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공장 옆 쇼핑센터? KEC 구조고도화 사업 논란

KEC 50주년 비전선포식 열고, 구조고도화 계획 발표
1,500억 투자계획 밝혔지만, 5공장 외주화도 시사
금속노조 KEC지회 “구조고도화는 폐업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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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9 19:54 | 최종 업데이트 2019-09-09 19:54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 1호 기업으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KEC가 비전선포식을 열어 공장부지 구조고도화 사업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금속노조 KEC지회는 사실상 공장 폐업 수순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금속노조 KEC지회는 구조고도화 사업이 폐업 수순이라며 반발했다.

KEC, 50주년 비전선포식 열어
구조고도화 사업 계획 발표
1,500억 투자계획 밝혔지만, 5공장 외주화도 시사

9일 오전 10시 KEC그룹(회장 곽정소)은 구미시 구미코에서 창립 50주년 비전선포식을 열어 구조고도화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KEC의 구조고도화 사업은 33만㎡ 규모의 공장부지 중 유휴지인 16만5천㎡를 매각해 쇼핑몰, 복합터미널 등을 짓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4차례 구조고도화 사업계획을 제출했다가 탈락했던 KEC는 내달 2일까지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다시 신청할 예정이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KEC노동조합은 회사의 구조고도화 사업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 금속노조 KEC지회는 구조고도화 사업이 폐업 수순이라며 비전선포식에 참석하지 않고, 이날 반대 집회를 열었다.

KEC지회 노조원들은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행사장에 대기 중이던 곽정소 회장에게 “노조파괴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지만, 곽 회장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비전선포식에 참석한 KEC그룹 곽정소 회장.

비전선포식에서 곽정소 KEC그룹 회장은 “오늘은 KEC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날이다. KEC그룹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초우량 반도체 기업으로, 구미시를 대표하는 향토기업으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곽 회장은 “회사의 뜻과 무관하게 노동정책 변화로 야기된 노동조합과 불협화음 사태 위기도 강한 정신으로 이겨내고, 오늘 이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며 “지금 이 자리에서 지나간 날 돌아보며 추억과 함께 진한 감동도 느낄 수 있겠지만, 그보다도 50년의 여정 속에서 겪었던 시련, 이를 극복하면서 얻어낸 교훈과 불굴의 정신을 되새겨 희망찬 미래를 함께 맞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KEC는 ‘KEC Vision 2025’ 계획을 제시하면서 “미래형 오토ㆍ인더스트리 전력 반도체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며 2025년까지 1,500억 원 투자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구미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계획은 없었다.

오히려 구미공장에 대한 외주화 계획을 밝혔다. KEC는 5공장 IGBT(전력반도체)와 관련해 “글로벌 파운더리 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IGBT 전공정 외주화, 최첨단 IC제품을 과감히 도입하고, 태국공장에 차세대 어셈블리 파일럿 라인을 도입하겠다”며 “시장의 성장으로 전략적으로 확보된 제휴업체, 우리가 보유한 기술과 품질역량으로 리스크를 분산하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KEC지회, “제조업 탈피하겠다는 공장 폐쇄 수순”
구미YMCA “제조업 물러나고 상업시설 채워지는 것 옳지 않아”

KEC지회와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이날 비전선포식이 열린 구미코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어 구조고도화 사업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후 2시 금속노조는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조파괴 장례식’ 집회를 열었다.

▲9일 금속노조는 구미 구미코 앞에서 '노조파괴 장례식' 집회를 열었다.

이종희 KEC지회장은 “지금 공장 안은 외주화가 엄청나게 이뤄져 있다. 5공장도 설비만 투자하고 시험품 공정만 운영하고 있다. 2014년에도 제조업 탈피하고 구조고도화 사업에 나선다고 했다”며 “유휴지에 구조고도화 사업을 한다고 하는데, 반도체 공장 옆에 공사장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이종희 지회장은 “어떤 공단에서도 멀쩡히 가동 중인 공장부지의 일부를 떼어내 구조고도화 사업을 추진한 적이 없다. 이것이 용인된다면 공장은 폐업할 수밖에 없다”며 “2010년부터 벌어진 노조파괴도 구조고도화 때문이었다고 본다. 지금 당장 중단하고, 노조파괴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YMCA도 이날 성명을 내고 “낡은 공장에 최신 빌딩과 시설들이 들어온다면 외형적으로는 좋아 보이겠지만 제조업 성장을 위해 조성된 산업단지에 제조업이 물러나고 상업지역으로 채워지는 것이 지역과 산업발전에 부합되는 일은 아닐 것”이라며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사업이 원칙에 따라 올바르게 정착되기를 바라며, 부디 노동자들이 행복하고 구미시민들에게 박수 받는 ㈜KEC로 남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KEC는 2010년부터 4차례 구조고도화 사업 추진에 나섰다. 2014년 한국산업단지공단은 구조고도화 민간대행사업 심의에서 “KEC는 지역주민과의 사회적 갈등도 문제가 됐고, 구조고도화 사업을 통해서 노후한 R&D 설비 개선, 근로자 복지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며 부적격 통보한 바 있다. 당시에도 KEC는 복합쇼핑센터 건립 계획을 제시했고, 노조와 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구미시 관계자는 “우리에게 공식적으로 들어온 사업계획서가 없다. 산업단지공단으로 신청이 들어오면, 지자체에 의견을 물어보는 협의 절차가 있다. 접수되면 절차에 따라 구미시가 의견을 내야지,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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