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부모의 고백, “네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7일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 <커밍아웃 스토리> 북콘서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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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8 10:44 | 최종 업데이트 2018-07-08 10:46

아들이 2016년 커밍아웃했을 때 비비안(활동명) 씨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저녁을 준비하는데 아들이 편지를 건넸다. 거기에는 "저는 동성애자예요"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며칠 전 중대발표를 하겠다기에 머리를 굴려 봤었는데, 그것이 커밍아웃일 줄은 몰랐다. 옆에 있는 남편(지미, 활동명)도 말문이 막히기는 마찬가지였다.

승무원인 비비안 씨는 커밍아웃 다음 날 복잡한 심경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호텔에서 성소수자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아들이 권한 영화 <바비를 위한 기도>도 봤다. 부모에게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부정당한 바비가 자살하는 내용이었고, 비비안 씨는 결심했다. '내 아이를 내가 부정할 수는 없다'

남편과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나가기로 했다. 남편은 편지를 읽은 뒤 사흘 뒤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참여했다. 같은 상황의 부모는 물론, 아들과 같은 성소수자도 만날 수 있었다. 그들과 만남을 이어가며 비비안 씨는 편지를 읽은 그때 왜 그렇게 슬펐었는지 새삼스러웠다. 아들은 아무 잘못이 없었다. 문제는 세상이었다. 비비안 씨는 아들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6월 11일,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비비안 씨와 같은 성소수자 부모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엮어 책을 냈다. <커밍아웃 스토리>(한티재 출판)에는 성소수자 자식을 둔 부모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비비안 씨와 지미 씨는 '아들이 혐오와 차별을 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책에도 글을 실었다. <커밍아웃 스토리>에는 이들 외에도 자식의 커밍아웃을 듣고는 혹시나 교육을 잘못했나 하며 자책했다는 이야기도, "쫓겨날 줄 알고 숨겼냐"며 대수롭지 않은 척 받아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자식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자식의 든든한 응원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부모의 반응이 두려워 아직 부모에게는 커밍아웃하지 못했다는 성소수자의 이야기도 나온다.

7월 7일,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대구에서 북콘서트를 열었다.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가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맞아 준비한 자리였다. 이날 오후 3시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북콘서트에는 성소수자 부모·성소수자, 대구 시민 80여 명이 모였다. 북콘서트는 참가자들의 열띤 이야기는 2시간가량 이어졌다.

▲7일 오후 3시,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북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비비안 씨는 "커밍아웃을 듣고 아무 말도 못했다. 대면하지도 않고 출장에 갔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아들로선 외로움을 벗어나려고 손을 내밀었는데 이틀이나 모른 척하는 게 큰 상처였을 것 같았다"라며 "내가 너를 힘든 인생 살게 낳아서 미안하다고 했다. 나중에 아들은 그 말도 굉장히 상처였다면서, 누구의 잘못도 아닌 거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지미 씨는 "학생 인권 조례를 없애는 자치단체도 있다. 우리는 그 조례를 지키려는 활동도 한다"라며 "차별금지 법률화가 필요하다. 법은 사회를 이끄는 역할을 하니까 그거라도 생기면 혐오하려고 모이는 일(퀴어축제 반대시위 등)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머니에게 레즈비언이라고 커밍아웃했다는 한 참가자는 "커밍아웃했는데도 간혹 선 자리를 만들어 온다. 그래도 결혼하는 게 편하다는 것"이라며 "이 책에서 부모의 이야기를 보며 오열했다. 엄마랑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라고 말했다.

43살 양성애자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나는 가족에게 숨기고 살았다. 어머니가 70이 넘었고 이제는 이해해 줄 수도 있겠지만, 나 스스로 이제 마음 아프게 못 하겠다"라며 "(커밍아웃은) 나에게는 단절된 일이다. 그런데 예전과 달리 이런 책이 나오는 것도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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