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부동산 시장 여전히 ‘꽝꽝’···수성구, 달서구 집값 하락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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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부동산 시장 경기는 곳곳에서 미분양 매물이 쏟아지면서 여전히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건 공급물량이 많은 수성구와 달서구다. 지난해 12월 매매가격 뿐 아니라 전·월세가격 하락폭이 모두 전월대비 커졌다. 대구시는 “부동산 정책을 중앙 정부에서 관할하는 게 주요 원인”라며 지방 정부로 일부 권한이 이양되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2년 12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방은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입주 물량이 있는 지역 중심으로 매물 적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전국 월간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1.98%로 전월대비(-1.37%) 하락폭이 확대됐다. 12월 대구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2.56%이며 특히 수성구·달성군 위주로 하락폭이 확대됐다.

매매가격 하락과 동반해 전국 월간 주택종합 전세가격(–2.42%)도 전월대비(-1.55%) 하락폭이 확대됐다. 대구의 주택종합 전세가격지수 변동률(–3.29%)은 달서구·수성구 위주로 하락폭이 컸다. 전국 월간 주택종합 월세가격도 전국적으로 전월대비 하락폭이 확대됐으며, 대구에선 공급물량의 영향이 있는 달서구·수성구 위주로 하락폭이 커진 것으로 발표됐다.

▲대구·경북 지역 미분양 사태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매수 심리는 얼어붙는데, 미분양은 계속해 쏟아진다.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1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대구시 미분양 아파트는 1만 1,700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전국 미분양 물량(5만 8,027가구)의 약 20%다. 전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1만 가구를 넘어섰다. 2021년 11월 1,017가구였던 미분양 물량과 비교하면, 1년 만에 10배 넘게 증가했다.

수성구는 미분양 아파트 단지 수와 미분양가구 수가 가장 많다. 작년 7월 대구 수성구의 투기과열지구 지정 해제 및 나머지 7개 구·군의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이뤄졌고 9월엔 수성구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지만, 수치로 드러날 정도의 효과는 아직까지 없다.

범어동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김성일 씨는 거래실종 상황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씨는 “집을 내놓거나, 내놓은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는지 문의하는 전화 뿐이다. 어쩌다 매매를 고민하는 사람이 있어도 주변에서 말린다며 취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복합적인 상황에 따라 거래량이 줄어드는 것이지만, 특히 매수심리가 1년 전에 비해 완전히 떨어진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정준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구지부장은 현재의 소강상태가 올해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정 지부장은 “코로나 시기 급하게 가격이 올라간 지역이 지금 가장 많이 빠지고 있다. 수성구, 달서구는 가격에 거품이 끼면서 예전같으면 분양이 안 될 지역까지도 시행사나 건설사에서 뛰어들었으니 타격이 큰 것”이라며 “작년 중순부터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 지금은 크게 빠지고 난 소강상태인데 금리 인상, 물가인상, 중국 부동산 상황 등 여러 악재가 맞물린 상황이라 (해결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현재 부동산 시장의 문제가 ‘중앙 정부 중심의 부동산 정책’ 때문이라고 짚었다. 중앙에서 전국, 특히 수도권 위주의 주택 정책을 펼치니 지역 상황 대응이 늦다는 설명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구시는 정부에 조정 대상 지역의 지정 및 해제 권한을 지방 정부에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병환 대구시 건축주택과장은 “2020년부터 주택 시장이 위기라는 것을 느끼고 상업지역 용적률 제한을 추진했는데 시장에 반영되기까진 시간이 좀 걸렸다. 2021년 5월부턴 정부에 조정 대상지역 해제를 요청했는데 작년 하반기가 돼서야 받아 들여졌다. 금리가 인상되던 시기니 이미 늦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대규모 신규 택지 공급은 가급적 하지 않는다거나, 건축 심의를 강화하는 등 최대한 할 수 있는 건 해 왔지만 합법적인 사업을 허가하지 않을 순 없다. 작년 11월엔 건설회사 간담회를 열어 미분양 상황을 파악하고 BTL이나 임대형 지식산업센터 등으로 사업방향을 돌릴 수 있도록 권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