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임대로 살펴본 강민호 삼성 이적

18:40

전 롯데자이언츠 강민호가 삼성라이온스와 4년간 80억에 계약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원 소속 구단이던 롯데도 같은 가격을 제시했다고 한다. 한 매체(스포츠월드 11.22)는 “같은 몸값에 삼성행… ‘아리송’ 강민호”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FA로 롯데를 떠나 섬성과 4년 계약을 체결한 강민호. [사진=삼성라이온즈]

의구심을 갖기 충분하다. 모든 이적이나 재계약에는 쌍방의 비용이 소모된다. 모든 행위가 자본으로 환산될 수 있는 자본주의 경제를 전제한 일반적 해석이다. 연봉이 높은 프로선수들에게는 약간의 움직임이나 적응의 노력도 비용이 될 수 있다. 조잡하게 말하자면 걸음이나 시간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가격을 제시한 다른 팀으로의 이적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많은 의심을 자아낼 수 있겠다.

강민호는 롯데에서 벌어진 CCTV 사건 등으로 구단에 감정이 상했을 수도 있고, 혹은 강민호가 삼성의 제2 연고구장인 포항 포철공고를 졸업한 이유 등 강민호가 ‘친삼성’이라는 해석도 있다. 과감한 추측으로는 이면 거래를 꼽는 이들도 있다. 뒷돈이 오갔다는 의심이다.

이런 외부요인의 가능성이 있음에도 이를 배제한 채, 금액만으로 이를 바라볼 방법이 있다. 같은 비용일 때 선택이 훨씬 수월한 상황이 연출되는 분야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부동산 계약이다.

부동산 구매는 제시된 액수가 같을 때 선택이 훨씬 쉽다. 이상한 문장이다. 조금 더 이상한 문장을 덧붙이겠다. 같은 가격은 사실 다른 가격이다. 말장난이지만 두 문장을 합쳐 생각하면 쉽게 풀린다. 부동산 물건의 가치는 물리적으로 모두 다르다. 따라서 같은 가격이라면 그 가치를 기준으로 계약여부가 명쾌하게 판별된다.

허나 부동산 구매로 사안을 바라보는 것은 조금 부족하다. 강민호가 수요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강민호는 결국 비용을 받는 입장, 즉 공급자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같은 가격’은 결국 ‘같은 가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매처럼 종결되는 행위가 아니라는 점도 이 사안과 부동산 매매 상황과의 거리를 벌린다. 강민호는 이번이 끝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판다고 하여도 본인의 일부를 떼서 파는 것이 아니다. 즉, 매매가 아닌 것이다.

임대차 계약이다. 강민호는 상가를 빌려주는 소유주임과 동시에 그 상가 자체다. 매매는 1회성 이벤트지만 강민호와 삼성의 계약은 상가 주인과 세입자의 관계처럼 유지된다. 이에 롯데는 기존 임차인, 삼성은 새로 계약을 원하는 예비 임차인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임대차 상황에서 임대료가 같더라도 예비 임차인은 무조건 추가로 돈을 쓰게 된다. 이 금액은 상기 언급한 계약비용, 이사비용 등이다. 반대로 기존 임차인에게는 기득권이 있다. 원한다면 이 비용을 아예 소모하지 않을 수도 있다.

두 구단을 놓고 보자면 삼성이 롯데보다 돈을 많이 썼다. KBO는 FA 자격 취득 선수가 타 구단으로 이적 시 해당 선수의 ▲전년도 연봉의 200% 지급+선수 1명(보호선수 20명 제외), ▲전년도 연봉의 300% 지급 가운데 한 가지를 해당 구단이 선택하도록 하는 보상 규정을 정하고 있다. 강민호의 전년도 연봉이 10억 원이니, 삼성은 30억 또는 20억에 선수 한 명을 롯데에 줘야 한다. 게다가 계약을 수행하는 사원들의 봉급조차 프로의 세계에선 비용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비용이 강민호에게 당장 돈다발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계약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다.

임대차에서는 비교적 긴 관계유지가 담보되므로 어떤 공급자가 어떤 수요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선택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공급자와 수요자의 조합에 따라 거래 금액 규모와 상호 간 이익의 분배, 혹은 엉망진창의 싸움 여부가 갈린다. 많은 부동산 계약들이 이 이러한 불완전한 과정을 거친 뒤 탄생한다. 이 과정에는 일종의 법칙 같은 방향성이 존재한다.

그것은 소유자 부동산 가치의 상승과 현재 취할 이득의 합산의 증대다. 삼성이 투자한 비용은 일정 부분 강민호의 가치를 올리게 된다. 조금 차가운 해석일 수 있겠지만, 공을 들이는 액션 자체가 비용이고 그 비용이 강민호의 가치에 추가된다. 현재 취할 이득인 ‘연봉’이 같다면 강민호의 선택은 명백하다. 자신의 가치에 투자하는 쪽을 선택하는 것.

삼성이 돈을 조금 더 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도출될 수 있는 다분히 경제적인 선택이다. 본인의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당장 이득은 없지만, 삼성은 강민호를 두고 돈을 썼으니 그 부분이 ‘가치’를 올린 것이다.

임대료가 같다면 당연히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고, 장사를 잘 해낼 것 같은 세입자를 택하기 마련이다. 곧 매각 시, 혹은 차후 계약 시 부동산 가치를 올려 줄 수 있는 세입자가 좋은 세입자 소리를 듣는다. 어떤 점포에 새로운 가구를 놓고,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영업을 하려는 세입자, 기존 쓰던 것을 그대로 사용하려는 세입자 중 선택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면 쉽다.

기존 세입자에게는 방법이 없었을까. 결론적으로는 있었다. 기존 세입자는 새로운 세입자가 투자하는 비용 중 가치 상승분이라고 생각되는 절반 정도를 임대료 인상이나 보증금 증액을 통해 직접 지불하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수 있다.

따라서 롯데는 이 문제를 두고 ‘아리송’할 것이 없다.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강민호와 구단의 인간적인 관계를 상기시킬 필요도 없이, 냉정한 거리의 부동산 경제 논리로만 따져 봐도 롯데가 삼성보다 안일했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다.

사족으로, 세입자가 불안한 듯 보이는 것도 요즈음의 임대차 계약과 비슷하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 강민호가 경기를 훌륭하게 수행한다면 야 문제가 없겠지만, 아니라면 삼성은 그야말로 물새고 금가고 융자 많은 ‘불량부동산’에 투자해 세를 든 세입자의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양자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은 가상의 임대차 계약이니 중개사고 보증도 없을 터다.

반면 강민호는 계약 이후 삼성이라는 세입자를 쫓아낼 수도, 임대료를 증액 청구할 수도 있으니 이 또한 현대의 임대차계약과 꼭 맞다. 한 인간이 물건으로 해석되는 것 또한 뼈아픈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