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로공사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의료지원을 다녀와서 /김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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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7 10:20 | 최종 업데이트 2019-09-23 18:53

지난 7월이었다. 녹색병원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선생님들의 서울 톨게이트 의료지원 후기를 통해 처음 톨게이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을 접했다. 서울 선생님들은 여름 내내 1~2주에 한 번씩 서울 톨게이트 현장 의료지원을 갔다. 의료 지원이 많이 필요하구나 생각하며 의무감 비슷한 느낌으로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았던 딱 그만큼의 관심만 가지고 있었다.

▲KBS 거리의 만찬 중에서

그러다 8월 KBS 1TV ‘거리의 만찬’을 보았다. 스토리텔링의 힘 덕분인지 이후 관심을 갖고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소식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8월 29일 대법원판결 소식을 듣고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1심, 2심 법원도 아닌 “대법원”의 판결이었던지라 이 판결로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분들이 김천으로 와서 점거 농성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응? 이게 무슨 일이람? 다시 열심히 검색질을 해 보았다. 노조는 판결 취지대로 1,500여 명 다 정규직으로 고용을 요구했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우선 승소한 사람만 직접고용 한다면서도, 본래 톨게이트 업무가 아닌 관리업무를 맡기겠단다. 현재 진행 중인 1,100여명에 대해서는 재판 결과를 보고 판단할 것이며 공사에서 제안한 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징계를 내리겠다는 것이었다. 대법원 판례대로 안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는 공사의 안에 같이 화가 났다.

이미 경찰들과의 몇몇 충돌로 구급차에 실려 가신 분들이 계셨다. 상황이 좋지 않아보였다. 의료지원 요청이 있었고, 명절 연휴 전날 선생님들과 첫 번째 의료지원을 갔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딱 들어온 것은 한국도로공사의 큰 건물, 그 큰 건물을 에워싸고 있는 경찰버스였다. 경찰버스가 이만큼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지원 나온 경찰이 많다는 것이기에 등줄기에서부터 바짝 긴장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1층 로비를 빽빽하게 채운 경찰들만 보이는 정문으로는 아예 들어갈 수도 없었고, 후문 입구 역시 경찰의 방패와 폴리스 라인으로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나는 의사는 아니지만, 보건의료단체 활동가로 의사선생님들 지원을 이유로 경찰들이 ‘절대 들어갈 수 없다’고 하는 폴리스 라인 안 2층 로비로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후문입구를 포함해 거의 사(四)면을 에워싼 남색의 경찰 벽들과 대비되는 주황색과 청록색 조끼를 입고 각양각색의 돗자리에 앉아서 쉬고 계시는 노조원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밀집한 공간에 냉방이 잘 안되는지 공기가 습하고 답답한 느낌이었다.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의료지원 현장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의료지원 현장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의료지원 현장

임시로 마련된 진료실 공간에서 바로 진료를 진행했다, 2시간여 동안 잠시도 쉴 틈 없이 진료를 보았다. 경찰과의 충돌 과정에서 입은 부상으로 인해 허리, 어깨, 무릎 등에 통증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으셨고, 팔과 다리에 피멍이 들거나 충돌 과정에서 충격으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시는 분들, 물품 반입이 어려운지라 평소 복용하던 혈압약, 당뇨약 등을 충분히 챙겨오지 못해서 걱정하는 분들도 많이 계셨다.

명절연휴 마지막 날 오전, 다시 의료요청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첫 번째 진료에서 나름 준비한다고는 했지만 모자라는 약이 생길 정도로 많은 분들이 오셨던지라 두 번째 방문에는 의약품을 더 많이 구비하여 찾아갔다. 잠자리 상황이 여의치 않은 곳이고 찬 바닥에서 며칠 동안 주무셔서 그런지 감기에 걸린 분들도 좀 계셨고, 여전히 어깨, 등, 허리 통증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으셨다.

진료 중간중간 낯익은 몇몇 분들이 계셨다. 알만한 분이 있었나? 아니면 닮은 분인가? 생각해보니 ‘거리의 만찬’에서 보았던, 진행자들과 같이 웃고 가족들 얘기에 눈물도 흘리던 그 얼굴들이었다. 진료소에서 선생님들께 진료를 받고 고맙다고 인사하시며 나가는 모습과 TV 속 모습이 잠시 오버랩되어 씁쓸한 마음이 올라와 속으로 한숨을 푹푹 쉬었다.

두 번째 의료지원을 마치고 돌아가려 경찰 벽 뒤에 서니 한 경찰이 우리에게 물었다. “이번에 나가시면 다시 못 들어오시는데 나가시겠습니까?.”라고.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의료지원으로 다시 들어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뭔가 경계가 이만큼이나 그어지는 느낌이었다.

현장을 빠져나오는 길, 한창 문화제가 진행 중이어서 앰프에서 나오는 노랫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다. 정문 쪽으로 나오니 그 소리조차 잘 들리지도 않고, 건너편 아파트 단지에 켜진 불보다 더 많은 형광등 불빛으로 한국도로공사 건물은 빛나고 있고, 어떤 아주머니는 앞에서 개 산책을 시키며 지나가고, 한국도로공사 입구 주변에 투쟁 현수막들마저 없었다면, 지나가는 사람들은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고 지나가겠다는 생각이 드니 서글퍼졌다.

▲노동자들이 한국도로공사 본사 앞에서 야간문화제를 매일 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김천 한국도로공사 농성장에는 약 200여 분의 노동자들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현관 밖에서 같이 연대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 별일 없이 더 아프시지 마시고 건강하게 투쟁 이어 나가시라고, 힘들게 얻어낸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 공약대로 이행하라고 같이 목소리 높여 부르며, 톨게이트 노동자분들의 기사를 검색하며 봤던 내 마음을 울컥울컥하게 만든 투쟁사로 글을 마무리한다.

“온갖 회유, 협박, 강요를 뚫고 직접고용 결의를 하며 지금까지 가열차게 싸워왔습니다. 거기에 또 법원 판결 받아와라 해서 법원 판결까지 받았고요. 그렇게 해서 왔더니 304명만, 그것도 직접고용은 하되 우리가 했던 업무가 아니라 다른 업무를 주겠다는 거예요. 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것이고, 우리를 무시하는 것이고, 또 다른 협박이고 폭행이죠. 여기(한국도로공사 본사)에 들어와 있는 310명은 끝까지 이곳을 사수할 것이고, 추석도 여기서 보낼 겁니다. 안에서 버틸 수 있게 밖에서 힘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직접고용을 위해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제일 앞에서 싸우고 있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요, 우리가 제일 앞에서 싸울 테니 끝까지 밀어주시고 손잡아 주시면 승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박순향 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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