당시 설비 순회 점검을 2인 1조로 한다는 한국발전기술 내부 지침에도 혼자 정비에 나서야 했다. 사망 이후 김용균 씨의 유품으로 컵라면과 과자가 공개되기도 했다. 용균 씨는 사고 발생 열흘 전인 이달 1일, 자신의 SNS에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는 피켓을 든 사진을 올렸다.

주최 측은 오는 28일까지 대구시 중구 구)한일극장 앞에 김용균 씨 분향소를 운영하기로 했다.

▲18일 오후 6시, 대구시 중구 구 한일극장 앞 故 김용균 씨 추모제에 마련된 추모 분향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