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경의 인권 돋보기] 2010년까지도 자행된 경찰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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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제12조.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ㆍ구속ㆍ압수ㆍ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ㆍ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체포ㆍ구속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등 법률이 정하는 자에게는 그 이유와 일시ㆍ장소가 지체없이 통지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ㆍ폭행ㆍ협박ㆍ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 또는 정식재판에 있어서 피고인의 자백이 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거나 이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

법률과 적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받지 않습니다.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의 경우에도 반드시 적법하게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합니다. 영장을 가지고 오라는 이야기지요. 대한민국 헌법 제12조는 국가의 권력, 공권력 행사에 제한을 두는 헌법 조항입니다.

인권침해는 보통 국가에 의해 발생합니다. 국가는 헌법 제10조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시민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인권의 보장을 책임져야 하는 주체입니다. 국가가 인권보장은 커녕 국가가 가진 거대한 힘을 이용해 시민 권리를 제한하거나, 혹은 침해했다면요?

대한민국 역사에서 국가에 의한 직접적인 인권침해는 무수히 많이 발생했습니다. 정부가 수립되자 마자 전쟁이 일어나니, 보도연맹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된 이들을 찾아내어 국가가 학살에 가깝게 처형1해버립니다.

뿐만인가, 제주도라는 거대한 감옥을 만들고 제주 인구 10%이상을 학살했던 4.3. 사건이 있고, 이승만 독재에 의해 자행된 수많은 정치 테러. 국제법학자협회가 ‘사법 역사상 암흑의 날’이라고 규정하기 까지 한 인혁당 사건2, 군부쿠데타 이후 집권한 군부에 의한 민주주의 탄압. 감금, 감시, 고문 같은 사건까지 무수히 많은 국가폭력이 이어져 왔습니다.

누군가는 이런 일들은 1980년 말, 민주화 투쟁 이후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대한민국 경찰의 고문은 1987년 박종철고문치사사건을 계기로 제도적으로 완전히 금지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수반되는 것이 고문이라는 행위입니다. 대한민국의 고문은 그 역사도 참 길고도 오래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을 넘어 조선시대, 고려시대 그 이전에도 ‘뻑하면’ 자행되었던 행위였으니까요. 고문이라는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행위는 유구한 역사만큼 쉬이 사라지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어떠한 형태의 고문이든 무조건 금지된다는 헌법을 가진 대한민국이었지만 말입니다.

▲대공분실에서는 물고문이 이뤄졌다. [사진=영화 ‘남영동 1985’ 스틸컷]

2002년이었습니다. 서울지방검찰청에서 조사과정에 피의자가 사망합니다. 또 다른 관련자들에게서는 수사과정에서 폭행과 가혹행위가 있었고, 진술 강요를 당했다는 증언도 이어집니다. 2009년과 2010년에도 서울 한복판에 있는 경찰서에서 고문이 발생했습니다. 입에 재갈을 물리고 스카치 테이프로 얼굴을 감은 후에 피의자를 폭행했다는 여러명의 일관된 진술이 있었습니다. 구타와 함께 뒷수갑을 채운 채로 팔을 꺽어 올리는 날개꺾기 고문까지 이루어졌습니다.

사건으로부터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우리 모두 국가의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상황에 머무르고 있을까요?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온전히 수사받고, 고문받지 않고 있을까요? 아직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되는 사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비중이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입니다.

무리한 수사와 일부 적법하지 않은 과정에 의해서 발생한 인권침해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경찰 역시 인권경찰로 해가 거듭될 수록 발전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오래되고 질긴 고문의 역사가 이제는 조금씩 사라지고 있음이 너무나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1987년 앞서 말했듯, 고문을 제도적으로 금지한다고 했을 때 우리 경찰들은 ‘고문 없이 어떻게 경찰 수사를 할 수 있냐고, 범인 다 잡았다’며 한숨을 내쉬었지만, 지금 대한민국 과학수사는 세계 최상급으로 발전했습니다. 지난 헝가리 유람선 사고 때 보여줬던 지문감식 능력은 세계에서 따라올 국가가 없는 최고였습니다.

비인도적이고, 시민의 신체 자유를 침해하고 인신을 구속하고, 존엄을 훼손하지 않아도 국가는 충분히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시민 안전을 보호할 있다는 말입니다. 대한민국은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한 국가이고, 우리 헌법 12조에 아주 길고 많은 조항들로 그 부당함을 열거해놓았으며, 세계인권선언 제5조에도 명시되어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아니, 그 모든 명문을 떠나, 인간이기에 존엄해야하는 신체의 온전한 자유를 위해서도 말입니다.

박민경 <사람이 사는 미술관> 저자

  1. 해방전후 좌익운동을 하다 전향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조직된 단체. 1948년 12월 시행된 ‘국가보안법’에 따라 좌익사상에 물든 사람들을 전향시켜 보호하고 인도한다는 취지로 결성됐으나 한국전쟁 발발하자 그들이 북한과 내통, 남한을 적화시킬 수 있다며 정부와 국군, 경찰이 보도연맹원들을 계획적·조직적으로 학살하는 국가범죄를 벌였다. 실제 좌익과 전혀 상관 없는 부녀자, 학생, 심지어 어린아이까지 학살의 대상이 됨.
  2. 박정희 정권의 유지를 위하여 중앙정보부에서 조작한 사건으로 관련자들에 대하여 사형 선고가 내려진지 채 하루가 되지 않아 사형이 집행된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