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먹칠] 택시와 카풀, 피할 수 없을 땐 함께 가야 한다 / 배대원

0
2018-10-29 10:31 | 최종 업데이트 2018-10-29 10:37

새로운 시장에 대한 ‘단순 규제’와 ‘상생을 위한 규제’에는 차이가 있다. 전자는 기술발전을 늦추고 국가경쟁력을 낮출 뿐이다. 반면, 후자는 산업구조를 혁신하면서도 기술발전에 취약한 이들에 대한 보호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내포돼 있다. 이러한 태도는 정부와 혁신의 대상이 된 취약계층 간의 사회적 신뢰도 향상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올 거대한 구조개혁의 조류 속에서 후자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이유다.

▲ 지난 18일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는 카풀관련 비상대책위원회와 소속 택시 기사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생존권 사수를 주장했다. (사진=오마이뉴스 이희훈 기자)

지난 18일 택시업계는 광화문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벌였다. 7만여 명의 택시기사들이 모여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며 생존권 보장을 요구했다. 카풀 서비스가 택시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이와 같은 반발은 당연히 예상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대적 흐름을 마냥 역행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택시업계의 주장대로 카풀을 전면금지한다면 우리나라는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뒤떨어지게 된다. 내년 초 상장을 추진하는 우버의 기업 가치는 136조에 달하고 이는 미국 3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포드·피아트크라이슬러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새로운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면 국가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지난 2014년 우버가 논란 끝에 국내에 도입되지 못한 것처럼 카풀 서비스도 막는다면 당장 택시기사의 생존권은 보장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조차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무용하다. 기술발전이 가져다주는 ‘소비자 편의성’을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카풀앱 도입을 찬성하는 비율이 56%, 반대하는 비율이 29%였다. ‘편익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절반 이상이 도입에 찬성한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한 로보택시와 에어택시(지면 위를 나는 택시)의 상용화가 논의되는 시대이다. 택시기사의 생존권을 이유로 소비자들의 편의성 향유가 계속 불발된다면 택시업계의 주장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지금과 같은 택시기사의 생존권 위협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음을 뜻한다.

카풀 서비스는 도입하되 ‘상생을 위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택시업계가 받는 타격을 줄이는 동시에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출퇴근 시간을 특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카카오 측은 출퇴근 시간의 부족한 공급만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택시업계 측은 유연근무제 등으로 출퇴근 시간 기준이 모호해 카풀이 남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카풀이 가능한 출퇴근 시간을 명확히 해 분쟁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카풀 차량을 등록제로 하고 상한을 정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뉴욕시는 택시 기사 자살 등 사회문제로 번지자 카풀 기사나 카풀 차량을 등록하고 시에서 상한을 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공유경제 이익의 일부를 기존 업자에게 나눠줘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호주 정부는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에 5년 동안 1달러의 추가 부담금을 부과해 약 2,800억 원을 택시 업계를 위해 쓸 예정이다. 호주의 사례는 대표적인 공생의 사례로 우리 역시 도입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 택시운전자 수가 약 30만 명이고 그 가족까지 더하면 100만 명에 달한다. 정부는 이들이 장기적으로 생존권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생안을 강구해야 한다. 공유경제가 가져다주는 이익을 어떻게 분배할지, 낙오되기 쉬운 취약계층의 사회적 안전망은 어떻게 구축할지 치열하게 고민해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만 공유경제 활성화라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지 않으면서도 정부-국민 간의 사회적 신뢰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

tele
Print Friendly, PDF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