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55.8세 의성에서도 민주당 경북도의원 당선자가 나왔다

[인터뷰]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경북도의원(의성1선거구) 당선인
“민주당에 기회 준 경북도민 감사…팀플레이 보여줄 것”

14:42

6.13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회 선거 이후 23년 만에 지역구 광역의원 당선자를 배출했다. 모두 7명이었는데 구미 3명, 포항 2명, 칠곡 1명, 의성 1명이다. 구미, 포항, 칠곡은 경북에서 젊은 축에 속하는 도시들이지만, 의성은 경북에서도 가장 평균 연령이 높은 지역이다. 21일 임미애(52) 경북도의원 당선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경북 의성군 의성읍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민주당 임미애 경북도의원 당선인

임미애 당선인은 당선 이유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의 성의 없는 공천”을 꼽았다. 임 당선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대화, 남북 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고 평가했는데, 이는 의성읍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과도 같았다. 특히, 60대 이상 시민들은 남북 관계 개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평균 연령 55.8세인 의성에서 여성 정치인이 도의원 선거에서 당선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해 임 당선인은 “구도가 좋았다”, “자발적 지지자들이 많이 도와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도만으로는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이날 임 당선인과 인터뷰를 마치고 의성읍에서 여러 시민들을 만나 “이번에 민주당 도의원 당선자가 나온 것을 아느냐”고 질문하자 한결같이 “그럼, 임미애지. 똑똑하니까 뽑아줬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임 당선인을 뽑지 않았다는 시민도 “견제가 되려면 민주당 도의원 당선자가 나온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임 당선인은 다른 당선인들과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성군의회에 들어갈 때 이미 한 번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임 당선인은 “사람들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까 저도 책임감 때문에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 일 진행이 안 됐다. 다른 의원들이 전혀 협조하지 않는 거였다. 어떤 제안을 해도 ‘결국 너 얼굴 내려고 하는 것 아니냐’, ‘정치적인 이유 아니냐’고 받아들이더라. 그다음부터 방식을 바꿔서 소속이 다르더라도 질문할 것을 공유하고 같이 했다. 그러니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더라”고 군의원 당시 활동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 당선인은 “개인적으로는 청년 농업인 육성과 지원에 관한 일들에 관심이 있다. 또, 어느 지역이든지 여성이 살기 좋아야 그 사회는 지속가능한 사회라고 본다. 보육과 교육뿐만 아니라 여성 인권 면에서 여성 친화적인 도시로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지역구 도의원 당선자 7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기도 하다. (전체 54명 가운데 여성 3명)

‘소는 누가 키울 것이냐’는 실시간 질문에 임 당선인은 “지금은 제가하고 있지만, 도와주실 분을 찾았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웃으면서 “일할 기회를 얻은 게 크다. 민주당에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일을 잘해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경북 의성군 의성읍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민주당 임미애 경북도의원 당선인

Q. 그동안 경북은 섬처럼 여겨졌는데 이번에는 민주당 도의원 당선자가 9명(지역7+비례2)이나 나왔고, 기초의원 당선자도 대거 나왔다.
-섬 아니다. 지도를 보면 단체장 중심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빨갛게 보이는데 그건 좀 잘못된 것 같다. 경북 지역에 민심 변화가 굉장히 컸다. 도의원만 해도 당선된 분이 9분이다. 기초는 출마한 분이 거의 당선 됐다. 단체장에서 드러나는 성과가 없어서 그렇지, 떨어진 분 중에서 장세호 칠곡군수 후보는 1,999표 차이로 떨어졌다. 굉장히 잘 싸운 거다. 저희가 준비가 안 돼서 후보를 더 많이 못 내서 성적이 이런 거지, 제가 볼 때 준비를 더 해서 출마자를 냈다면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냈을 것이다.

Q. 이번 선거에서 많은 지지를 받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번 선거 일등 공신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경북도민들이 가진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을 대통령께서 없애줬다. 북미 대화, 남북 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문재인 정부에 좀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여론을 만들어 나갔다.

두 번째는 전체적으로 자유한국당이 이 지역을 자기네 텃밭이라고 여겨서 그런지 공천 과정에서 오만함을 좀 많이 드러냈다. 부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후보도 그냥 공천했다. 지역 주민들이 그동안 보여준 자유한국당에 대한 애정에 비하면 너무 성의 없다고 해야 할까. 그러다 보니 민심이 더 등 돌린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동안 민주당 후보들이 준비해 온 게 또 많다. 떨어지긴 했지만, 자기 지역에서 차근차근 준비해온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에 좋은 결과를 내지 않았나 싶다.

Q. 민주당 지역구 도의원 당선자를 보면 구미, 포항, 칠곡 등은 경북 평균 연령(43.8세)보다 젊은 지역이다. 그런데 의성은 경북에서도 가장 평균 연령이 높은 곳이다. (55.8세) 이런 의성에서 당선된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선거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구도다. 그다음이 인물이다. 일단 구도가 괜찮았다. 자유한국당 후보가 상당히 약체라고 해야 하나. 당 지지율 정도도 못 얻었었다. (민주당 임미애 34.93%, 자유한국당 신영호 32.88%, 무소속 이왕식 32.17%) 제가 좀 늦게 출마했고, 선거운동 기간이 딱 한 달이었다. 그런데 다니면서 저보다 먼저 누군가가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발적으로 도와주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다. 자발적 지지자들이 제가 동네에 들어가면 ‘아 누가 전화했었다’, ‘누가 다녀갔었다’ 이랬다. 지역에서 보면 일등공신은 자발적인 지지자들이었다. 이분들이 움직이게 된 동력은 더 이상 이렇게 고립되어서는,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Q. 재선 의성군의원을 지낸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인지도는 좀 있었다. 다른 후보 둘은 전직 도의원들이다. 저는 군의원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고. 인지도 면에서는 그분들보다 약하긴 하지만, 전혀 낯선 인물은 아니었으니까.

Q. 다른 언론과 인터뷰를 보니 군수에 도전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웃음) 아니다. 군수 도전은 제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주민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긴 한다. 지역 입장에서는 선거를 통해 사람을 지속적으로 키워내야 하고, 이제 그런 면에서 제가 보이기 시작한 것뿐이다. 다음에 군수 도전해보라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지금은 도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잘하는 것도 버겁다고 말씀드린다. 지금 발등에 떨어진 불은 우리 지역 주민들뿐만이 아니라 민주당에 대한 경북 주민들의 기대치를 어떻게 충족시켜줄 것인가다.

Q. 의정활동을 어떻게 해나갈 생각인가.
언론에서 자꾸 이렇게 묻는다. 의정활동 경험이 전혀 없다. 당선자 9명 전원이 초선이다. 화요일(19일) 첫 번째 모임을 했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한 팀이다’, ‘의회는 팀플레이다’라는 걸 공유했다. 그런 바탕에서 일하려고 한다. 제 개인적으로는 청년 농업인 육성과 지원에 관한 일들에 관심이 있다. 또, 어느 지역이든지 여성이 살기 좋아야 그 사회는 지속가능한 사회라고 본다. 보육과 교육뿐만 아니라 여성 인권 면에서 여성 친화적인 도시로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다.

Q. 의성이 인구소멸위험도시로도 꼽히고, 경북 곳곳에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대학을 유치한다는 공약도 그런 차원인가.
-정부가 청년 농업인 육성을 위해 농수산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이 상태로 가면 농업 인력이 고령화돼서 후대가 양성되지 않는다. 농업이 지속 가능한가 문제는 지방이 지속 가능하느냐는 문제와 결코 떨어질 수 없다. 그래서 농수산대학을 운영하는데 한 해 졸업생이 약 300명인 걸로 알고 있다. 이분들 다 졸업해서 정착하더라도, 전국 시군에 한두 명만 돌아간다. 1년에 의성으로 한두 명 들어온다고 청년농업인이 양성될 수 없다.

농수산대학이 수원에 있다가 전라북도 전주로 옮겼다. 그러면서 호남권 학생은 많이 진학한다. 상대적으로 영남권은 진학률이 떨어지고. 그래서 정부가 농수산대학을 멀티캠퍼스화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만들어야 하는 캠퍼스는 영남캠퍼스다. 그중에서도 농업 중심지인 경북 북부, 북부 중에서도 의성이 준비해서 반드시 유치하겠다는 게 제 포부다. 없는 걸 만들겠다는 게 아니라 이미 계획되고 있는 걸 우리 지역에서 구현해보겠다, 이런 의미다.

Q. 실시간 방송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어 질문도 실시간으로 들어왔다. 도의회에 들어가시면 소는 누가 키우나?
-지금은 제가 하고 있다. 일을 도와주실 분도 구했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된다. 일할 기회를 얻은 게 크다.

Q. 경북 기초단체장 가운데는 장세용 구미시장이 당선됐다. 정치 선배로서 처음 당선된 분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린다는 질문이 올라왔다.
-선배가 아니다. 저는 작은 군에서 군의원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제 경험 가지고 일반화하거나 조언할 만큼의 내공은 아니다. 다만 서두르지 않으면 장세용 시장도 그렇고 다른 의원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만 없으면 잘 할 것이다. 제가 의회에 처음 들어갔을 당시 열린우리당으로 경북 처음이었다. 사람들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까 저도 책임감 때문에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몇 달을 지냈는데 아무것도 일이 진행이 안 됐다. 다른 의원들이 전혀 협조하지 않는다. 어떤 제안을 해도 의원들이 ‘그거 결국은 너 얼굴 내려고 네 낯내려고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식이었다. 예산에 관해서도 그렇다. 아무리 꼭 필요한 예산이라고 주장해도 타당성으로서 받아들이는 게 아니었다. 저 사람이 어떤 정치적인 이유에 의해서 저렇게 나오는 거라고 받아들이는 거였다. 그래서 깨달은 게 의회는 내가 잘나 보이려고 일하면 되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였다. 그다음부터 일하는 방식을 좀 바꿨다. 당 소속이 다르다 하더라도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을 꾸준히 찾아 나가야 한다. 제가 먼저 자료를 보거나 먼저 질문할 거리가 있으면 다른 의원님한테 먼저 이야기를 했다. 그전에는 제가 질문해서 길어지면 다들 한두 분씩 나갔다. 그러면 공무원하고 저만 앉아서 이야기하고 있더라.

그래서 같이 참여하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포스트잇에 써서 같이 질문 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한 4년 정도 하니까 자리를 뜨는 분도 안 계시고, 어떤 예산 논의에서도 관심을 가지더라. ‘당은 다르지만 민주당 의원이 합리적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그러고 나니 다음 선거에서 민주당 비례 당선에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도와주셨다. 민주당 한 사람 더 있어도 되겠더라는 거였다.

Q. 민주당이 조금만 더 준비됐으면, 더 많이 당선됐을 터라고 이야기했다. 민주당이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까, 바라는 점이 있나?
-중앙당, 관심 가져주세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경북도민들한테는 감사합니다. 저희한테 기회를 주신 거거든요. 민주당에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일을 잘함으로써 보답해 드리겠습니다. 이 얘기를 꼭 드리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