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이주민인권단체, “이주노동자 임금 차별 법안 안 돼”

"이주노동자 최저임금마저 뺏는 것은 놀부 심보...개악안 폐기"

17:42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제한적으로 적용하자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이주민 인권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23일 오전 10시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동대책위원회’는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침해하는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학용 위원장(자유한국당, 경기 안성)이 대표 발의한 최저임금법 일부개정안은 업종별, 연령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내용이다. 특히 이주노동자가 단순 노무 업무를 수행하거나, 수습 기간 2년 이내에는 최저임금을 따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9일 환노위 엄용수 의원(자유한국당,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도 농업, 축산업 종사 이주노동자는 최저임금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지난 20일 중소기업중앙회도 “외국인 근로자의 업무습득 기간이 내국인보다 오래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최저임금법상 수습 기간을 확대하고 감액 규모를 기간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11년 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온 윤다혜 성서공단노조 이주사업부장은 “성서공단 작은 공장 곳곳에 이주노동자가 있다.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그 공장은 안 돌아간다. 하루에 14시간까지도 일을 한다”며 “일을 해도 그만큼 임금을 못 받을 때가 많다. 월급을 달라고 하면 ‘출입국에 신고하겠다’, ‘강제추방하겠다’고 협박한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제는 그 임금마저도 깎겠다고 한다. 한국 노동자이든 이주노동자이든 같은 노동자로서 인간적인 차별이 없어야 한다. 권리를 보장받아야 마땅하다. 이주노동자들이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경미 부울경공대위 대표는 “기술지도(E-4)연수생이 주야간 맞교대로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했는데, 하루 임금 1만7천 원을 받았다. 11개월 일했는데 임금체불만 2,500만 원이 발생했다”며 “현실이 이런데 이것조차 모자라 이주노동자 수습 기간을 도입해서 임금을 덜 주겠다니 눈 가리고 아웅이다. 촛불혁명으로 이루어낸 이 정권이 역사를 거스르는 일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중소기업중앙회는 마치 이주노동자들 때문에 손해라도 보는 것처럼 최저임금 차별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국내 근로자 취업기피로 일손이 부족하다며 이주노동자 도입 인원도 늘리라고 한다”며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기는커녕 임금을 더 깎으라는 것은 놀부 심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이 차별적으로 적용되면 더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가 늘어난다. 이것은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기도 한다”이라며 “중소기업중앙회는 이주노동자 수습제도 요구를 당장 중단하고, 국회는 최저임금법 개악안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