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세상은 조금씩 변한다. 대구·경북도 / 허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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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30 15:48 | 최종 업데이트 2019-12-30 15:49

이소성대(以小成大), 작은 것으로 큰 것을 이룬다는 뜻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다. 세상사 이치가 그렇다. 영화처럼 갑자기 무언가 크게 바뀌는 일은 어렵다. 기적처럼 보이는 일도 자세히 살펴보면 오랜 노력과 헌신이 쌓인 결과다. 새해가 되면 많은 이들은 자신의 습관을 바꾸는 일을 다짐한다. 보통 다짐의 상당수는 실패하고 다음 해로 이월된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란 말처럼, 실천을 지속하는 것은 어렵다. 한 달에 한 번 무언가를 오래 하는 것은 쉽지만, 하루에 1분씩 매일매일 하는 것은 어렵다.

습관 하나 고치는 것도 어려운데 타인의 생각을 바꾸고, 사회 문화를 바꾸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정치가 어려우면서도 매력적인 것은, 세상을 바꾸는 일에,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꾸는 여러 영역 중에서 정치는 공동체의 권위·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바꾼다. 권력의 변화를 추구하는 일이어서 저항의 벽이 높다. 그만큼 사회변화의 파급력도 크다. 특히 기존 정치에서 배제된 이들에게 권력이 좋은 방식으로 나아간다면, 개인은 또 다른 구원에 다다를 수 있다.

민주주의가 불완전함에도, 민주주의의 확대가 수많은 이들의 삶을 구원하고 개선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정치가 우리 삶의 모든 것을 구원할 수는 없다. 스스로 생명이 아닌 죽음의 길로 걸어가는 이들에게, 정치를 통한 구원은 너무나도 멀게 느껴진다. 종교, 사랑, 우정, 독서, 음악, 연극이 우리 삶을 지탱하기도 한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보면 정치는 다양한 개인을 관통하는 공동체의 삶의 조건을 바꾼다.

정치는 응급 환자의 처방으론 부족하지만, 다양한 예방 의학과 의료 시설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정치를 하는 보람과 소명이 바로 그것이다. 누군가의 아픔과 그늘을 안고 정치를 한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아픔과 그늘에서 정치의 소명을 발견한다. 2019년을 보내고 2020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다시 정치를 통한 변화를 생각한다. 정치도 다른 세상사의 이치처럼 조금씩, 조금씩 변한다.

2019년 12월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현행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을 그대로 두면서, 정당지지율과 의석수를 일치시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50%만 적용시키고, 그마저 비례대표 30석 상한선을 제한하는 조항을 달았다. 지난 4월,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보다 많이 후퇴했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처음부터 반대했고,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본인들의 당론이자 공약을 스스로 온전히 담지 못하였다.

누군가는 누더기 법안이라고 한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하는 국회 정치세력이 소수파인 상황에서 불완전하지만 20대 국회는 기성 정치 구조의 변화를 만들었다. 선거제도 개혁을 바라는 국회 바깥의 시민들과 녹색당과 같은 원외정당들이 함께한 성과다. ‘연동형’이라는 개념을 부분적으로 적용하여, 지역구 중심인 승자독식 소선거구제의 균열을 냈다. 비례한국당과 같은 위성정당 논란이 일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정당투표와 비례대표의 중요성은 커질 것이다. 비례대표 유세금지 조항 같은 정치악법들도 알려지고 바뀔 것이다.

만 18세 선거권 도입으로 조금이나마 청소년 시민권도 확대되었다. 청소년 시민권 확대는 한국 사회 청소년 시민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 개선을 촉진할 것이다. 21대 국회에서도 이번 선거법 개정 취지를 살려, 정치개혁을 이어가야 한다. 국회 선거제도보다 문제가 많은 지방선거 제도개혁,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만16세 선거권 확대, 고비용 선거구조 개선을 이어가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이 되었는데 실제 정치세력의 변화가 없다면 허무한 일이다. 기존 선거제도에서 피해를 본 정치세력들도 분발해야 한다. 대구·경북은 일당독점 정치의 균열을 이어가야 한다. 나는 짬뽕 독점에 반대하지만 짜장면 독점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짜장면과 짬뽕만을 강조하는 거대양당 편식 정치도 변해야 한다. 대구·경북 일당독점 정치를 바꾸고자 하는 이들과 연대하면서 경쟁해야한다.

나는 수십 년간 대구·경북 정치를 독점해온 권력의 색깔을 녹색으로 바꾸고 싶은 꿈이 있다. 이런 꿈은 나 혼자만의 꿈이 아니다. 오랫동안 대구경북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이들의 목소리를 내고자 했던 수많은 이들의 바람이다. 이번 선거법 개정으로 다시 대구·경북 정치의 변화를 그려본다. 세상은 조금씩 변한다. 대구·경북 정치의 변화를 바라며 새해를 맞이한다. 뉴스민 독자 여러분과 함께 하고프다. 올해 뉴스민 칼럼으로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내년에도 변화를 만들어갑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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