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농성 노동자 요구 배제하고 430명만 직접고용 강행

대법원 판결 전환 대상자 499명 중 237명, 응답 거부 투쟁
공사, "회신 응답 없으면 직접 고용 의사로 간주"
정의당, 김천 본사 찾아 상무위 열어..."자회사 전환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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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9 16:15 | 최종 업데이트 2019-09-19 16:16

한국도로공사가 1,500여 명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11일째 본사에서 점거 농성중인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일방적인 전환 절차를 강행했다. 정의당은 도로공사 농성장에서 상무위원회를 열고 공사와 정부에 자회사 전환 철회와 직접 고용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19일 한국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을 받은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499명에게 직접 고용(환경 정비 업무 등) 또는 자회사 전환(기존 업무) 여부를 최종 확인했다. 도로공사는 이날 0시까지 수납원들에게 회신을 요구했고, 499명 중 절반이 조금 넘는 262명이 응답했다.

응답자 중 자회사 근무는 50명, 직접 고용은 194명, 근무 의사 없음은 19명이었다. 도로공사는 응답하지 않은 237명도 직접 고용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고 430명을 직접 고용 인원이라고 밝혔다.

도로공사는 오는 23일 경기도 화성시 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직접 고용 인사 발령을 위한 교육을 열 예정이다. 교육에 참여하지 않을 시 인사 규정에 따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회사 전환을 선택한 수납원은 한국도로공사서비스에서 따로 전환 절차를 진행한다.

도로공사 영업처 관계자는 "회신이 없으면 직접 고용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공지했다. 응답을 안 하신 분이 많다"며 "직접 고용 인원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음 주 교육 때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결 대상자와 1·2심이 진행 중인 수납원 등 1,500여 명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노동자들은 응답을 거부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요금 수납 업무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자회사를 선택하라고 강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봉진 민주일반연맹 부위원장은 "전화나 문자를 통해 거의 협박 수준으로 자회사로 유도하고 있다. 수납 업무를 할 수 있는 곳은 자회사라고 계속해서 설명한다"며 "대법원 판결을 왜곡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개별적 입장 회신을 거부했다. 노조 차원에서 공사가 특정 답변을 유도하는 것에 대해 법률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일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상무위원회를 연 정의당 [사진=정의당]

이날 오전 10시 정의당은 공사를 찾아 상무위원회를 열고 자회사 전환 철회와 직접 고용을 촉구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톨게이트 수납 업무를 자회사로 보내겠다는 공사의 꼼수가 문제를 악화시킨 근본 원인"이라며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복직 여부가 아니라 수납 업무 자체를 직고용해야 하는 업무라고 판결한 거다. 공사는 자회사를 통한 고용 방침을 철회하고 직접 고용을 위한 협상에 즉각 나서라"고 요구했다.

심 대표는 "오늘 이강래 사장을 만나 협의하려고 했지만, 보시다시피 출입구를 봉쇄해 만날 수 없게 됐다. 대단히 유감이다. 이것이 노동 존중 사회를 천명하는 정부의 공기업인가"라며 "저와 정의당은 이번 국정감사에 이강래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19일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상무위원회를 열고 로비 농성 중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을 만난 정의당 [사진=정의당]

김종민 정의당 부대표도 "무례한 업무 복귀 명령까지 이해할 수 없는 비이성적 행동이 판을 치고 있다. 이 배경에 이강래 사장의 정치적 배경이 한몫한다는 의구심이 있다. 다선 의원에 원내 대표를 한 경력이 있어 정부조차 어찌 못하고 있다"며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일으키는 꼴이다. 문재인 정부 1호 민생정책이 한 명의 정치인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이쯤 되면 청와대와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이 상식이다"고 꼬집었다.

이강래 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7년 11월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전북 남원시·순창군에서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민주당 소속으로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 2009년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지침(2017.7)에 따른 1단계 전환 대상이다.

한편, 본사 로비 점거 농성 중인 노동자들은 공사 측의 전기 공급 차단, 청소 중단 등으로 실내 공기가 좋지 않아 감기 몸살을 호소하고 있다. 공사는 지난 16일부터 취재진을 포함한 모든 외부인 출입을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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