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한사랑요양병원 집단감염, 왜 못 막았나?

2, 3월 잇따라 전수조사 실시했지만 산발 발생 지속
‘한사랑’ 발병 시점에 질본, 2차 조사 결정
대구는 그 무렵 한마음아파트 문제 발생
경북은 9일부터 예방적 코호트 격리
당국, 예방적 코호트 확대 실시 고민

16:53

대구 서구 한사랑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확인되면서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집단시설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요양시설 감염을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방법도 없어서 방역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 3월 잇따라 전수조사 실시했지만 산발 발생 지속 
‘한사랑’ 발병 시점에 질본, 2차 조사 결정 
대구는 그 무렵 한마음아파트 문제 발생

방역당국은 일찌감치 요양시설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면회나 외래진료를 줄여서 외부 감염원을 차단하고자 했다. 또 내부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감염원도 격리하기 위해서 종사자나 입원 환자 중 증상 발현을 감시했다. 지난 2월과 3월 두 차례에 거쳐 전수조사도 실시했지만, 여전히 산발적인 집단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 서구 한사랑요양병원에서 75명 집단감염이 확인됐다.

대구시에 따르면 한사랑요양병원은 18일 새벽까지 확인된 감염자 75명 이후 현재까지 추가 확진자는 없다. 대구시는 확진된 입원 환자 57명 중 1명은 18일에 대구의료원으로 입원 조치했고, 오늘(19일) 중으로 51명도 추가로 입원 조치할 예정이다. 남은 5명은 병동 격리 후 빠른 시일 내에 전원 조치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외에도 여러 요양병원에서 확진자가 확인된 점이다. 대구시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수성구 수성요양병원에선 18일 4명이 확진됐다. 동구 이시아요양병원에서도 간병사 1명, 중구 대한요양병원에서도 간호사 1명, 달성군 대실요양병원 간호사, 간호조무사 각 1명 등의 확진이 19일 확인됐다. 대구시는 이곳에 대한 역학조사도 진행 중이다.

방역당국은 지난 2월 요양병원 종사자에 대한 코로나19 오염 이력을 전수조사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2월 20일에 전국 요양병원 1,435개소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에는 중국으로부터 감염원 유입을 경계하는 시기여서 중수본은 중국 여행 이력자 업무배제 여부를 중점해서 살폈다. 중수본은 이때 면회객 제한 조치부터 종사자 증상 발현을 살피는 조치까지 실시했고, 원인 불명 폐렴 환자도 관리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월 18일 31번째 확진자 확인으로 신천지 집단 발병을 감지하게 된 후엔, 신천지 교인 중 요양병원 등 시설 근무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지난 7일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3월 11일과 12일 이틀간 요양병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3일 일부 전수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신천지 교인 중 대구나 경북은 전수조사를 했다. 그 외 지역에서 신천지 교인 명단과 요양병원, 요양시설 간병인 중 검사 안 받은 명단을 작성해 검사하고 있다”며 “70~80% 정도 검사가 진행됐고 양성 보고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19일 중대본이 추가로 밝힌 바에 따르면 요양병원, 요양원 종사자 1,356명 중 81% 조사가 완료됐고, 양성 확진자는 없었다. 중대본은 병원, 어린이집, 유치원 등 시설 종사자 3,146명에 대해서도 70% 가량 조사를 완료했고 마찬가지로 확진자는 없다고 밝혔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는 13일부터 신천지 여부를 떠나서 모든 고위험 집단시설에 대해서 조사를 실시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설명한 바에 따르면 대구시는 사회복지시설 330개소, 요양병원 67개소 등 397개소, 3만 3,628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시작했고, 19일 현재까지 약 60% 2만 448명(종사자 1만 422명, 생활인·입원자 1만 26명)이 조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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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랑요양병원 집단감염 발병 타임라인

2020.2.17

정부, 요양병원 종사자 코로나19 오염 이력 전수조사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오늘과 내일(17∼18일) 이틀 동안 전국의 1470여곳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모든 종사자의 중국을 포함한 여행이력과 업무배제 여부, 폐렴환자 입원 여부와 조치 내용, 면회객 제한 여부 등을 점검”

2020.2.18

31번째 확진자 발생(대구 첫 확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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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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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3.7

중대본, 전국 요양병원 2차 전수조사 실시 결정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전국 요양병원에 대해 지난 2월 조사에 이어 추가조사를 3월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시행할 계획”

2020.3.7

한마음아파트 코호트 격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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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3.18

한사랑요양병원 집단발병 확인

75명 집단 발병 확인.

 

방역당국의 잇따른 조사에도 불구하고 산발적인 요양시설 및 병원 감염이 확인되는 건 신천지 집단 감염 후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진행됐고, 방역당국은 이를 쫓아갈 여력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사랑요양병원 집단감염이 1차 조사와 2차 조사 사이에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김종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은 18일 “최초 증상 나타낸 분들이 열흘 전부터 계신 거로 봐서 최소 10일 이전에 확진자가 발생했고, 병원 내 확산이 일어났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3월 6~8일경에 이미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 무렵에 중대본은 2차 조사 계획을 내놨지만 실제로 조사에 들어간 건 11일부터였다. 대구에선 한마음아파트 집단감염 사례가 확인되면서 여기에 역학조사 역량이 투입되던 시기였다.

9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요양병원 등 집단거주시설에 진단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전수조사 개념과는 다르다. 신천지 교인에 치중한 진단검사를 유증상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확대하겠다는 차원에서 한 말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수성구 김신요양병원 집단감염 사례가 10일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경북처럼 예방적 코호트 조치를 실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지만 방역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19일 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예방적 코호트의) 실효성 관련해선 평가를 해봐야 하는데, 경북에서 이뤄지는 예방적인 동일집단 관리에 대해선 평가를 못 하고 있다”며 “확대할 필요가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는 수준이다. 인권 침해, 종사자 지원, 입소자에 대한 사항 등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코호트 격리가 실효성은 있을 수 있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거주자 또는 입원 환자와 함께 격리될 직원들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5, 60대 간병인이 함께 격리되는 요양원과 달리 요양병원은 간호사가 함께 격리되어야 하는데, 이들의 경우 육아 같은 다른 생활 문제도 해결되어야 한다. 요양병원 외에 별다른 병원이 없는 벽지의 경우 일반 환자 외래진료가 차단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때문에 현재까지 방역당국은 기본적으로 종사자들의 주의를 요청하면서 이들에 대한 대책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손영래 중수본 홍보관리반장은 19일 “굉장히 복합적인 방역망을 치고 보호하고 있음에도 이런 (확진 환자가 나오는) 부분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직원의 증상 체크와 유증상자 업무 배제가 되지 않는 것”이라며 “현재 조금 더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이 없는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사회복지생활시설, 요양병원 책임자 및 종사자분들에게 당부드린다”며 “종사자 여러분께선 시설 내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켜주시고, 본인뿐 아니라 환자 상태를 면밀히 관찰해 이상 징후 발생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