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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게 맞는 겁니까. 생명을 이렇게···” (혜문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18일 오후 2시께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지 앞을 찾은 혜문 스님은 돼지머리를 보자 말을 잇지 못했다.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항의를 받자 혜문 스님은 안타까울 뿐이었다. 주민들은 사원 인근에 모여든 사람들을 향해 “이슬람에 종교의 자유가 있느냐”며 항의했다.
혜문 스님과 함께 경북대학교 교수와 학생,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 등은 주민들의 사원 건축 반대 외침을 들으며 건축지와 건축지 옆 무슬림 기도소를 방문했다. 이들은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다.
건축지로 향하는 골목길을 벗어나 주민 반발이 수그러들었을 때, 혜문 스님은 기자에게 “이분들도 사정이 어렵습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풀어가야 하는 겁니다. 같이 좋은 쪽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해야 합니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북대학교 한 강의실로 들어가 간담회를 열었고, ‘무슬림 유학생들의 평화를 염원하는 기독교 예배’도 진행했다. 예배 집례를 맡은 박용성 애은성당 신부는 분열과 편견을 넘어서자고 했다.
“대구에서 신앙생활과 학업을 하는 당신의 백성들이 이웃과 세상의 편견 속에서 상처를 받아왔습니다. 싸움과 다툼은 주님의 뜻이 아니고 인간의 욕심과 이기로 인한 것임을 우리가 잘 아오니, 서로를 향한 미움과 증오를 거두어 주시고 이웃과 소통과 나눔이 더욱 풍요롭고 평화롭게 되도록 이끌어주소서” (박용성 신부)
예배에 앞서 박성민 평화교회 목사도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성경 말씀을 풀이했다. 박 목사는 “그리스도인들은 진리를 위해 피해자가 될지언정 가해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며 “무슬림이면서도 예수님을 예언자로 존중하는 이분들이 심각한 갈등 속에서도 평화의 원칙을 지켜오는 것에 목사로서 감동 받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혐오 표현과 차별로 피해를 당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 길을 따르는 사람들이 진리를 알게 될 겁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도회와 함께 진행된 무슬림 유학생,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의 간담회도 진행됐다. 간담회에서 참가자들은 현황 공유와 함께 현재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갈 방안에 대해 머리를 모았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