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 평 이상 농지 보유한 대구 선출직 공직자들의 해명

“농사지으러 간다”, “절차상 문제없다”
정의당 대구시당 “일부 농지만 경작하는 것도 법 위반”

15:32

대구 선출직 공직자 164명 중 4명이 1만㎡(3,025평) 이상 농지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상열 대구 북구의원과 차대식 북구의원, 홍병헌 서구의원, 안영란 달서구의원이다. 정의당 대구시당에 따르면 이들을 포함해 선출직 공직자 86명(52.4%)이 농지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지법 6조 1항에 따르면 농지는 자기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 다만 주말·체험 영농(1천㎡ 미만)이나 상속 농지인 경우는 농지법 제7조에 따라 일부 허용한다. 그러나 상속 농지인 경우에도 직접 경영하지 않으면 1만㎡를 초과해서 보유할 수 없고, 위탁 경영 등 농지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농지법 10조에 따라 처분해야 한다.

한상열, 차대식, 홍병헌, 안영란 의원들의 경우 본인 또는 배우자가 1만㎡ 이상 농지를 보유하고 있어서 경우에 따라선 위법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 <뉴스민>은 각 의원이 보유한 농지를 보유하게 된 경위를 확인하고 각 의원에게 직접 경작 여부를 문의했다. 이들은 대부분 일부는 직접 경작을 하고 있고,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상열 북구의원은 총 28곳 2만 2,654.5㎡(6,852평)를 보유해 가장 많은 농지를 가지고 있다. 한 의원은 대구뿐 아니라 경남과 경북에도 농지를 보유하고 있는데, 경남(의령, 창녕, 합천)에만 1만 7,470.5㎡를 보유하고 있다. 그 외에 대구 동구에 2,109㎡, 경북(의성, 경산)에 3,075㎡를 갖고 있다. 이중 배우자 명의로 있는 경산과 동구 토지 일부를 제외해도 1만 9,584㎡에 달한다.

한 의원이 경남에 보유하고 있는 농지는 1995년경부터 상속받은 것이고, 경북 경산과 의성, 대구 동구에 보유한 농지는 2005년부터 매입한 것으로 확인된다. 가장 최근에 매입한 농지가 2017년 배우자와 절반씩 나눠 매입한 경산 농지다. 한 의원은 본인 농지를 동생과 함께 조경수 사업 용도로 쓰고 있어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한 의원은 “친동생과 조경수 농장 사업을 같이하고 있다”며 “저렴한 땅을 찾다 보니까 여기저기 구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태공원에 주로 들어가는 버드나무 종류를 주로 키운다”며 “직접 농장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경남 의령의 본인 농지를 찍은 사진도 <뉴스민>에 보내왔다.

▲한상열 북구의원은 경남 의령의 농지 한 곳 사진을 보내오며 농지 보유 현황을 해명했다. (사진=한상열 북구의원)

차대식 북구의원도 총 20곳 1만 3,184㎡(3,988평)의 전답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전답 및 과수원으로 분류된 농지다. 한 의원과 마찬가지로 대구(북구)뿐 아니라 경남(합천), 경북(군위)에도 보유하고 있는데, 경남에만 8,355㎡로 가장 많다. 대구에 보유한 농지 중 일부는 지목이 변경됐지만 재산등록에는 반영하지 않은 상태로 확인된다. 배우자 명의로 보유한 대구 농지를 제외하면 8,974㎡다.

차 의원은 “합천은 유산으로 받은 땅이고, 제가 주말에 오가면서 일부 농사를 짓는다”며 “대구 땅은 공장을 지었기 때문에 대지로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차 의원은 “군위 땅은 전원주택 단지로 개발하면서 72명 중 1명으로 참여한 것뿐”이라면서 “군위군 예산을 받아 상하수도 공사도 벌써 끝나가고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홍병헌 서구의원은 본인 소유의 경북 군위와 영천, 의성에 전답과 과수원 16개 필지를 보유하고 있다. 군위 1만 3,607㎡, 영천 330㎡, 의성 439㎡로 총 1만 4,376㎡(4,348평)이다. 홍 의원은 “군위 땅은 조상 대대로 지켜왔던 땅으로 사촌형제가 있어서 같이 농사를 짓는다. 대구에서 40분이면 충분히 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성과 영천 땅은 지인의 권유로 구입을 했는데, 의성에는 동네 분들이 경작을 조금 한다. 영천 땅은 사람 손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관리를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영란 달서구의원은 배우자가 증여로 받은 농지 1만 1,813㎡(3,573평)가 안동에 있다. 안 의원은 “이런 전화를 받으니 당황스럽다”며 “2018년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물려받은 땅인데 시골에는 토지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직접 농사를 짓는다”면서 “남편이 회사원이고 같이 대구에 있지만 시간 나는 대로 가서 벼농사나 콩을 경작한다”고 해명했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선출직 공직자들의 농지 보유 현황을 공개하고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0일 정의당 대구시당은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 선출직 공직자 농지소유 실태보고를 공유하고 농지법 위반 여부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25일 공개된 공직자 재산 공개 내용을 바탕으로 대구 선출직 공직자 164명의 농지소유 실태 조사를 했다.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은 “절반이 넘는 86명이 농지를 보유하고 있다”며 “농지 소유를 통해 자산을 증식하고 타지역까지 넘나들며 투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농지 소유 선출직 공직자의 농지법 위반 여부와 고지거부 직계존비속의 재산 조사를 촉구했다.

김지훈 정의당 대구시당 사무처장도 “보유 농지 중 일부 땅에만 조경을 한다는 것 자체로 농지법 위반”이라면서 “당사자들의 해명이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공직자들이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직자 윤리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은미 수습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