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쪽방신춘문예] 해 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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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9 18:01 | 최종 업데이트 2015-12-31 13:51

[편집자 주] 대구쪽방상담소는 지난 11월부터 12월 12일까지 제1회 쪽방신춘문예를 열었습니다. 쪽방신춘문예에 당선된 글은 12월 22일 대구 2.28공원에서 열린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에서 작은 책으로 묶여 발표됐습니다. 뉴스민은 대구쪽방상담소와 글쓴이 동의를 얻어 29일부터 1월 2일까지 당선작을 싣습니다.

김희망(가명)

IMF라는 위기가 찾아왔다. 대구에서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을 경영한 나 역시도 IMF라는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부도와 파산을 맞이하며 나의 인생 굴곡이 시작됐다.

이후 거래업체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방 하나 몸 하나를 이끌고 머나먼 타국으로 출국하여 4년을 넘게 생활을 하였다. 타국생활의 어려움, 고향에 대한 향수 이런 심적인 영향으로 다시 귀국을 결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수년째 해외생활 탓에 경제적인 여건은 최악이었으며, 의식주 해결을 위해 막노동을 해야만 했다. 이러한 생활이 수년째 이어오던 중 건강상 문제가 발생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은 잘 먹고 잘 싸야 건강하다고 한다. 잘 먹고 잘 싸지 못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2013년 9월 무더위가 한창 익어갈 때 며칠 동안 대변을 보지 못했다. 내 몸에 이상이 생겼나 하는 생각에 항문외과를 찾아갔다. 대장 내시경을 하고 수면에서 깨어나자마자 직장암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진단을 받았다.

순간 무슨 말인지, “내가 암이라니 잘못 들었겠지”, “잘못 진단한 거겠지”, “변비가 심한 것을 직장암이라니 잘못 진단한 거야”라며 스스로 마인드컨트롤을 해 보았지만, 다시 한 번 두 눈을 크게 뜨고 결과를 확인해본 결과, 직장암 3기라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순간 내 인생에서 겪었던 모든 일이 생각나며, 웃으면서 잘못 진단한 거야, 내 살아생전 남에게 악한 짓을 않고, 크게 죄지은 일이 없다고 자부하며 살아왔는데 암에 걸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며 하늘을 한없이 원망했었다.

의사 선생님 말씀은 하루 한시 바쁘니 빨리 대학병원에서 정확한 진단과 수술날짜를 잡을 수 있도록 신경을 써줄 테니 이 소견서를 가지고 경북대병원으로 가라는 이야기만 하셨다.

근근이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는데, 병원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멍하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잠 한숨 못 자고 이런저런 생각으로 밤을 새우고 나서야 진짜 암인지 오진인지 검사를 받고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마음의 결정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병원에 가려니 검사비가 얼마나 들지, 주머니엔 돈은 없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쪽방에 가서 검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문의했다. 다행히도 쪽방에서 검사비를 지원해 주겠다고 하며 검사를 다시 받아 보라고 하였다.

정말 고마운 마음으로 도움을 받기로 하고 대학병원에서 검사했는데 내 기대와는 달리 직장암 3기라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여 3개월 후에 수술하자고 하였다.

검사비도 쪽방에서 지원받았는데, 가지고 있는 돈은 없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수술비 걱정에 머리는 멍해지고, 더 이상 미련을 가지지 말고 깨끗하게 포기하자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내가 말로만 듣던 병이 내가 무슨 죄가 그리 커 이런 시련을 나에게 주는지 신들을 원망하고, 세상을 원망하며, 화가 나기도 했다.

이렇게 내 인생이 끝이 나는가 하며, 서글프기도 했다.

무의식과 방황 속에 며칠이 지난 후 쪽방 진료소에서 치료비에 보태라며 얼마의 돈을 통장으로 부쳐주었다. 치료비와 수술비를 지원해 줄 곳을 최대한 알아보겠다고 하며 치료부터 받으라고 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에서 한 줄기 빛이 나에게 비추는 것 같았다. 나도 정신을 차리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를 받기로 마음먹었다. 항암치료를 하면서 겪은 일을 회상하자면 평소 예측하지도 못한 병이 찾아와서 느끼는 허망함, 꼼짝 못 하고 당할 수밖에 없는 무력감에 압도당하며, 이러다 죽겠구나 하는 공포감을 경험했다. 우울증, 불안증,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하는 편이 더 편안할 수 있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항암치료” 말이 “항암치료”지 받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모를 것이다. 온몸에 힘이 빠져 제대로 걸을 수도 없고, 체중은 자꾸 줄어드는 걸 느끼며, 방사선 치료로 항문 피부가 익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러웠다.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 포기하자는 생각이 수시로 내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내 손으로 끝내자는 생각도 수차례 들었다. 수면제, 번개탄, 고층빌딩 등 많은 생각이 교차하고 있었다. 좌절과 고통의 시간 속에서 3개월 치료가 끝나고 쪽방 사무실 직원 및 주위 도움으로 수술을 받았고, 이 시간 현재까지 살아가고 있다.

내 인생에 다시 한 번 해 뜰 날을 기다리며~~

P.S. : 쪽방사무실 소장님, 강 국장님, 진료소 간호사, 직원 모두에게 진심으로 고맙단 말을 전하여 쪽방 가족 여러분 모두에게 건강과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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