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 연속기고] ⑤ 8년 전에도, 현재도 교사·공무원은 정치기본권이 없다

송영우 민중당 대구시당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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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9 13:09 | 최종 업데이트 2019-01-15 17:23

[편집자 주=12월 23일부터 9회로 “정치(선거법)제도 개혁을 위한 대구 제정당·시민단체 연석회의”의 선거제도 개혁 관련 기고를 연재합니다. 연석회의는 ‘촛불혁명의 완성은 정치 개혁이며, 정치를 바꾸는 시작은 선거제도 개혁이라 생각한다. 민심과 의석수를 일치시키는 연동형비례대표제의 도입은 대구 정치, 나아가 한국정치 변화와 개혁의 시발점이다’고 밝히고 있다.]

① 선거제도 개편은 정치개혁의 물줄기 – 대구참여연대 좋은정책네트워크 준비위원: 장우영
② 반쪽짜리 청년주권, 선거권·피선거권 낮춰야 – 우리미래 대구시당 대표 정민권
③ 연동형 비례대표제, 뉴질랜드 삶의 질을 바꿨다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 장태수
④ 선거제도 개혁으로 ‘아재정치’에서 벗어나자 – 대구여성회 상임대표 남은주
⑤ 8년 전에도, 현재도 교사·공무원은 정치기본권이 없다 – 민중당 대구시당 사무처장 송영우
⑥ 절반의 득표율로 독점당한 지방의회 –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조광현
⑦ 대한민국 선거, 투표권은 평등하지 않다 – 노동당 대구시당 위원장 신원호
⑧ 시민의 입을 틀어막는 선거법 –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지부장 성상희
⑨ ‘유시민 사표론’을 아시나요? – 녹색당 대구시당 공동운영위원장 장우석

오랜만에 그날을 다시 찾아보니 2010년 5월 19일이더라. 그날 나는 살아오면서 좀처럼 않았던 욕을, 내가 할 수 있으리만치 가능한 한 모조리 퍼부었다. 갑작스레 도드라진 내 험한 입술에 놀란 주변 사람들도 그저 한숨만 쉬고 있을 뿐이었다. 피가 거꾸로 솟구쳐 올랐지만,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안타깝고 억울하게도 허공을 가르다 조각나버리고 말 울분을 토하는 게 다였다.

그날은 이명박의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교사를 대량으로 자르겠다고 발표한 날이다. 교사·공무원들이 옛 민주노동당에 후원당원으로 가입했거나 정치자금을 소액이라도 후원한 것이 실정법을 위반했다며 검찰이 나서 183명을 기소한 일이 벌어졌고, 이명박은 이때다 싶었던 게다.

머리에 든 건 경쟁시키고 줄 세우는 것밖에 없어 일제고사를 부활시키기 위해 한창 혈안이었던 시절, 전교조가 그걸 극구 반대하던 때였다. 아니 꼭 일제고사가 아니더라도 어쩌면 전교조는 그의 시선엔 그저 ‘정치적 반대세력’에 불과했을 뿐이므로 사사건건 밀치고 때려야 할 샌드백쯤으로 여겼을지 모른다.

그런 이명박을 따라다닌 교과부의 안병만 장관은 충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검찰이 기소한 183명 가운데 무려 134명을 파면·해임하기로 했으니까. 광우병보다 더 무서운 광견병에 걸린 게 아닐까 싶었던 그들이 밝힌 중징계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교사·공무원의 정당 가입과 후원금 납부행위는 헌법 7조(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교육기본법 6조(교육의 중립성), 정당법 22조(발기인 및 당원의 자격), 정치자금법 45조(정치자금 부정수수), 국가공무원법 65조(정치운동의 금지), 56조(성실의무) 및 63조(품위유지의무) 등을 위반했다는 것.

▲교사,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 [사진=전국교직원노동조합]

무시무시한 걸 다 열거해 놓았다. 전쟁터에 나가도 까먹지 말아야 할 것 같은 ‘중립’을 짓밟은 데다 돈을 ‘부정’하게 주고받았고, 또 방정맞은 ‘품위’로 윤리까지 내팽개쳤으니 쫓겨나도 싸다는 게 아닌가. 죽어서도 천당 갈 일은 생각도 말라는 게다. 이처럼 말로 설명해도 난리굿인데 당시 교육 현장은 실제로 어땠을까.

대구시교육청이 소집한 징계위에 참석하기 위해 본관 로비에 들어선 김병하 교사는 지상파 방송사의 카메라를 응시하며 징계의 부당성을 장렬하게 밝혔다. 그러나 그는 학생들의 방학식 바로 다음 날, 해임 통보를 받는다. 초등학교에 근무하던 박성애 교사도 마찬가지다. 담임을 맡고 있던 1학년 아이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이 30살이 되는 2032년, 1월 3일 오후 1시 30분 학교 놀이터에서 반갑게 만나자. 안녕!”

해임되기 전 마지막 수업, 아직은 세상을 이해 못할 아이들이 걱정할까봐 먼 여행을 떠난다고 말했다. 이런 슬픈 이별만 있었던 건 아니다. 모두 2만 원을 후원했다가 중징계를 당한 교사도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더 많이 못한 게 후회된다는 우스갯소리도 흘러나왔다.

단지 소액의 후원금을 진보정당에 냈다는 이유로 고초를 당한 교사와 공무원들의 사연을 일일이 끄집어내자면 끝이 없을 테다. 1989년 전교조 결성 때 벌어진 대량해고 사태 이후 교사들이 겪은 최대 시련이었다.

그렇다면 학교 현장을 온통 쑥대밭으로 들쑤신 그 사건의 결말은 어찌 되었을까. 대법원은 후원금에 대해서만 가벼운 책임을 묻고 해임은 모두 무효라고 판결했다. 쫓겨난 선생님들은 다시 웃으며 교단으로 돌아갔다. 다행이면서 씁쓸한 결말이었다.

대한민국이 아니라면 겪지 않아도 될 수난사다. OECD 국가는 물론이고 세상천지에 교사·공무원이 진보정당에 후원했다고 하여 이처럼 혹독하게 탄압하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영국,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의 교사·공무원은 정치후원은 물론이고 정당 가입의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한다. 나아가 정치선진국일수록 공직 출마까지 보장하는 방향으로 참정권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소액 후원을 문제 삼지 않으며 정당 가입 역시 무방하다. 북유럽 국가들은 더욱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보장하고 있다. 덴마크는 교사들이 전국의회나 지방의회에 빈번하게 진출하여 활동하고 있다.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허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명박 같은 정치 협잡꾼은 이를 교묘히 부려먹어 용감한 교사를 억눌러왔던 것이고.

그렇다면 말이다. 그 난리굿을 치른 지 8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촛불정부가 들어서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 대개혁을 하고는 있다고 하는데?

글쎄올시다. 믿기 어렵겠지만 아직 그대로다. 여전히, 교사·공무원의 권리를 대변하는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는 관련 법률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박주민 의원 등이 발의한 정치기본권 보장 법률안도 국회에 잠들어 있다.

사실 이렇게 이야기를 꺼내고 보니 괜한 걱정이 생겼다. 행여 용감한 교사와 공무원들이 이러한 불의에 항거한다며 정치후원과 정당 가입 운동을 일부러라도 벌인다면 어떻게 될까. 현행 법률에서는 8년 전 그 난리굿이 재현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그저 다치지 않기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비정한 현실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송영우 민중당 대구시당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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