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 마친 대구도시철도공사, 일부 공개채용으로 형평성 논란

청소·경비 496명 자회사 직고용, 나머지 무기계약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후 입사자만 공개 채용에 당사자 반발
전환 논의 늦어지며 9개월 이상 근무자도 있어..."억울"
노조 측, "가이드라인 맞추다 보니 뾰족한 수 없어 속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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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2 20:28 | 최종 업데이트 2018-09-12 20:28

대구도시철도공사(사장 홍승활)가 대구시 공기업 중 가장 늦게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논의를 마무리한 가운데 정부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채용된 이들은 공개 채용 방식으로 뽑겠다고 해 당사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8월 31일, 대구도시철도공사 노사전문가협의회는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 833명을 오는 12월 말까지 정규직화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말 정규직 전환을 모두 완료한 대구시 3개 공기업(도시공사, 시설관리공단, 환경공단)과 달리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지난해 12월에서야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꾸리고 첫 논의를 시작했다. 노사전문가협의회가 논의를 시작한 지 9개월 만에 합의를 한 것이다.

전체 간접고용 비정규직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청소, 경비 노동자 496명은 대구도시철도공사가 자회사를 설립해 직접 고용한다. 각종 설비, 정비, 위탁역 등을 담당하는 비정규직 309명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 위탁역 담당 비정규직은 이후 순차적으로 정규직(일반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은정 노사전문가협의회 근로자대표단장(대구일반노조 정책국장)은 “원칙적인 부분은 아쉬운 것도 많지만 노사가 협의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로 조건을 높인다는 큰 틀에서 합의했다”며 “청소, 경비 노동자들도 애초 자회사보다 공사 직고용을 원했지만 한발 물러났고, 위탁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과정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앞으로 구체적인 근로 조건 향상을 위한 논의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전문가협의회는 앞으로 급여, 근로 조건 등 구체적인 처우 개선을 위한 실무협의를 해야 한다. 자회사 설립을 위한 행정적 절차도 남았다.

▲지난 7월, 대구도시철도공사 노사전문가협의회 근로자대표단은 대구도시철도공사 정규직 전환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며 대구시의 적극적 개입을 촉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20일 정부 가이드라인 발표 후 정규직 전환 마무리까지 1년을 넘기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연중 9개월 이상 계속되고 향후 2년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시지속 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원칙이다. 올해 1월 입사자도 현시점 기준으로 최소 9개월 이상 근무했지만, 가이드라인은 발표 시점에 근무 중인 이들만 전환 대상으로 삼았다.

노사전문가협의회는 이들을 공개채용 방식으로 전환기로 했다. 공사가 이번에 공개채용하는 인원은 올해 말 정년 퇴직자와 2017년 7월 이후 입사자 수를 더한 27명이다. 이들은 NCS(국가직무능력표준) 필기시험과 면접 등을 거치게 된다.

올해 용역업체를 통해 입사한 A 씨는 “처음 입사할 때 1년만 일한다고 생각하고 입사하지 않았다. 매년 재계약을 하던 업무이고, 공기업이기 때문에 믿고 입사했다”며 “입사할 때 1년 뒤에 재계약이 되지 않을 거라던가, 정규직 전환 때문에 공개 채용을 다시 한다는 안내를 한 것도 아니다. 일단 뽑아 놓고는 다시 시험을 치고 뽑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A 씨는 “당장 근무를 하면서 NCS 시험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몇 명이 지원할지도 모르는데 입사 준비만 하는 이들과 경쟁하면 뒤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 자리 뺏으라고 가이드라인을 만든 건 아니다. 똑같은 일을 1년 가까이 했는데도 가이드라인 발표 후에 입사했다는 이유로 전환이 되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 말하기 좋아서 공정성이지, 저희 입장에서는 억울하다”고 말했다.

노사전문가협의회에 참가한 노사는 가이드라인 발표 후 입사자를 공개 채용하는 것은 채용 비리를 거르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노사전문가협의회 근로자대표단장인 정은정 대구일반노조 정책국장은 “가이드라인 상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가이드라인 발표 시점으로 돼 있는 한계도 있다. 정규직 전환이 될 것을 알고 미리 용역업체나 공사 고위 간부를 통해 입사한 채용 비리가 있을 수도 있어서 공개 채용하기로 했다”며 “당사자들이 느끼기엔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 현재로선 채용 비리를 막고자 하는 뚜렷한 목적이 있어서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고용개선팀 관계자도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환 대상을 정했다. 대상자가 가이드라인 시점으로 정해져 있어서 대상자가 아닌 분들은 공개경쟁을 통해 채용하기로 했다”며 “공개경쟁이기 때문에 이분들만 경력을 인정해 주기도 어렵다. 밖에서 보면 특혜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홈페이지 갈무리

고용노동부 공공부문정규직화추진단 고병현 사무관은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입사자라도 상시·지속적 업무가 맞다면 정규직 전환을 하는 게 맞다”면서도 “가이드라인 발표 후 채용 비리로 입사한 경우를 고려해서 발표 시점을 기준으로 전환 대상을 정한 취지도 있다. 노사협의회를 통해서 공개 채용을 결정했다면 절차상 가이드라인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가이드라인 발표 시점을 기준으로 정규직 전환을 하고, 그 이후에 비정규직을 뽑을 때는 ‘비정규직 채용 사전 심사제도’를 도입해서 상시지속업무에 대해서는 정규직으로 뽑으라는 것이 현재 정책 방향이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도’는 공공부문 상시지속업무에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경우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비정규직 채용이 불가피할 경우 직종, 채용 인원, 기간, 예산 등에 대한 심사를 거치는 제도다.

사전심사제도 도입이 가이드라인 발표 시 포함되긴 했지만, 올해 5월에서야 구체적인 운영방안 방안이 내려오면서 그동안 비정규직 채용을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정은정 국장은 “사전심사제도 운영 방안도 뒤늦게 고용노동부에서 내려왔다. 가이드라인을 따르다 보니 (가이드라인 발표 후 입사한) 당사자들에게는 속상하고 안타까운 상황이 생겼다”며 “가이드라인 발표 후 입사자 중 비리로 채용된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는 거다.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래저래 알아보고 있는데 뾰족한 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지난 2016년 자회사 설립을 통해 청소, 경비 비정규직 노동자를 직고용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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