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조사 개시된 ‘박근혜 비판 전단 배포’…1심 유죄, 2심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 있어 진상조사 결정

16:40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한 전단을 뿌려 명예훼손죄로 1심에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환경운동가 박성수(44) 씨와 전단 배포를 도운 시민 2명에 대한 2심 결심이 14일 열렸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는 같은 사건에서 박 씨에 대한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다며 진상조사개시 결정을 내려, 2심 재판부의 판결에 관심이 집중된다.

14일 오전 11시 30분, 대구지방법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임범석)는 박 씨, 변홍철(48) 씨, 신모(36) 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었다. 앞서 1심 재판부(대구지방법원 제2형사단독(판사 김태규))는 2015년 12월 22일 이들에게 각각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 원,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인숙, 김미조 변호사가 박 씨 변론을 맡았고, 이승익, 류제모 변호사가 박 씨와 다른 2명에 대한 변론을 맡았다. 당시 대구지방변호사회는 국가권력에 대한 비판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침해될 수가 있다며 소송 지원에 나선 바 있다.

▲2017년 10월 19일 항소심 재판을 앞둔 박성수(가운데), 변홍철(오른쪽), 신모(왼쪽) 씨.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1심 판결을 유지해달라는 취지로 재판부에 “유죄 선고해달라”라고 했다. 이어 검찰은 위법수집증거 논란을 대비해 박 씨에 대한 사실조회도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련해 지난 10월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서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이메일 수신·발신 내용 ▲농협 통장계좌 사용내역 ▲군산 소룡동 우체국 우편 발송 기록 등이 팩스영장으로 이뤄져 적법성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박 씨는 이날 공판에서 “박근혜는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고 폭정을 이어왔다. 채동욱 찍어내기, 정윤회 문건, 문고리 3인방, 블랙리스트 사건 등이 쏟아져 나왔다. 그 와중 정윤회 염문이 터지자 박근혜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공안정국을 조성하다시피 했다. 그래서 이를 조목조목 정리해서 전단을 만들었다. 검찰은 허위사실이라고 했지만, 근래 언론을 보면 진실로 밝혀지고 있다”라며 “그 염문이 사실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소문이 있다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박근혜 염문설을 훨씬 구체적으로 언론에 다룬 외신기자도 무죄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군산에서 내사종결 된 사건이 대구에서는 공안사건이 됐다. 이후 나와 지인의 통장까지 압수수색당하며 공안탄압을 받았다. 문체부에서는 활동 자체의 풍자성과 개인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이 사건이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한 사건이라고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씨는 재판부에 문체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의 조사개시결정문을 참고자료로 제출했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11월 27일 “조사개시 필요성이 있다”라며 박 씨의 전단 배포에 따른 표현의 자유 침해 사건의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진상조사위는 수사기관은 아니지만, 검찰 수사에 준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를 확인하던 진상조사위는 2015년 3월 대통령을 비난·희화하는 전단 살포 행위자를 처벌하라는 취지의 내부 문건을 파악해 참고했다. 진상조사위는 박 씨와 관련해 진행되는 재판 내용을 검토하고, 표현의 자유 침해 사태에 처하게 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기관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날 변론에서 변 씨도 “우리 헌법상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국가기관 및 공직자에 대한 형법상의 ‘명예훼손’ 문제가 이번 재판을 통해 합리적으로 다투어지고, 정당하게 환기될 수 있기를 바란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공화국 시민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가지는 권리이자, 민주주의의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라며 “우리 헌법의 정신을 다시 한 번 살피고 인권 신장과 민주주의를 위한 국제사회의 엄중한 권고를 충분히 고려해 피고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라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2018년 1월 25일 오전 10시 30분 선고할 예정이다.

▲박근혜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박성수 씨가 제작한 전단 내용

박성수 씨는 2014년 12월부터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을 제작 배포하기 시작했다. 전단에는 2002년 당시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가 김정일 북한 전 국방위원장을 만난 사진, 그리고 “자기들이 하면 평화활동 남이 하면 종북, 반국가행위”, “박근혜도 국가보안법으로 철저히 수사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뒷면에는 “정모씨 염문 덮으려 공안정국 조성하는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2015년 2월 16일 변홍철, 신모 씨가 새누리당 대구시당·경북도당 앞에서 이 전단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고, 대구 수성경찰서가 조사에 나섰다. 4월 21일 박 씨가 대구수성경찰서에 개사료를 투척하며 이를 비판했고, 일주일 후인 28일 대검찰청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펼치던 박 씨가 검찰에 체포됐다. 수성경찰서에 인도된 박 씨는 4월 30일 명예훼손을 이유로 구속돼 1심이 선고된 12월 22일까지 대구구치소에 수감됐다. [타임라인] 박근혜 vs 박성수 명예훼손 사건 한 눈에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