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NGO활동가 인터뷰] (12)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여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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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2016년부터 대구에서는 대구시 주최, 대구시민센터 주관으로 ‘대구청년NGO활동확산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NGO(비정부기구)를 통해 청년들의 공익 활동 경험을 증진시키고, 청년들의 공익 활동이 NGO단체에는 새로운 활력이 되고자 합니다. 2018년에는 18개 단체와 18명의 청년이 만나 3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뉴스민>은 대구시민센터가 진행한 청년NGO 활동가 인터뷰를 매주 화요일 싣습니다. ‘청년NGO활동가확산사업’ 블로그(http://dgbingo.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어이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단체를 방문했을 때 여수현 청년활동가는 한국어 수업을 진행 중이었다. 각자의 언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을 능수능란하게 대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로 단체에는 활기가 넘쳤다.

▲여수현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 [사진=김보현]
Q. 오늘은 어떤 일을 했나?
오전에 이주 난민 진료를 위해 통역가로 병원에 갔다. “통역가분, 들어와 주세요. 배를 부풀려달라고 말해주세요”라고 얘기하시길래 한국말로 “사란, 사란(이주민분 성함) 배 빵빵”이라고 바디랭귀지와 함께 말했다. 모두 다 웃으셔서 부끄러웠다.

Q. 단체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는가?
‘레인보우 스쿨’에서 한국어 수업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중국어를 사용하는 친구들이 가장 많다. 주말에는 가정폭력상담원 교육과정을 듣고 있다. 바쁘긴 하지만 하기 싫은 건 절대 안 하는 스타일이라 즐겁게 하고 있다.

Q. 수업을 직접 맡아서 하는 것은 힘들지 않은가?
가르치는 일 자체는 나와 잘 맞았지만 어릴 때 원하지 않는 학원을 다니면서 힘들어했던 제 모습이 생각나면서 학생들에게 영어공부를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일을 그만두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또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입시위주의 학원과는 다르기도 하고 정말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

Q. 어떻게 학원 강사를 시작했나?
깊은 고민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취업 준비하면서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했었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전임 강사로 일을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어 교사에 관심을 가졌었다. 한국어 원어민이라는 생각에 쉽게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짧았다. 한국어 문법 너무 어렵다. 한국어양성과정 수업을 들으며 3급 자격증을 준비했는데 쉽지 않더라. 자격증을 따지 못하고 작년 한 해를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들은 수업을 토대로 지금 너무 잘 써먹고 있다. 그때 그 과정을 들어놓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요새 뿌듯하다,

Q. 청년NGO활동가를 신청하게 된 계기가 있나?
학원을 그만두고 공백이 좀 있었다. 그 공백 동안 힘들었다. 중·고등학교 때 계속 공부하라는 소리는 들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라는 말은 잘 못 들었다. 성인이 되어보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잘 모르겠더라.  ‘뭘 해야 될까?’라는 고민을 계속했다. 그래서 남들은 나를 취준생이라고 불렀지만 나는 취준생이 아니었다. 취준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웃음)

방향을 못 잡아서 헤매던 무렵 우연히 친구가 “학교에 다닐 때 유니세프, UN에 관심이 있었잖아”라고 얘기해줬다. 생각해보니 중학생 때는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있어 특수교사를 꿈꾸기도 했더라. 그때부터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이 사업을 알게 됐다. 모집 마감 3일 전에 확인하고 급하게 그래도 열심히 적어서 냈다.

Q.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활동하게 됐다는 연락을 받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처음에는 ‘영어를 잘 못하는데…’라는 걱정을 했다. 하지만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건 나에게 그닥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오늘 병원에 갔을 때는 난민 분이 아기를 데리고 와서 내가 봐줘야 했는데 함께 노는 게 재밌었다. 애기를 잘 봐서 다른 분들이 ‘미스 맞냐?’고 묻더라(웃음)

Q.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의 분위기는 어떤가?
가정폭력, 성폭력 등을 경험한 이주민 대상으로 상담, 법률지원, 의료지원 등을 해주고 있으며 난민들을 대상으로도 생활용품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나아가 여성 인권운동도 하고 있으며 한국으로 중도입국한 청소년들을 위해 레인보우 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레인보우 스쿨에는 한국어반, 검정고시반뿐 아니라 음악, 미술, 체육과 같은 다양한 수업이 있어, 청소년들이 한국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있어서 단체가 늘 북적북적한 편이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10대들이다. 1시부터 3시까지 2시간 수업하고, 혹시 자원봉사하러 오는 선생님들이 예기치 않게 빠지면 대타로 들어가기도 한다.

▲이야기를 마치고 자습을 하고 있던 학생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이 안 찍으려고 도망을 갔는데 정작 사진은 굉장히 잘 나왔다. [사진=김보현]

Q. 수업 분위기는 어떤가?
타국에서 살다가 중도에 부모의 결혼 등을 이유로 입국한 아이들이다. 한국어를 잘 못해서 이곳에 와서 배우는데 초졸, 중졸인데도 인증을 못 받으면 시험을 쳐야 한다. 검정고시를 준비하기도 한다. 수업할 때는 굉장히 바쁘지만 학생들을 보는 건 되게 좋다.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다양한 언어로 말을 하니까 휘어잡는 데 어려움이 있긴 하다. “더워요, 물 먹어요”라고 하면 알아듣지만 “더우니까 물 먹어요”라고 하면 잘 못 알아듣는다. 이런 팁을 하나씩 터득하고 있다. 수업이 마치 노는 것처럼 즐겁다.

Q. 5개월 활동의 목표가 있다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학생들이다. 아이들에게 마음이 없거나 관심이 없으면 교육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 한국어를 더 잘 가르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5개월 동안 최대한 열심히 가르치고 싶고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주고 싶다. 그리고 아이들이 너무 예쁘다. 정이 벌써 많이 들어서 5개월의 끝을 생각하면 벌써 눈물도 난다. 아이들과 소풍도 가보고 싶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마음이 많다. 요새는 집에 가서 한국어 수업 내용을 공부하고 교구를 만든다. 아이들이 좋아해 주니 뿌듯하다.

최근 미투 관련 언론 모니터링을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했고, 주말에는 가정폭력상담 교육을 듣는데 상당히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잘 몰랐던 부분을 많이 공부하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