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6곳, 아직도 ‘특산물 아가씨’ 뽑는다

선발자는 '미스 경북' 본선 진출, 특산물 홍보대사
"여성의 외모를 특산물과 함께 상품 보는 것" 비판

17:13

여성단체가 미인대회 폐지를 요구하는 가운데 경북 지역 6곳은 최근까지 ‘특산물 아가씨’를 뽑는 대회를 개최하고 있었다.

20일 <뉴스민>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경상북도와 23개 시·군, 대구시와 8개 구·군에 최근 5년간(2015~2019) 미인대회 개최 현황을 확인한 결과, 경북 성주군·영양군·영천시·김천시·영주시·안동시 등 6곳에서 지역 특산물 아가씨를 뽑는 대회를 개최했다.

성주군은 올해 5월 성주생명문화축제와 참외페스티벌 기간 중 ‘미스 성주참외’ 선발했다. 이 행사에는 한국일보가 주최하고 경북도, 해당 지자체가 후원하는 미스경북선발대회도 함께 열렸다.

▲경북 지역 ‘특산물 아가씨’ 선발대회(출처-각 대회 포스터)

영양군은 지난해 ‘제19회 영양고추아가씨 선발대회’를 열었다. 1984년 처음 열린 이 대회는 1987년까지 매년 열리다가 1990년부터 격년으로 열린다. 영양군은 예선, 본선을 거쳐 진·선·미와 ‘매꼬미’, ‘달꼬미’ 등 5명을 뽑았다.

영천시는 지난해 ‘제13회 영천포도아가씨 선발대회’를 열었다. 역시 진·선·미와 ‘별이’, ‘약이’를 뽑는다. 김천시도 지난해 ‘제13회 김천포도아가씨 선발대회’를 열었다. 김천시는 진·선·미와 ‘새코미’, ‘달코미’를 뽑는다.

영주시는 지난 2017년까지 매년 ‘풍기인삼아가씨 선발대회’를 열었다. 수상자는 영주시 특산물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영주시는 예산 5천만 원을 썼지만, 2017년 예산을 3천만 원으로 줄였고 2018년에는 대회를 열지 않았다.

안동시는 지난해 ‘제15회 안동한우 홍보사절 선발대회’를 열었다. 대회명이 성별을 지칭하지는 않지만, 신청자격은 ‘만 18세 이상 28세 이하 미혼 여성’으로 한정하고, 역시 진·선·미를 뽑는다.

▲안동한우 홍보사절 선발대회 안내(출처-안동시 홈페이지)

반면 ‘특산물 아가씨’를 폐지하고 성별에 상관없는 특산물 홍보대사를 뽑는 곳도 있다. 경산시는 지난 2015년까지 ‘경산 대추 축제’ 행사에서 ‘경산대추아가씨 선발대회’를 열었으나, 2017년부터 ‘경산대추알림이’로 명칭을 변경하고 지원 대상을 만 18세 이상 남여로 확대했다. 2017년 당시 ‘경산대추알림이 선발대회’ 모집 요강을 보면, “올해부터 양성평등 실현과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발돋움하고자 한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이같은 ‘특산물 아가씨’의 공통점은 진·선·미로 선발되면 미스코리아 경북 ‘본선 진출’ 기회가 주어진다. 또, 해당 지자체 특산물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김정순 대구여성의전화 대표는 “미인대회의 문제점은 더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특산물과 여성을 연결 짓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있다”며 “여성의 외모도 곧 특산물과 함께 상품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여전히 특산물 아가씨를 뽑는 행사가 지자체 예산을 들여 진행되고 있다. 특산물 홍보가 목적이라면 품질 좋은 특산물을 가꾸고 홍보해야 한다”며 “이런 행사는 대한민국 사회가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은 지난 3일 ‘미스코리아 대구, 경북 선발대회’에 대해 성 상품화와 여성의 외모에 대한 차별을 조장한다며 헌법 제11조(평등권) 침해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이들은 각종 미인대회와 관련한 피해 사례를 모집하고 있다. (관련 기사 : 대구 시민단체, 미스코리아대회 ‘평등권 침해’ 인권위 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