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선거제도 개혁, 대구·경북 변화의 시작 / 허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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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5 12:18 | 최종 업데이트 2019-11-25 12:20

지난 11월 23일 토요일,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는 여의도 불꽃 집회가 열렸다. 정치개혁을 바라는 시민사회와 7개 원내외 정당이 함께 거대양당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였다.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본인들의 오랜 당론이자 집권 공약임에도,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 개혁에 미온적이다.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는 선거법 개정을 막기 위해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 최대방해정당다운 태도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선거제도 개혁의 원리는 간단하다. 우리는 일당독점 전체주의 사회가 아닌, 다양한 정당의 경쟁을 인정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국민의 의사가 정치 과정에 공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민심 그대로, 지지율 그대로, 정치 권력을 획득하는 공정한 선거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30%의 지지를 얻으면, 30%의 의석수를 얻는 선거제도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정치가 안정되고, 시민들의 행복 지수가 높은 대다수의 정치선진국이 채택하고 있는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혁을 통해, 거대양당의 정치독점 구조와 양극화 정치를 개선하고자 한다. 모 아니면 도,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극단의 정치는, 적대와 증오를 양산한다. 말은 요란하지만, 우리 삶의 실질적인 문제들을 개선하는데 무능하다. 정책과 비전 경쟁은 사라지고, 자극적인 정치 구호만 앞선다.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 개혁으로, 온건한 다당제 구도가 자리 잡으면, 양극단의 정치에서 소외된 다양한 의제와 계층의 문제가 정치과정으로 들어올 수가 있다. 어느 정당도 단독 과반은 어려우므로, 자연스럽게 연립 정권을 통한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가 발달한다.

그럼 자유한국당은 왜 황교안 대표가 단식 투쟁까지 하면서 반대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선거제도가 바뀌면 자유한국당의 의석수가 줄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잘 나갈 때에도 50% 넘는 지지율은 얻기 어렵다. 40%를 얻으면 현재 국회 의석수 기준으로 120석, 30%를 얻으면 90석, 20%를 얻으면 60석이다. 2016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은 정당 지지율 33.5%였다.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였다면 100석이나, 실제로 122석(40.6%)를 얻었다.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의 수혜를 입어서 실제 지지율보다 의석수를 크게 얻었다.

주로 자유한국당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구 당선자가 많았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20% 초반으로 나오기도 했다.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를 적용하면 60~70석이다. 현재 자유한국당의 의석수는 108석(36.6%)이다. 현재의 지지율이 이어진다면 자유한국당 의석수 감소가 예상된다. 선거제도가 바뀌면 영남의 지역구를 기반으로 하는 자유한국당의 과대대표 의석이 줄어든다.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 개혁은 전국적인 정치 구조를 개선하는 것과 함께 대구·경북의 오랜 일당독점구조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2016년 국회의원 선거(비례대표)에서 대구의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53.1%, 경북은 58.1%였다. 2018년 지방선거(광역비례) 자유한국당은 대구 46.1%, 경북 50% 지지를 얻었다. 그렇다면 대구·경북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에서 절반 정도 권력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대구경북 국회의원 25명 중에서, 자유한국당은 21명으로 의석수 84%다. 지방선거 결과 대구광역시의회 83%, 경상북도의회 68%의 의석수를 획득하였다. 실제 대구경북 민심에 비해 자유한국당의 대표성은 과대 대표된다. 지역 '소통령' 지역구 국회의원의 일당 독점 구조는, 지방의회의 일당 독점 구조와 연결된다. 지방의원 공천권을 지닌 국회의원 영향력에 지방의원들은 종속된다. 선거제도 개혁으로 전국적인 문제를 다루는 국회에서 대구·경북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다. 나아가 지방의회의 변화와 지방정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대구·경북의 일당독점구조와 전국적인 거대양당 구도가 맞물려, 자유한국당 반대가 더불어민주당 지지로 읽힐 수가 있다. 그러나 대구·경북도 대한민국 전체 유권자처럼 반(反)자유한국당-비(非)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존재한다. 짜장면과 짬뽕이 아닌 다른 메뉴를 원하는 유권자들이 있다. 2016년 총선 경북 경주에서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15%를 넘는 지지율을 얻은 권영국 변호사는 최근 정의당에 입당하여 노동 정치를 복원하고 대구·경북의 새로운 정치 선택지를 넓히고자 한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녹색당은 경북 안동시의회 지역구 선거에서 16%가 넘는 지지율을 얻으며, 경북 북부권의 새로운 도전을 선보였다. 선거제도 개혁은 대구·경북의 제1당을 제2당으로 바꾸는 소극적인 개혁이 결코 아니다. 여성, 청년, 노동, 농민 등의 다양한 의제와 계층 대표성을 강화하고, 대구·경북의 정치 경쟁을 활성화할 것이다. 연말 선거제도 개혁에 대구·경북의 다양한 정당과 시민사회는 힘을 모아야 한다.

대구·경북 민주당은 중앙당을 압박해서 당론과 공약 실천을 촉구하며, 지역패권주의에 맞서온 민주당의 역사를 계승해야 한다. 대구·경북 자유한국당은 전국적인 보수정당이냐, 지역적인 수구정당으로 가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선거제도 개혁은 대구·경북을 제외하면 자유한국당에게도 불리하지 않다. 대구·경북 자유한국당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전국 정당 자유한국당이 산다. 다가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 선거제도 개혁안이 자동으로 올라간다. 2019년 12월, 국회의 선택에 한국 정치, 대구·경북 정치의 변화가 달려있다. 바른미래당, 정의당, 녹색당과 같은 정당들뿐만 아니라, 대구경북의 변화를 바라는 시민사회가 함께 국회를 압박해야 한다.

지금까지 전국 단위의 공직 선거를 마치면 대구·경북의 일당 독점 투표 결과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정작 변함없이 지역의 일당 독점과 패권 정치에 맞서 투표해온 유권자들의 표가 사표가 되는, 선거제도에 대한 문제제기는 적었다.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 때문에 지금까지 도둑맞은 표를 이제 찾아야 한다. 대구경북 지방권력독점 문제도 선거제도의 변화로 풀어야 한다. 지방 기득권을 위한 지방분권이 아닌 지역 내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선거제도가 바뀌면 대구·경북이 바뀐다. 선거제도 개혁으로 대구·경북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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