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준의 육아父담] 미미쿠키와 맘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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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5 16:01 | 최종 업데이트 2018-10-05 16:06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미미쿠키 때문에 난리 났네.”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왜? 어디 대박집이야?” 씩씩거리며 다시 말한다. “아니. 그게 아니고 코스트코 물건을 수제라 속여서 팔았데.” 대박은 진짜 대박이다. 실검 1위를 차지하고 난리가 났다. 대형마트 물건이면 제법 티가 나고 금방 탄로 날 텐데 참 간도 큰 사람들이다. 그래도 일반적인 제과점이었다면, 혹은 도심 한복판에 화려한 인테리어를 한 대형매장이었다면 배신감은 덜 했을 수도 있겠다.

충청북도 작은 마을에 위치한 작은 가게. 아이 태명을 따서 가게 이름을 ‘미미쿠키’로 지었다고 한다. 자기 아이에게 먹이는 음식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만든다고 하니 많은 부모들이 더 안심하고 믿었을 것이다. 정직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겠다고 했고, 방부제와 첨가물을 넣지 않은 유기농수제품으로 홍보했다. 특히, 맘카페에 홍보하며 입소문을 타고 아이 간식으로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모든 게 거짓말로 밝혀지는 순간 인기는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마치 인기가수가 표절을 해서 몰락한 것처럼 말이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마트 물건이 아니냐는 의혹에 발뺌했다. ‘빼박캔트’ 부정할 수 없는 증거들이 하나둘씩 나오자 일부가 그렇다고 시인했다. 그리고 판매하는 많은 물건들이 대형마트의 물건을 섞어 팔았다는 것이 점점 밝혀졌다. 원래 거짓말은 할수록 늘고 결국 감당할 수 없는 법이다. 명백한 사기다. 사기를 친 사장 부부는 감당할 수는 없는 비난과 환불요청을 받았고, 가게는 문을 닫았다. 눈치 빠른 언론은 가게 앞에 장사진을 치고 경찰은 서둘러 압수수색을 했다. 이쯤에서 빠지면 섭섭한 요즘 유행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왔다. 아마 앞으로 형사 처벌을 받고 손해배상까지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 비난의 화살이 애꿎게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게 향하고 있다. 뭔가 다르다면서 맛있다고 극찬을 하더니 고소하다며 조롱하고, 엄마들이 유별나게 굴어서 이런 일이 생겼다면서 원인제공자라는 비난도 보인다. 사건을 유발한 극성스럽고 유난한 ‘맘충이’라며 손가락질하고 나서는 것이다. 속은 것도 속상한데, 아이에게 좋은 음식이라며 먹였다는 게 더 분한데 이제는 ‘맘충이’ 소리까지 들어야 하니 참 황당하고 분통 터지는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극성스러운 내 모습을 돌아봤다. ‘맘충이’말고 ‘파파충’ 정도로 불리면 적당할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이유식에 들어갈 고기는 꼭 한우 안심을 썼다. 안심은 소 잡는 날에만 나온다고 해서 정육점에서 문자가 오면 재빠르게 달려가 몇만 원 하는 안심을 샀다. 설령 나는 수입산을 먹을지라도 아이에게는 좋은 것만 먹이고 싶었다. 다른 식재료도 마찬가지다.

예방접종 때도 그랬다. 두 번 맞을 것을 한 번만 맞고 몇 가지 더 예방한다는 주사는 훨씬 더 비쌌다. 그러나 아이의 아픔을 줄여주고 좀 더 면역력이 생기겠지 하는 마음으로 비싼 것을 선택했다. 기저귀, 물티슈, 젖병, 식기, 장난감도 마찬가지다. 기왕이면 좋다고 소문나고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물건을 부담이 가더라고 선택했다. 대체로 유명브랜드의 비싼 물건이다. 덕분에 지갑은 가벼워지고 아르바이트도 해야 했지만 그래야 마음이 놓이고 든든했다.

그런데 국내산 한우라고 생각하고 먹인 고기가 사실은 미국산 소고기였다면 어떨까? 백신도 알고 보면 큰 차이가 없는 똑같은 예방주사였다면 말이다. 또 유기농 친환경이라고 믿었던 제품이 알고 보면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을 상표만 바꿔 달았다면? 그것도 구분 못하면서 비싼 값을 지불하고 구입했던 내가 비난과 조롱을 당해도 마땅하다면 기꺼이 ‘파파충’이라 불리겠다. 자기 새끼만 아는 별난 부모가 되겠다는 말이다.

사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믿고 썼던 ‘친환경’, ‘유기농’, ‘안심’ 유아용품은 알고 보면 유해물질 범벅인 것이 허다하다. 대기업에서 만든 유명 연예인이 광고를 하는 제품이라도 다를 바 없다. 그때마다 우리 집에도 있는 물건인가를 찬찬히 살펴보고 또 배신감을 느낀다. 그렇게 안전하다 해놓고, 그렇게 광고를 해놓고 말이다. 하지만 분노와 걱정에 반비례해 항상 솜방망이 처벌이다. ‘미미쿠키’를 뒤질 열정과 노력이 대기업에게도 적용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이 이러니 더 극성을 떨어도 할 말 없는 것 아닌가.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좋은 것을 주겠다는 것, 그래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을 구입한다는 것이 왜 별난 일이고 잘못된 일인지 잘 모르겠다. 당해도 싸다는 비아냥과 조롱은 도무지 참기 힘들다. 우리는 가끔, 아니 자주 피해자들에게 ‘원인제공’의 딱지를 뒤집어씌운다. 사실 원인은 아무것도 믿을 수 없고 속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이 세상이다. 생산자의 윤리적 양심을 기대하기 어려운 세상이라면 검증과 관리감독의 책임은 더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확인은, 검증은 소비자들의 몫이 아니다. 알아들었나? 맘충이라 욕하는 이 멍청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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