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삼성전자서비스 콜센터 상담원들, 노조 출범

상담원-수리 기사 뺏고 뺏기는 '이상한' 인센티브 구조
국정농단 사태 때는 고객센터 전화해 욕하는 고객도
"수리 기사 동료들과 함께 노동자의 권리 찾겠다"

0
2018-08-18 11:18 | 최종 업데이트 2018-08-19 21:24

삼성전자서비스 고객센터 전화 상담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대구에서 처음으로 노조를 출범했다.

17일 삼성전자서비스 고객센터 전화 상담 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주)E2C 소속 노동자들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대구경북지회 E2C대구분회'를 출범했다. 대구, 광주, 수원 콜센터 중 노조 출범은 대구가 처음이다. 이들은 이날 오후 6시 30분, 대구시 달서구 성당동 (주)E2C 대구 콜센터(삼성전자서비스 남대구센터 2층) 앞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삼성전자 콜센터 업무는 지난 1998년 삼성전자 서비스사업부가 삼성전자서비스로 분리되면서 외주화됐다. (주)E2C는 지난 2013년 설립된 협력 업체이며, 현 최을규 대표이사는 삼성전자서비스 이사 출신이다. 수원 300여 명, 광주 500여 명, 대구 200여 명 상담원 중 대구에서만 40여 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수원, 광주 콜센터에도 삼성전자서비스지회로 직접 가입한 조합원이 10명 정도 있다.

▲대구시 달서구 성당동 (주)E2C 대구 콜센터 노조 출범식을 여는 조합원들

삼성전자서비스 고객센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대표번호 '1588-3366'으로 걸려 오는 모든 전화를 받고, 제품 안내나 수리 안내를 하는 것이 콜센터 상담원의 주요 업무다.

이들의 풀타임 1년 차 기본급은 120여만 원, 기술수당, 직무수당 등으로 겨우 최저임금을 맞춘다. 여름 성수기에는 몇 시까지 남아 야근을 해야 할 지 모른다. 주말에도 토, 일을 번갈아 출근한다.

다른 업체 콜센터에서 일하다 3년 전 삼성전자서비스 콜센터에서 일을 시작한 정은선(38) 씨는 "처음 신입 교육을 받을 때도 대기업이니까, 그래도 삼성인데 뭔가 다르겠지라고 생각했다"며 "임금 자체도 낮지만, 최근엔 여름 성수기에 주말까지 일하니까 피로가 누적된다. 보통 다른 업체는 업무 시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전화 연결이 안 되는데, 여기는 전화가 많으면 많은 대로 연장 근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고객에게 자가 수리 해결 건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준다. 막무가내로 수리 기사를 보내 달라고 요구하는 고객과 마찰이 생기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더 많이 성공할수록 콜센터 직원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지만, 건당 수당을 받는 수리 기사의 수당은 그만큼 줄어든다. 콜센터 직원과 수리 기사가 서로 임금을 빼앗아야 하는 구조다.

임시 분회장이 된 최장호(33) 씨는 "인센티브 제도 자체가 절대 평가가 아니라 상대 평가라서 다 같이 잘해도 1명이 많이 가져가게 된다. 수리 기사님들과 경쟁을 붙이는 게 최근 5년 사이에 심해졌다"며 "장기적으로 보더라도 서로 잘 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하는데, 서로 빼앗아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이다"고 꼬집었다.

▲정은선(38) 씨가 적은 내가 노동조합에 가입한 이유

콜센터 업무는 감정노동도 동반된다. 반말, 갑질, 성희롱은 기본이고 최근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졌을 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대신 욕을 얻어먹었다.

정 씨는 "탄핵 시즌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그런 전화가 왔다. 삼성 제대로 하라고 욕하거나, 대구 상담원은 안 받겠다고 하거나. 대기업이라 그런가 회사 욕을 저희한테 하는 건 처음이었다"며 "거기다 대고 죄송하고, 미안하다고 하고 변명해야 하는 상황도 웃겼다"고 말했다.

이들은 ▲삼성전자 직접 고용 ▲저임금 현실화 ▲불합리한 인센티브 제도 폐지 ▲감정노동 관리 메뉴얼 구체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최 씨는 "노동조합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서, 우리에게 제일 필요한 거란 생각이 들었다. 급여체계가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도 모르고, 고객에게 상처를 받아도 케어해 주는 시스템이 없다"며 "최근 제일제당 미풍 공장 사건을 언론을 통해 봤다. 겁이 나기도 하지만 오늘 용기 내 모인 조합원들과 내근, 외근 수리 기사 동료들까지 함께 우리 노동자의 권리를 찾아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노조 출범 기념 케이크를 자르는 최장호 임시 분회장

tele
Print Friendly, PDF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