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문화원 폭파 고문 조작사건 재심, 무죄·면소 선고

검찰도 무죄·면소 구형···재판부, 피해자들에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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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1 18:33 | 최종 업데이트 2019-12-11 20:49

1983년 대구미문화원 폭파 사건을 빌미로 불법 구금돼 고문받고, 폭파 사건과 관련 없는 사건으로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에 대해 법원이 무죄·면소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1일, 대구지방법원 형사2단독(판사 이지민)은 재심 신청인 박종덕(59), 함종호(61), 손호만(59), 안상학(57), 우성수(사망) 씨에 대한 재심 결과, 이들 모두에게 적용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죄는 면소 판결하고, 박종덕 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반공법 위반죄는 무죄를 선고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형사사건에서 과거 행위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 법령 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을 경우나 공소시효 만료, 사면 등의 이유로 유죄나 무죄를 선고할 수 없을 때 면소를 선고해야 한다. 앞서 1983년 함종호, 손호만, 안상학, 우성수 씨는 집시법 위반죄로 징역 1년 6월형을 선고받았고, 박종덕 씨는 집시법과 국보법, 반공법 위반으로 징역 3년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박종덕 씨)이 경찰에서 불법 구금돼 고문을 당하면서 쓴 자술서, 진술서, 심문조서와 검찰에서 자백도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에서 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외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국가보안법, 반공법 위반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시법 위반은 집회 내지 시위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는 종전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가 있다. 범죄 후 법률이 개폐된 경우라 면소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피고인들이 고문으로 인해 입은 신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해 위로와 사과를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검찰도 같은 날 무죄와 면소를 구형했다.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검찰의 무죄 구형은 이례적인 일이다. 2012년 12월 임은정 검사가 故 윤길중 진보당 간사 재심 사건에서 백지구형 방침을 어기고 무죄를 구형해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은 사건이 유명하다. 2017년 임 검사는 징계취소 소송 끝에 정직 징계를 취소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얻었다.

검찰은 “박종덕의 국가보안법, 반공법 위반은 피고인이 범행에 사용한 서적에 대해 별건 재심 사건에서 이미 이적표현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무죄를 선고해달라”며 “피고인 전부의 집시법 위반은 근거 법 조항에 처벌 규정이 현재 없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면소 판결을 해 달라”고 말했다.

▲무죄·면소판결 후 법정을 나온 재심 신청인들. 왼쪽부터 김진영 변호사, 손호만, 안상학, 박종덕 씨와 故우성수 씨의 부인.

박종덕 씨는 최후변론에서 “그때 고문받으며 당한 고통, 제 평생을 지배했다.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매일 밤 쫓기는 꿈을 꿨다. 그로부터 벗어나기까지 30년이 걸렸다”며 “민주화 운동했던 사람으로서 얼마나 비루하게 살았는지 상상 못 하실 거다. 우리 희생 때문에 우리 사회가 나아졌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때문에 받은 공포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진영 변호사는 “아무런 혐의를 찾을 수 없는 피고인들에 대해 수사기관이 결론 내놓고 고문하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재판이 진행된 사건”이라며 “고문·가혹행위를 당한 시간 어땠을지 감히 짐작조차 힘들다. 검사도 무죄 구형한 만큼, 무죄 선고 해야 함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대구 미문화원 폭파 사건은 1983년 9월 22일 대구시 수성구 삼덕동에 있던 미문화원에서 폭탄이 터지며 경찰 등 4명과 고등학생 1명이 사망·중경상을 입은 사건이다. 공안 당국은 경북대학교에서 학생운동을 주도하던 이들을 주도자로 지목하고 신청인들을 연행했다. 이들은 영장도 없이 원대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고문을 받았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10년 조사보고서를 통해 해당 사건이 고문 조작 됐다고 밝혔다. 진실위는 “신청인이 약 30일간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잠 안 재우기, 구타, 관절 뽑기 등 가혹 행위를 당하는 등 인권을 침해받았고, 미문화원 사건과 달리 별건 반국가단체 고무 찬양 동조죄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는 관련 법에 따라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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