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선우] 현실을 담은 동화, 동화를 배신한 현실 '겨울왕국2'

0
2019-12-10 10:36 | 최종 업데이트 2019-12-10 10:36

<겨울왕국2>가 전작 <겨울왕국>을 뛰어넘는 기록을 내고 있다. 개봉 열흘도 안 돼 누적 관객 수 600만 명을 넘기고, 개봉 17일 만에 1천만 관객도 돌파했다. 이는 전작보다 11일이나 빠른 흥행 속도다.

5년 전 개봉한 <겨울왕국>은 1천만 관객을 돌파해 역대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주제가 ‘렛 잇 고’는 애니메이션 OST 최초로 국내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 <겨울왕국2>는 전편의 후광에 힘입어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겨울왕국>은 한스 안데르센의 1845년 작 동화 <눈의 여왕>에서 영감을 얻었다. <겨울왕국2>는 전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3년 뒤를 그린다. 평화를 찾은 아렌델 왕국에 의문의 목소리와 함께 위협이 닥친다. 엘사는 동생 안나와 크리스토프, 올라프, 스벤과 목소리의 근원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속편은 전편보다 못하다’는 통념 때문인지 영화는 보다 깊어진 메시지, 넓어진 세계관으로 꾸몄다. 엘사와 안나는 전편 배경인 아렌델 왕국 너머 마법의 숲까지 확장된 세계를 누빈다. 이 과정에서 변화와 성장, 문명과 자연의 공존 등 심오한 주제가 드러난다. 2편은 1편에 비해 다소 어둡고, 사회적 메시지가 짙다. 크리스 벅 감독은 “자연 보호 메시지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자연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현실에 빗댄 메시지는 선명하다.

먼저 아렌델 왕국과 노덜드라 원주민 간 갈등은 아렌델 왕국에서 노덜드라 땅에 댐을 건설하면서 빚어진다. 엘사, 안나의 할아버지 루나드 왕은 편견에 사로잡혀 노덜드라 원주민을 말살할 계획을 설계한다. 그 후 댐을 짓도록 권유해 원주민과 정령의 교감을 끊고 정령의 기반을 약화시킨다. 이는 아마존에 지어지는 벨로몬테 댐 건설과정과 비슷하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던 브라질은 급증하는 산업화에 필요한 전기를 충당하기 위해서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댐이 건설되면 전통적인 방식을 따라 대대로 강가에서 살아온 원주민들은 그 땅을 떠나야 한다. 벨로몬테 댐이 완공되면 서울의 6배 면적이 수장되기 때문이다.

아마존에 건설될 댐은 벨로몬테 댐을 비롯해 60개가 넘는다. 땅과 강과 더불어 살아온 그들에게 조상 때부터 살아왔던 고향을 등지고 떠난다는 것은 부족 자체가 소멸되는 것이다. 댐이 건설되면 아마존의 환경생태계가 재생 불가능할 정도로 큰 타격을 입는다는 예측이 나왔다.

80살을 넘긴 라오니 족장은 연로한 몸을 끌고 비정부기구들의 도움을 받아 세계를 다니면서 아마존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마존 열대우림의 산불을 우려하던 프랑스의 기업들이 댐 공사를 맡고 있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탓인지 프랑스 언론은 벨로몬테 댐 건설의 악효과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다.

<겨울왕국2>는 미국 현대사의 악몽인 아메리카 인디언 학살을 모티브로 삼은 플롯도 있다. 영화에서 루나드 왕이 댐을 지은 후 노덜드라 원주민과 친선 행사를 하던 도중 기습해 노덜드라 원주민을 궤멸시키려는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후대에는 ‘이민족에게 선물을 주었는데, 이민족이 갑자기 공격했다’는 거짓 역사를 전승하면서, 이민족에 대한 공포와 적대를 키운다.

이는 미국의 폭력적 역사의 기원과 포개진다. 미국은 서부 개척이라는 미명 하에 아메리칸 원주민, 아메리칸 인디언들을 많이 학살했다. 하지만 ‘야만의 역사’는 기록하지 않았다. 그들의 모험담이나 인디언과의 전쟁을 아름답게 기록했다. 문학에서 주인공은 신대륙을 개척하고, 개척을 통해 낙원을 찾는 것으로 왜곡했다.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 소설과 월트 휘트먼의 시가 대표 작품들이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은 현실과 상반된다. 영화에서 엘사와 안나는 모험을 통해 역사의 진실과 선왕의 원죄를 알게 된다. 그리고 노덜드라 원주민과 화해하고 과거의 잘못을 청산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마존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부패한 정치가와 이익에 눈먼 사업가들에 의해 숲은 망가지고 있다. 동화는 현실이 될 수 없는건가.

tele
Print Friendly, PDF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