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짚어보는 대구교육감 선거…‘단일화’, ‘무기력한 진보’

우동기 교육감 불출마하자 쏟아진 출마자들
정책 쟁점 주목받지 못한 선거···정책보단 '자질론' 공방
진보·개혁성향 후보가 더 많이 출마한 유일한 곳,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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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8 15:38 | 최종 업데이트 2018-06-18 15:38

6·13지방선거에서 강은희(53)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대구교육감에 당선되자 진보진영에서는 실망스러운 반응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들은 투표권 확대와 강은희 교육감 당선인의 당선 취소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넣었다. 경북·대전에서도 보수 성향 교육감이 당선됐지만, 유독 대구에서 우려가 큰 이유는 강은희 대구교육감 당선인이 박근혜 정부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한일 위안부 합의 후 조치에 연관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경쟁 상대였던 김사열(61) 경북대학교 교수, 홍덕률(60) 대구대학교 전 총장을 향한 책임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이 보수우파 후보 1인과 중도·진보 성향 후보 2인 간 경쟁이라는 구도에서 ‘단일화’에 합의하지 못했다. 두 후보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우동기 교육감 불출마하자 쏟아진 출마자들
초반 보수 단일화 ‘적신호’
진보 교육감 주자들 서로 출마 떠밀어

2017년 12월 21일, 우동기(66) 현 대구교육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3선에 도전하지 않을 특별한 이유가 없어 뒷말이 무성했다. 당시 강은희 당선인은 출마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언론은 김사열 교수, 홍덕률 전 총장, 이태열(64) 전 남부교육장, 김태일(63) 영남대학교 교수, 신평(62) 경북대학교 교수, 정만진(63) 전 교육위원, 김선응(65) 전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등을 출마 예상자에 올렸다.

우 교육감 불출마 선언 이후 출마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월 18일 이태열 전 교육장을 시작으로 2월 1일 강은희 전 장관, 2월 4일 김사열 교수의 출마 선언이 뒤를 이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 후보로 출마했던 정만진 전 교육위원도 2월 12일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자 윤곽이 드러나자 단일화 이슈가 떠올랐다. 초기에는 보수 진영 단일화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보수 교육감 단일화 기구가 난립했다. 전교조 반대 및 미래창의교육을 위한 좋은교육감추대국민운동본부(교추본), 이런교육감선출본부(이선본),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 등이다. 단일화 기구(혁신교육감대구네트워크)가 하나인 진보 진영과 대조됐다. 혁신교육감네트워크는 대구 진보 성향 61개 단체가 참여했다.

보수 후보 두 명이 다투는 상황에서 단일화 기구도 난립하자, 진보 진영에서는 낙관적인 반응이 나왔다. 우동기 교육감이 출마하지 않았고, 보수 측 두 후보가 ‘약체’라는 판단이 있었다. ‘범진보’ 측에 출마자가 단일화 과정에서 경쟁한다면 흥행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진보 단일화는 다른 의미에서 흥행했다. 물망에 오른 후보들이 ‘도미노’처럼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 먼저 신평 교수가 2월 12일 정만진 전 교육위원을 지지하면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 후 정 전 위원과 김태일 교수는 혁신교육감네트워크 단일화 과정에 참여했다. 단일화 과정을 거치려던 차에 예비후보 등록까지 했던 정 전 위원이 3월 5일 김태일 교수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했다.

혁신교육감네트워크는 경선을 통해 단일 후보를 확정한다는 계획을 수정했다. 3월 13일 경선이 아닌 찬반투표로 김태일 교수를 혁신교육감 단일 후보로 정했다.

▲김태일 영남대학교 교수

시민 단체, 진보 단일 후보 선정했으나
진보·개혁 성향 후보 다수 출마
단일 후보가 나서서 다른 후보 단일화 요청···실패

단일 후보가 된 김태일 교수와 네트워크 측은 다소 갈등을 겪었다. 김태일 교수가 김사열 교수와 단일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혁신교육감네트워크는 단일화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김사열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김태일 교수는 3월 21일 김사열 교수에게 단일화를 제안했다. 김태일 교수는 단일화가 시급한 상황이고, 김사열 교수와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혁신교육감네트워크는 당혹감을 드러냈고, 김사열 교수는 정확한 의사를 표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3월 22일 홍덕률 전 총장이 교육감 출마 의사를 밝혔다. 홍 전 총장은 대구대 재단의 비상 상황이 해결됐다며, 대구교육감 후보로서는 가장 늦은 출사표를 냈다. 홍 전 총장은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단일화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교육감 선거에서는 진영 논리나 선거 공학적인 단일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태일 교수는 3월 23일 김사열 교수와 홍덕률 전 총장에게 “대구 교육 혁신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라며 3자 단일화를 제안했다.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단일화 협의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판단도 있었다. 홍 전 총장은 다시 “정치권에서 하는 정치공학적인 접근이나 정파적인 접근은 국민에게 외면받을 수도 있다. 교육현장에까지 진영논리와 정파 싸움이 진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며 선을 그었다.

홍 전 총장이 출마를 선언하자 단일화 구도는 복잡해졌다. 진보 성향 단체들은 이미 단일화 기구인 혁신교육감네트워크를 통해 단일 후보를 선정한 상황이었다. 3월 28일, 혁신교육감네트워크는 “단일 후보를 만들었으니 네트워크 취지를 이뤘고, 후보 중심으로 단일화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야 할 때”라며 출범 49일 만에 해산했다. 해산하기에는 성과가 없다는 이견도 있었다.

단일화에 성공한 것은 보수였다. 강 전 장관과 이 전 교육장은 경선인단 참여 단체를 두고 다소 갈등을 겪었지만, 4월 2일 이 전 교육장이 예비후보에서 사퇴하면서 자연스럽게 강 전 장관이 단일 후보가 됐다. 이 전 교육장은 “교육 활동만 하다 보니 인지도가 낮다”라고 설명했다.

보수 단일화가 끝난 당일, 세 후보는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다. 김태일 교수는 “단일화가 교육 혁신의 열쇠”라고 강조했고, 김사열 교수는 “자연스러운 시기가 올 것”, 홍덕률 전 총장은 “시민에게 나를 설명할 시간도 없었다.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김태일 교수 혼자서 김사열·홍덕률 후보 단일화를 끌어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태일 교수는 4월 3일, 대구교육감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교수는 “3자 후보 단일화에 관한 ‘마지막 제안’을 했는데 돌아온 것은 두 후보의 응답이 아니라 ‘보수 후보의 단일화’ 소식이었다”라며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저 자신이 먼저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 후보 단일화의 마중물이 되는 것밖에 없다. 남아있는 두 분의 후보 단일화는 꼭 이루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큰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 주목받지 못한 선거···정책보단 ‘자질론’ 공방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도 나섰으나 단일화 실패
진보·개혁 후보가 보수 후보보다 더 많이 출마한 유일한 곳, 대구
단일화 무산 후 김사열-홍덕률 간 공방

이후 5월 25일 본 후보 등록일까지, 몇 차례 단일화 쟁점이 불거졌다. 마땅히 이목을 모으는 다른 쟁점도 나오지 않았다. 대구교육감 선거에서는 후보별 정책 대결보다는 강은희 후보의 교육감 ‘자질론’을 중심으로 문제가 불거졌다. ‘무상급식’ 등이 크게 떠올랐던 2010년 지방선거와는 달랐다. 강은희 전 장관도 중학교 무상급식 도입을 주장할 정도였다. 이미 대구교육청은 대구시와 협의를 통해 2019년부터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이 9부능선을 넘은 상황이기도 했다. 잠시 떠올랐던 정책으로는 강은희 후보의 ‘1학급 2교사제’, 김사열 후보의 ‘무상 교복’ 등이 있다.

▲3일 오후 3시 대구시 북구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대구경북인터넷기자협회 주최로 6.13지방선거 대구시교육감 예비후보자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김사열, 강은희, 홍덕률 예비후보가 참석했다.

5월 16일, 김사열 교수는 강 전 장관의 자질론을 제기하며 홍덕률 전 총장에게 단일화를 제안했다. 홍 전 총장은 “진영 논리를 떠난 단일화라면 검토하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본 후보 등록 직전인 23일, 대구시민 910명이 단일화를 촉구했다. 같은 날 김사열 교수도 홍덕률 전 총장에게 단일화 재검토를 요청했다. 홍덕률 교수는 “제안 방식이 기성 정치권의 언론플레이를 연상시킨다”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단일화에 적신호가 켜지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생존자 이용수(90) 할머니도 나섰다. 이용수 할머니는 5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강은희 전 장관의 후보 사퇴와 사죄를 촉구했다. 강 전 장관 측 ‘위안부’와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다른 두 후보는 적극적으로 강 전 장관의 자질론을 제기했다.

6월 1일, 44개 대구 시민단체가 다시 단일화를 촉구했다. 강은희 전 장관이 가장 유력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던 때였다. 압박 강도가 높아지자 홍 전 총장은 3일 “정치인에 맞선 교육자 간 단일화에 공감한다”라고 해, 단일화 물꼬가 트이는 듯했다. 두 후보는 여론조사 방식을 통한 단일화에 공감했지만, 구체적인 문항에 합의하지 못했다.

4일, 배한동 전 전국국공립대학 교수협의회 상임회장 등 교육계 원로 7인이 단일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같은 날 대구시 중구 2·28운동기념공원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일인시위에 들어간 이용수 할머니도 두 후보 단일화를 요구했다. 이날 저녁 두 후보는 마지막으로 만나 담판에 들어갔으나, 합의하지 못하고 단일화는 최종 무산됐다.

단일 진보 후보와 복수의 보수 후보가 경쟁했던 경북은 대구와는 달랐다. 현직 이영우(72) 경북교육감이 3선 연임으로 출마할 수 없어 출마 여부는 변수가 아니었다. 또, 경북은 ‘진보’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출마를 꾸준히 준비한 후보도 있었다. 경북 민주진보 단일 후보인 이찬교(59) 경북교육감 후보는 출마를 위해 2017년 8월 명예퇴직했다. 41여 개 단체가 결성한 ‘경북교육희망만들기’는 지난해 12월 단일 후보 선출을 마쳤다. 이후 이찬교 후보는 경북 곳곳을 다니며 지지단체와 접촉면을 넓히며 공약 등 선거 준비에 충실했다. 우동기 교육감 불출마 선언 이후 출마자들이 쇄도한 대구와는 사정이 달랐다.

후보 단일화가 최종 실패한 점은 대구 시민사회의 과제로 남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시·도 중 진보·개혁 성향 교육감 후보가 보수 성향 교육감 후보보다 많이 출마한 곳은 대구가 유일했다.

단일화가 무산되자 김사열·홍덕률 후보 간 공방이 나왔다. 김 교수는 홍 전 총장의 교비 횡령 관련 벌금을 낸 사건을 지적했다. 홍 전 총장 측은 김 교수가 끝나지 않은 여론조사를 공표했다며 선관위에 조사를 의뢰하고, 투표 직전인 6월 1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김사열 교수를 고발했다. 김사열 교수는 여론조사 공표 관련 과태료 1,500만 원을 부과받았다.

6월 13일 투표 결과, 투표수 1,172,217표 중 김사열 후보가 434,235(38.09%)표, 강은희 후보 464,296(40.73%)표, 홍덕률 후보가 241,285(21.16%)표를 얻어 강은희 후보가 최종 당선됐다. 강 후보는 2순위 득표자인 김사열 후보보다 8개 대구 구·군 중 북구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더 많은 표를 얻었다. 표 차가 도드라진 곳은 중구(3.619표 차)·서구(4,037표 차)·남구(8,086표 차)다. 전체 표 차 30,061표 중 중구·서구·남구에서 15,742표(52.3%)의 차이가 났다.

만 18세 참정권 실현을 위한 6·13지방선거청소년모의투표운동본부가 실시한 모의 투표에서는 김사열 후보가 39.4%로 강은희 후보(36.5%)를 이긴 결과가 나왔다. 이 모의 투표에 참여한 대구지역 청소년은 1,483명(온라인 676명, 현장투표 807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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