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자유학기제, 백화점 문화센터 된 학교”

교육부·교육청·언론 선전과 사뭇 다른 교사 반응···“전시효과 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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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7 13:18 | 최종 업데이트 2015-12-17 13:19

대구교육청이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전면시행한 지 한 학기가 지났다. 교육부의 전면시행 방침보다 한 학기 먼저 전면시행한 만큼, ‘성급한 시행’이라 평가될 수도, ‘경험’이라 말할 수도 있다. 우동기 교육감은 지난 5월 “자유학기제 전면선포식” 자리에서 “성급한 시행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차피 교육부가 전면시행하기 때문에 우려가 있더라도 먼저 시행하는 것이 낫다”고 답했다. (관련기사:대구교육청, 실효성 논란 속 자유학기제 전면시행 선포) 한 학기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성급한 시행’을 ‘경험’이라고 하려면 제대로 된 평가와 반성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자유학기제 관련 보도는 성과·수상실적·미담?사례 홍보 외에는 눈에 띄지 않는다.

16일 대구에서 교사들이 나서서 자유학기제를 평가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전교조 대구지부 주관으로 열렸고, 직접 자유학기제 수업을 운영한 교사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토론회 발제는 ▲학남중학교의 사례 중심 자유학기제 운영 실제 ▲아일랜드 전환학년제와 한국 자유학기제 비교 분석 ▲자유학기제에 대한 전국동향과 전교조 입장 순으로 진행됐다. 한편 발제 도중에도 현장 교사들의 경험담과 비평이 활발하게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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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대구교육청의 자유학기제에 대체로 우려를 표했다.

A교사: 수업이 백화점 문화센터화 되고 있다. 내용이 없고 그냥 전시효과밖에 없다.

B교사: 무슨 수업이든 만들기 위주가 된다. 자기 꿈을 그려 넣은 컵을 만들었다. 초등학교 때 하는 종이접기랑 다를 게 뭔가. 의미가 없다. 에코백 만들고, 팔찌 만들고 그런 수업이 반복되니 학부모도 한숨이 나온다. 특색 있는 수업을 위해 강사를 섭외하면 돈이 많이 드는데 그것도 켈리그래피 배우고 하는 수준이다.

C교사: 자유학기제와 무관하게 동아리에서 전시품을 냈는데 학교가 주변 다른 학교 눈치를 보더니 자유학기제에서 만든 것처럼 동아리 전시품을 포장했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불을 보듯 뻔하다

B교사: 자유학기제 예산 지출 중 큰 비중이 색종이, 네임펜 사는 거다. 수업이 보여주기 식으로 꾸미기, 그리기가 포함되는데 그리기를 싫어하는 학생이 모든 수업시간에 그리기를 해서 너무 힘들다고 한다.

이날 발제에 나선 김봉석 학남중학교 교사는 “학남중학교는 2014년에 자유학기제를 시작했다. 꼼꼼하게 연구하지 않고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해 구성원의 불만이 상당히 누적된 상태인데 우리 학교 만의 문제는 아니”라며 “자유학기제의 목표가 꿈과 끼를 살린다는 건데 로봇, 도자기 만들기나 마술사 초빙해서 직업 체함하는 수업한다. 이미 다 해본 것 아닌가.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불만이 있다. 교사 입장에서는 업무가중이 크다. 시험이 사라지는 학기에 학생 수업 집중이 안 돼 힘든 데다가 수업 연구할 시간도 촉박해진다. 수업 시수도 증가한다”며 “예를 들어 토론수업을 30명이 할 수 있나. 20명까지는 줄어야 하는데 그러면 수업 시수가 더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학생은 학생대로 불안감이 커지고 선행학습을 한다고 진을 뺀다. 학부모도 자유학기제 때 책이나 좀 더 읽으라고 한단다. 자유학기제인데 전혀 자유롭지 않게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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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현 교사는 직접 아일랜드 교원노조(Teachers' Union of Ireland)에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를 문의한 결과를 발제했다. 그 결과로 김석현 교사는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는 시험 압박을 최소화하고 외부세계를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 설명하며 “하지만 자유학기제와 달리 전환학년제에는 학생에게 참가 선택권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유학기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교실수업개선인데, 전환학년제를 따라가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자유학기제는 공감대도, 교사 역량도 부족해 곤란한 상황”이라며 “자유학기제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직업 체험 등과 관련해 지역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야 하는데 부족하다. 학생들에게 선택권도 주지 못하니 학생 불만도 존재한다. 학부모 불안감도 높아져 오히려 사교육 시장에 내몰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김석현 교사는 “아일랜드에서도 전환학년제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다. 아일랜드보다 입시교육 병폐가 심한 한국이 전환학년제의 꽁무니를 쫓아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마지막 발제에 나선 진영효 전교조 참교육실 정책국장은 자유학기제가 도입된 2013년부터 2015년 현재까지 시기별 자유학기제를 평가한 후, 자유학기제 활용을 위한 의견을 밝혔다.

진영효 정책국장은 ▲위로부터 자유학기제가 강요되는 상황에서 방관하기보다 자유학기제를 학교혁신의 계기로 활용해야?하며 ▲그동안의 진로체험 중심 활동에서 벗어나 학교 교육 전반에 대한 변화를 고민해야?하고 ▲그 과정에서 평가 방식의 전환을 통해 교육과정과 수업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진영효 정책국장은 “제대로 된 자유학기제 시행을 위해서는 학교 업무 정상화가 필요하다. 교사들이 자유학기제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반대가 심한 이유는 업무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민주적 학교공동체 실현에 나서 교사가 아래로부터 주체적으로 학교 혁신에 힘쓸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교육부는 2016년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 시행을 목표로 자유학기제 도입에 박차를 가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3년 42개교이던 도입 학교는 2014년 811개교(25%), 2015년 현재 2,551교(80%)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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