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미투 폭로…“10년 전 교수에게 성추행, 합의 강요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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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9 17:02 | 최종 업데이트 2018-04-19 18:11

경북대 A 교수가 10년 전 대학원생을 지속해서 성추행하고, 문제를 제기하자 합의를 강요했다는 ‘미투(#me_too, 나도 고발한다)’ 폭로가 나왔다. 당시 경북대는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고, 해당 단과대학 교수 몇몇이 모여 규정에도 없는 ‘자율 징계’로 사건을 무마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A 교수는 2016년 경북대 성폭력상담소장을 맡기도 했다.

19일 오전 9시 30분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전국여성노조 대구경북지부는 대구시 북구 산격동 경북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 교수가 10년 전 대학원생 B 씨(당시 20대)를 수차례 성추행한 사실을 알렸다.

여성단체들은 A 교수가 2007년 경북대 전임강사로 부임한 첫해부터 제자였던 B 씨를 1년가량 연구실, 술자리 등에서 성추행했고, 동료 교수들은 합의를 종용하는 등 사건 은폐에 동조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년 동안 이어진 성추행으로 피해자는 주임 교수에게 성추행 사실을 알리고 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교수들은 경북대에는 관련 규정이 없다며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며 “징계위원회도 임의로 꾸려 피해자를 회유, 협박하고 가해자와 동석해 사과받기를 강요했다. 그러면서 '자율 징계'라는 듣도 보도 못한 확약서를 전제로 합의를 강요했다”고 밝혔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이 공개한 확약서에 따르면 ▲3년 동안 기자재 지원 정지 ▲연구공간 이외 공간 제한하는 등 ‘자율 징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합의서에는 “A 교수의 대학원생 성추행 사건에 대해 원만히 합의했다”며 “향후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피해자 B 씨는 최근 취업을 하면서 A 교수와 다시 마주쳤다. B 씨는 지난 3월 대구에서 열린 미투 집담회에 참석해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론화했을 때 학교의 태도는 여러 절벽 중에 어느 절벽에서 뛰어내릴지 묻는 느낌이었다. 학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가해자와 교수들에 둘러싸여 합의 도장을 찍으라는 강요를 받았다”고 말했다.

경북대에 따르면, 당시 A 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는 꾸려지지 않았고, ‘자율 징계’라는 규정은 없다.

문성학 경북대 교학부총장은 “공식적으로 징계는 없었다. 단과대에서 자율적으로 징계 성격의 페널티를 준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자율 징계라는) 그것도 처음 듣는데, 당사자들끼리 어떻게 (처리)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북대학교는 지난 2005년 4월 ‘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고, 성폭력 상담소와 성폭력대책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A 교수는 지난 2017년 성폭력상담소가 인권센터로 이전되기 직전 상담소장을 맡았다.

▲여성단체와 면담 중인 문성학 교학부총장(왼쪽 두번째)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당시에도 관련 규정과 상담소가 있었지만 이런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며 “경북대 본관은 사건을 재조사하고, 당시 합의를 종용한 2차 가해 교수들까지 징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피해자와 보호와 2차 피해 방지 ▲사건 재조사와 가해자 및 2차 가해자 징계 ▲학내 성폭력 실태 전수 조사 ▲종합적인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경북대는 이날 대학본부 보직을 밭았던 A 교수의 보직을 해임하고, 추후 진상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문성학 부총장은 “진상 조사를 한 뒤, 학교 규정과 법에 맞게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며 “이 사건에 대해 절대 가볍게 생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뉴스민>은 사실 확인을 위해 A 교수가 근무하던 대학 본부 부서와 연구실 등으로 수차례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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