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총선거:TK민심번역기] ⑥ 촛불 시민 이다은, “대통령 보다 일하지 않는 국회가 문제”

2017년 대선 청소년 모의투표에서 문재인 지지
“국회가 일 못 하도록 막고 있으니, 어떻게 일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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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0 16:03 | 최종 업데이트 2020-02-10 16:03

[편집자주] 뉴스민은 대구KBS 밭캐스트 제작팀과 지난 12월 안동, 포항, 구미 등 경북 3개 도시와 대구 곳곳을 다니며 주민을 만나 총선을 앞둔 민심을 들어보고, 동시에 2016년과 2017년 촛불을 들었던 대구 시민들도 만나 이야길 들었다. 현장에서 들은 민심과 촛불 시민들의 이야길 순차적으로 전한다.

[시민 인터뷰 영상보기]
[2020총선거:TK민심번역기] ① 다시 ‘먹고 사는 일’
[2020총선거:TK민심번역기] ② 다시, 더불어민주당?
[2020총선거:TK민심번역기] ③ 20대에게 조국은?
[2020총선거:TK민심번역기] ④ 불신하고, 무용한 정치
[2020총선거:TK민심번역기] ⑤ 촛불 시민 차칠문, “정부에 부정적 대구 여론, 언론 책임”

"박근혜는 하야가 아니라 퇴진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기 잘못을 모르고, 눈치 보며 스스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힘으로 떨어뜨리는 퇴진이어야 한다.”

2016년 11월 11일 저녁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 무대에 오른 열일곱 이다은 씨가 5천여 시민을 향해 한 말이다. ‘하야’가 아니라 국민의 힘으로 내쫓는 ‘퇴진’이어야 한다는 단호함. 이 씨와 같은 시민들의 단호함은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고, 이른바 ‘촛불 정부’를 탄생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투표권이 없던 청소년 모의투표에서도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전국에서 5만 명이 넘는 청소년이 모의투표에 참여했고, 문 대통령은 39.1%(2만 245표)를 득표했다. 열여덟이 된 이 씨도 심상정, 문재인 두 사람을 두고 고민하다가 문 대통령에게 표를 줬다. “웃긴 고민인데, 만약 심 후보를 뽑았을 때 표가 나뉘어서 다시 (자유한국당)정권이 유지되면 어떻게 하나 고민이 컸던 거 같아요” 스물한 살이 된 이 씨가 말했다.

비록 모의투표이긴 하지만 문 대통령에게 표를 줬던 이 씨는 문 대통령을 평가할 때 국회를 빼놓고 평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이 추진하는 일이 번번이 국회에서 막히거나 ‘합의’라는 명목으로 많은 내용이 수정되는 걸 봤기 때문이다. 모의투표가 아니라 실제 투표를 앞둔 상황에서 그는 그래서 촛불 이후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는 변화를 향한 목소리를 관심 있게 들어주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었으면 한다.

“지금 국회가 하는 일이 없다시피 하잖아요. 오히려 그게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대통령 개인이 일을 못 한다기보다, 일을 못 하도록 막고 있으니 거기서 어떻게 일을 해요? 그런데 그 사람들(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저 사람이 못한다, 일이 안 굴러가지 않느냐’고 해요. 참 모순된 말이라고 생각해요. 평가를 할 때 그런 게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왜 일을 할 수 없었는지 정말 일을 안 했는지.

(국회의원에 대해서) 바라는 게 많다 보니까. 우선은 지금 사회에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잖아요. 변화하는 과도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이야길 관심 있게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냥 한 번 나와서 ‘아이고, 저도 공감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진짜 어떤지 듣고 알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가 살고 있는 지역 사회에선 진심으로 시민의 이야길 들어주는 정치를 하려는 사람보다 여전히 구태의연한 정치를 하는 이들이 많고, 그들이 당선될 가능성도 크다.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도 그에겐 마찬가지로 구태의연하게 보인다. 정책은 없고 번호만 남았다는 게 그가 지켜본 지방선거이고, 다가오는 총선거다.

“여당이 바뀌면서 후보자 번호가 바뀌었잖아요? 더불어민주당은 1번을 대게 강조하고 뽑아달라는 식으로 예전과 다름없이 하는 거 같은데, 자유한국당은 이번엔 2번이라고, 1번이 아니라 2번에 투표해야 한다고 해요. 칸이 바뀌었으니 우릴 뽑으려면 2번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거든요. 시민분 붙잡고도 ‘어르신 이번에는 첫 번째 칸 아니고 두 번째 칸입니다’라는데, 참 보면서 씁쓸했거든요. 왜 공약 이야긴 아무도 안 하고, ‘2번입니다’ 이것만 이야길 하니까. 많이 슬펐던 거 같아요.”

그 때문인지 그는 사회가 변했냐고 묻는 물음에는 ‘단호’하지 못했다. 그는 시국대회를 지나오면서 우리 사회가 ‘토론하는 나라’, ‘인권이 지켜지는 나라’, ‘평등한 나라’로 거듭나길 바랬다. 바뀐 게 있는 것 같으냐는 물음에 그는 “바꼈다고 사실 느꼈거든요”라고 말해놓곤 “아직 그때와 지금이 다르다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걸 보면서 뭔가 크게 바뀌진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시국대회를 지나오고 촛불 정부가 들어선 후 우리 사회가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걸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했다. 비록 실질적인 삶의 변화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미투 운동으로 여성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소수자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숙제가 많지만 그만큼 조급해하지 않아야 사회 변화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소수자가 이야기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 같진 않은데, 이야길 한 게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던 거 같거든요. 여성의 목소리가 나왔던 게 커다란 변화가 아니었나 싶어요. 실질적인 평등이 이뤄지는 변화는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목소리가 나왔다는 게 변화니까, 이 변화가 커져서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정부가 직접적으로 국민을 바라보고 하려는 건 느껴지는데요. 그 사이에 단계가 많잖아요. 국회도 있고 언론도 있고 하니까, 아쉬운 건 많거든요. 만족하고 이런 건 아닌데, 그래도 좀 바꿔낸 결과잖아요. 우리 힘으로. 아직은 믿어주고 싶고 밀어주고 싶고, 변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 정도 시간을 주고 싶은데 아무래도 사회가 급하다 보니까, 문제가 많다 보니까, 그걸 기다려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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