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준의 육아父담] 우리 동네 유치원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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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9 10:26 | 최종 업데이트 2018-10-19 10:26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했던가. ‘사립유치원 비리근절 토론회’를 깽판 놓았던 사립유치원들의 비리가 하나둘 사실로 드러났다. 원래 뼈아프고 궁지에 몰리면 더 발끈하는 법이다. 사립유치원 전체를 비리집단으로 매도한다며 거품물고 악다구니를 썼지만, ‘비리 유치원’ 원장님들의 민낯은 입에 담기도 민망하다.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용진 의원이 주최한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반대하는 유치원 관계자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구호를 외치자 박 의원이 대화하자며 이들을 설득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원장 본인과 가족에게 ‘셀프 지급’한 막대한 월급과 수당은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게 꽤 많은 월급을 주고받았는데도 유치원 돈으로 자신의 집 관리비와 세금, 보험료를 냈다. 또 고급 자동차를 사고, 명품백을 샀다. 그것도 모자라 술을 먹고 노래를 부르며 모텔을 갔다. 심지어 성인용품까지 샀다. 내꺼 인 듯 내꺼 아닌 정부 지원금과 아이 잘 키워달라고 낸 부모들의 교육비로 말이다.

딸이 다녔던 유치원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아들 녀석이 앞으로 다닐 유치원도 선택해야 한다. 깽판을 친 대가로 소위 비리유치원 명단이 사방에 뿌려진 터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지역을 선택하고 우리 동네 유치원을 찬찬히 살펴봤다. 다행히 딸이 다녔던 유치원은 명단에 없었다. 갑자기 뭔가 모를 안도감과 ‘부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차분하게 다시 동네 유치원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우리 동네 제법 많은 아이가 다니는 A유치원. ‘방과후 과정 운영 부적정’, ‘원아모집 및 학급편제 부적정’, ‘유치원운영위원회 운영 부적정’ 제법 많은 주의와 경고를 받았다. 쭉 읽어 내려가다 회계 집행 부적정이 눈에 딱 들어온다. 약 2,700만 원을 회수조치 했다. 꽤 많은 금액인데 이 돈은 썼을까?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지만 확인이 어렵다. 워낙 자극적인 이야기를 이미 접한 탓인지 온갖 상상을 한다. 일단 아들 유치원 후보에서 탈락이다.

아들 어린이집 친구 형이 다니는 B유치원도 눈에 띈다. ‘유치원 운영위원회 운영 소홀’, ‘예결산 업무 소홀’, ‘유치원 회계 지출 업무 부적정’ 등 여기도 꽤 많이 걸렸다. 목적 외 사용을 해서 75만 원, 퇴직금 중간정산 부적정으로 400만 원 정도 회수조치를 당했다. 아들보다 한 살 많은 아이들이 많이 다니기에 괜찮은지 물어도 보고 보낼까 생각도 했는데 여기도 탈락이다. 어떤 해명(?)을 했는지 엄마들에게 슬쩍 한번 물어봐야겠다.

이밖에도 동네 몇몇 유치원이 보인다. 단순한 운영과 관리 소홀부터 계약 규정 위반, 회계의 부적절함까지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수많은 주의와 경고 조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때로는 작고, 때로는 큰 유치원 운영의 문제점들이 보인다. 모두를 ‘비리 유치원’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구체적이지 않아 오히려 답답하다. 알 권리 보장을 위해서, 또 전체를 비리로 모는 성급함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지역처럼 세부감사보고서가 빨리 나오는 게 좋겠다.

부모에게 ‘사립’은 불신과 기대, 애증의 극단에 있다. 사실 공립은 별로 없고 사립은 넘쳐난다. 공립은 너무 안 시키고 사립은 너무 시킨다. 공립은 미덥지 않고 사립은 고급진 느낌이다. 교육의 공적 영역이 책임을 회피하고 줄어드는 동안 사적영역은 그 자리를 채우며 배를 불렸다. 그렇게 많은 교육기관과 사업들이 사립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불신과 기대라는 이 엇갈린 감정은 교육이 교육답지 못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봇물 터지듯 유치원 비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립’교육의 비리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유치원에 국한된 일도 아니다. 어린이집부터 대학까지 사립은 많고, 문제없는 곳이 없다. 나라에서 받은 돈은 눈먼 돈이고, 학부모와 학생들이 내는 돈은 주머니에 쏙 넣어버린다. 자기들만의 왕국을 만들고 회계, 인사, 가정의 대소사까지 거스를 수 없는 권위와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현대판 왕이 따로 없다. 사실 사학재단 비리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못 건드린다. 관료와 손잡고 정치권과 결탁해있다. 이참에 싹 정리하자.

이제 곧 유치원 입학설명회 시즌이다. 놀이터에서 만난 한 엄마는 걱정을 늘어놓으며 유치원은 어디를 보낼 것인지, 입학설명회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아마도 올해 입학설명회의 주요 관심사는 비리유치원 관한 이야기, 감사결과에 대한 해명 혹은 변명으로 끝날 것이다.

아마 지적받지 않은 유치원은 크게 현수막이라도 걸어 “우리 유치원은 깨끗합니다.” 광고하는 웃픈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부모도 이제는 부풀려진 교육비, 값비싼 가방과 원복에 대해 의문을 품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나라에서 받은 돈은 어떻게 쓰이는지, 우리가 내는 돈은 어떻게 운영되는지도 물을 수도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을 바로잡는 첫 번째 일이다. 아마도 유치원들이 제일 겁나는 것은 당국의 회초리 보다 부모의 눈과 입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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