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인권사무소, 경북에도 거점 만들어 인권서비스 확대할 것”

[인터뷰] 이용근 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장

16:32

“25년 전 용달차 타고 추풍령을 넘었는데, KTX 타고 다시 대구로 돌아왔습니다. 저를 키운 고향에서 대구와 경북 주민들께 역량을 다해 인권 서비스를 하겠습니다”

1일 부임한 이용근(59) 신임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장은 2001년 인권위 출범부터 함께했다. 당시 정보통신부 국제협력 담당으로 프랑스에서 유학 중이던 이용근 소장은 고향 땅에서 인권위 설립 소식을 듣고 귀국했다. 프랑스에서 지내면서 민족·성별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없는 모습을 보며 한국 사회 변화를 꿈꾸던 차였다.

▲이용근 대구인권사무소장

대구에서 대학을 마친 이용근 소장은 2002년 사무처 발족과 함께 인권위 근무를 시작했다. 북한인권팀장, 이주인권팀장, 광주인권사무소장, 장애차별조사1과장을 지냈다.

지역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이 소장은 “인권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가치다. 인권 교육도 중요하다. 학생뿐만 아니라 사회지도층도 인권 의식을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권위가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이 소장은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열린 조직이 되어 우려들을 씻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근 대구인권사무소장

이 소장은 대구인권사무소의 경북 업무 강화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경북 거점 지역을 만들어 그 지역 인권단체와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며 “역량을 강화해 주민들에게 혜택이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인권사무소는 대구와 경북의 인권 침해와 차별 사건에 대한 구제 조치, 지역 인권교육 활동 등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정신보건시설, 지방자치단체, 학교와 국가기관(국회·법원·검찰·경찰·국가정보원·군 제외), 공직유관단체 등을 조사할 수 있다.

<뉴스민>은 7일 이용근 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Q. 대구인권사무소장으로서 업무 계획과 방향은?
기본 계획은 연초에 다 마련한다. 기본 계획 외에 대구 중심 업무를 경북에도 확대해 인권서비스를 하려 노력할 것이다. 인권사무소의 큰 역할은 현장성에 있다. 인권 문제가 발생하는 곳에는 언제든지 달려갈 것이다. 지역사무소가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교육이다. 교육청과 협조해서 학생들의 인권 감수성 향상 방안도 고민할 것이다.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이 있다. 이주 인권 측면에서 옳지 않은 말이다. 예전에는 교육 과정에서 ‘단일 민족’을 강조했다. 그것을 강점이라고 가르쳤는데 현실은 다양한 민족 다양한 사람이 어울려 살고 있다. ‘단일 민족’을 학습한 사람은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다.

프랑스에서 이주민으로서 살면서 느꼈다. 거기서는 차별받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아직 ‘다문화’라고 부른다. 인식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주민을 포함해 장애인,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다.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맞아 어릴 때부터 선언문 조항을 배울 기회를 만들고 싶다. 대구시청과 공동으로 세계인권기념 문화행사도 준비 중이다.

Q.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교육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인권이 존중되는 상황에서 교육받아야 하고, 내용이 인권적이어야 한다. 교육받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인권적 시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우선 노인 문제 관련한 인권 강사를 양성할 계획이다. 초고령화 시대에 노인 자살, 빈곤 등 노인 문제는 심각하다. 엄격한 과정을 거쳐 강사단을 양성할 것이다. 교육 관련 협의는 교육감을 만나 구체화할 것이다.

Q. 대구는 희망원 사태를 비롯해 장애인 인권 문제가 발생한 곳이다. 지금도 대구시청 앞에서는 장애인 인권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이 진행 중이다. 대구인권사무소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국가인권위는 장애인 인권에 특별히 관심이 많다. 하지만 지역사무소 단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한계가 있다. 어제(7일)도 시청 농성 중인 장애인들과 만났다. 문제가 빠르게 해소됐으면 좋겠다. 우선 대구시와 장애인 단체가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대구시에는 시민위원회, 인권위원회가 있고, 다른 장애인 단체도 있다. 이분들과도 대화해야 한다.

Q. 경북에는 지역 사무소가 없다. 경북 인권 관련 문제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경북에 몇 개 거점 지역을 만들 것이다. 대구인권사무소가 그 거점의 지역 인권 단체와 네트워킹에도 나설 것이다. 서로 연대해서 서로 역량도 키워내고, 그 역량이 고루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경북은 대구를 중심으로 넓게 퍼져 있다. 경북을 하나로 묶어내는 건 어렵다.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경북도청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 대구시는 인권 관련 전담 부서가 있고, 옴부즈맨 제도도 있다. 경북에는 없다. 도뿐만 아니라 시군구에도 인권전담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들어야 한다. 현황을 좀 더 파악하고 도지사와도 만날 것이다.

Q. 경북은 사드 배치로 아픔을 겪었다. 현재도 갈등을 겪는 사안이다. 이 문제에서 역할이 있나.
사드뿐만 아니라, 용산, 밀양 송전탑 문제, 제주 강정마을처럼 굵직한 국책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주민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드러났다. ‘안보 필요성’과 같은 부분은 인권위가 이야기할 부분은 아니다. 중요한 점은 주민 인권이다. 인권을 고려해 미리 소통하고 공감대가 형성된 다음에 풀어가야 한다. 앞으로도 여러 국책사업이 있을 것이다. 국책사업을 진행할 때는 인권적 측면에서 충분한 대화와 설득을 해야 한다. 불필요한 갈등을 사전에 해소할 방안이 ‘인권’이다.

Q. 마지막으로 강조할 것이 있다면?
인권을 잘 모른다면 거부감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권은 우리 삶에 굉장히 소중한 역할을 한다. 생존에도 중요하지만, 삶이 풍족하다고 인권이 필요 없는 것이 아니다. 밥을 짓더라도 멥쌀만으로 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콩, 찹쌀도 좀 섞으면 더 맛있는 밥이 되듯이 인권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가치다. 가진 자라고 해서 인권이 필요 없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한다. 그래서 누구나 세계인권선언문을 접할 수 있고 또 그 내용을 생활화 활 수 있어야 한다. 인권 교육은 학생뿐만 아니라 사회지도층도 받아야 한다. 주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열린 조직이 될 것이다. 국가인권위를 향한 우려도 있지만,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 더욱 열심히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