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조사위, “아트스퀘어 검열 사태, 대구시 공무원 개입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발표···“5월 중 관계자 조치 권고 예정”
대구시, "간섭하지 않는 게 원칙...다시 이런 일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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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8 19:10 | 최종 업데이트 2018-05-08 19:10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공동위원장 도종환, 신학철)가 대구아트스퀘어 블랙리스트 사태 조사 결과, 대구시 공무원의 개입이 있었다고 밝혔다. 대구아트스퀘어 블랙리스트 사건은 지난해 10월 전시 행사 준비 과정에서 ‘사드’, ‘세월호’, ‘박정희’ 등을 다룬 작품이 전시 출품에 배제되며 발생한 예술 검열 사태다.

8일 오전 11시, 진상조사위는 대구시 검열 사건을 포함한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전시 행사를 준비하는 조직 회의와 실무진 회의에서 대구시 공무원이 권한을 넘어서는 개입을 했다.

진상조사위는 “대구시 공무원이 행사 전에 있었던 조직위 회의 및 실무진 회의에서 전시내용과 관련된 발언을 하는 등 권한을 넘어선 개입이 있었음이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보고서 갈무리 화면

이어 “이 사건은 박근혜 정부 종료 후 발생했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 적용이 문화예술계 좌파 배제라는 국정 기조에서 출발해 당시 야당 지지자나 정부 비판, 세월호 등 시국선언 참여자 등을 배제하는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당시 양상과 궤를 같이한다”라고 설명했다.

진상조사위는 “이 사건의 피해 작가들은 청년작가들로 소위 블랙리스트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지만, 박근혜 정부 시기 추진되었던 블랙리스트 배제 방식과 유사하게 피해를 입었다. 이는 전 정부의 정책 기조가 대구시 및 주최 측에 그대로 잔존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검열 사태 피해 당사자인 박문칠(40) 감독은 “대구시가 부당한 개입을 했다는 게 확인된 만큼 앞으로 시 행정이나 정치가 예술에 개입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라며 “예술계 종사자들도 자발적인 자기 검열을 안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7일 대구엑스코 앞에서 열린 작가 검열 반대 기자회견

진상조사위는 5월 중 대구시 검열 사태 관련 후속 조치 권고 사항을 결정할 계획이다. 진상조사위는 문체부에 검열 관련자에 대한 수사의뢰 권고나 징계 권고를 할 수 있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처벌에 대해서는 권고 수위를 검토해서 5월 안에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 의뢰 등을 권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만수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행사에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게 저희 입장이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그렇게(대구시 공무원의 부당 개입) 났다면 시에서도 여기에 따른 것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라며 "시각과 관점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좀 더 면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행사 주최 측인 대구아트스퀘어 조직위원회 회의가 열린 지난 10월 13일, 당시 이 자리에 참여한 대구시 공무원 A 씨가 경북 성주군 사드 갈등을 다룬 박문칠 감독의 작품 <파란나비>를 문제 삼으며 검열 사태가 불거졌다. 이날 조직위 회의 이후 열린 실무진 회의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얼굴이 포함된 설치작품(윤동희, <망령>)이나 세월호를 언급한 작가노트(이은영,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 등도 전시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박문칠, 윤동희, 이은영, 김태형 작가가 행사 보이콧을 선언했고, 행사를 담당했던 협력큐레이터도 사퇴했다.

대구시는 작가들의 보이콧에도 작품 검열 사태에 대구시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월 7일 행사 개막식에 참여한 권영진 대구시장은 작품검열 사태에 대한 질문에 “대구시는 행사를 지원하고 개입하지는 않는다. 운영은 민간에서 다 한다. 전시하라 말라 하지 않는다. 관이 개입하면 예술을 망친다”라고 답한 바 있다.

대구아트스퀘어는 작품 판매를 위한 ‘대구아트페어’, 청년 예술가들이 참여한 ‘대구청년미술프로젝트’ 행사로 구성됐고, 지난해 11월 8일부터 12일까지 열렸다. 대구아트스퀘어 조직위원회는 청년미술프로젝트 운영위원회(6명), 대구아트페어 운영위원회(6명), 조직위원장 총 13명이다. 대구아트스퀘어 행사에는 대구시 보조금 4억 5천만 원이 지원됐다. (관련기사: “사드만 아니면 다른 이슈는 다 괜찮아” 대구YAP 검열 과정 녹취록 공개, 정부 바뀌어도 대구시 주최행사에선 ‘사드’, ‘세월호’ 예술작품 안 된다?, “검열의 명복을 빈다” 대구예술 장례식…권영진 시장 “간섭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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