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구 보고서] (2) 우디트는 ‘성실 근로자’로 재입국할 수 있을까

코로나 경영 위기, 성서공단에서는 누구부터 잘릴까
공장 이주노동자, 일자리 없어 농촌으로···원칙적으론 위법

10:28

[편집자 주] 감염병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휘몰아치고 있다. 신종 감염병은 전 세계에 걸쳐 수많은 사상자를 냈고, 내고 있다. 동시에 우리가 애써 외면해온 사회의 아픔도 그대로 드러냈다.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1차 대유행이 할퀴고 지나간 대구는 극심한 감염병으로 직접적인 피해만큼 사회과 품은 또 다른 아픔도 명징하게 드러냈다. <뉴스민>은 ‘코로나19 대구 보고서’ 기획을 통해 이주민과 난민, 학생과 교사, 특수고용노동자들을 통해 감염병이 드러낸 우리 사회의 아픔을 짚고, 감염병에 대응하는 공공의료체계의 현실도 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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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산업단지공단은 성서공단 취직 이주노동자를 3,000여 명으로 파악하고 있고, 성서공단노조는 행정망에 파악되지 않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약 3,000명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소박한 꿈, 성실 근로자

하절기 경남 지역 농촌을 돌면서 일당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우디트 나라얀(가명, 34)은 사실 고용허가제 비전문 취업 비자(E-9)로 성서공단에 취직한 이주노동자다. 지금도 공장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공장에 일이 있을 때는 출근하지만, 공장이 쉬는 주에는 농사를 지으러 간다. 농사가 주업인 네팔 출신이라 농사가 특별히 어렵지는 않다. 다만 한국에서도 농사를 짓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다.

카트만두 인근 시골에서 8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우디트는 일가족의 기대를 짊어지고 2016년 한국에 왔다. 첫째 큰형은 아랍에미리트(UAE)로 취직했고, 둘째 누나는 집에서 옷감을 짠다. 아랍에미리트는 한국보다 가깝고 취직에도 용이하지만, 임금이 한국의 절반 수준이라 주로 한국어능력시험을 넘지 못한 이들이 차선으로 선택하는 곳이다. 이 때문에 집안에서 처음 한국 취직에 성공한 우디트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우디트는 무거운 어깨로 공장 일이 없는 날에는 농촌으로 향한다.

우디트가 일할 공장은 한국 땅에 들어오기도 전에 결정됐다. 우디트의 인적사항과 서류 몇 개가 먼저 공장에 전달됐고, 공장에서 채용을 결정하면서 우디트는 성서공단 자동차 부품공장에 취직했다. 우디트의 목표는 성실 근로자 재입국 취업 제도를 통해 한국에 다시 한번 취직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어떤 불평도 없이 열심히 일했다. 일반적 E-9 비자로는 최장 4년 10개월밖에 체류할 수 없지만, 만약 4년 10개월 동안 공장을 한 번도 옮기지 않는 등 몇 가지 조건을 갖춘다면 한국에서 추가로 4년 10개월 일을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운이 좋게도 공장 사장도 인상이 나쁘지 않았고 임금체불도 없었다.

공장에서는 자동화 설비인 CNC/MCT 운행을 맡았다. CNC/MCT는 금속을 가공하는 기계로, 정확한 수치 입력이 중요했다. 틀리면 한국인 조장에게 욕을 먹기 일쑤였다. 욕을 먹어도, 주 7일 휴일 없이 출근을 요구해도 싫은 소리를 할 수는 없다. 성실 근로자가 돼야 했기 때문이다. 성실 근로자를 위협하는 위기는 다른 곳에서 왔다. 코로나19가 유행하자 공장 가동률이 줄었다. 해고될까 겁이 났다. 공장은 다이캐스팅을 이주노동자가, CNC/MCT는 한국 사람이 주로 맡아서 했는데 다이캐스팅은 비교적 어렵고 위험한 일이다. 인원을 줄인다면 CNC/MCT에서 줄일 것이고, 한국 사람이 해고되진 않을 것 같았다.

이번에도 운이 따라줬다. 사장은 일단 해고는 하지 않았다. 대신 2주일 단위의 순환 휴직을 도입했다. 공장 칠판에 노동자 명단을 붙여 놓고, 체크 표시가 있는 노동자만 2주일 동안 출근하는 방식이다. 한 달 동안 야간, 주말 없이 만근하면 많게는 300만 원까지 벌 수 있었는데 이제 급여는 100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그래도 목이 붙어 있으니 다행으로 여겨졌다. 공포 때문에 시장에도 못 나가던 2, 3월과 달리 이제 코로나19에도 어느 정도 적응했다. 중요한 것은 잘리지 않고 성실 근로자가 되는 것이다.

공장에서 농장으로 옮긴 8월, 한적한 농장 숙소에 누워 우디트는 계획을 한번 되짚었다. 이번에 성실 근로자가 된다면 네팔에 가서 신붓감을 찾아볼 계획이다. 아직 생각해둔 사람은 없다. 일단 가서 결혼하고, 한국에 같이 올 수 있다면 더 좋다. 같이 못 오더라도 성실 근로자를 끝낸 뒤 카트만두에서 관광사업을 하면서 함께 살 계획이다. 공장에서 한국 사람에게는 주로 욕을 듣지만, 그래도 한 마디라도 더 배우면 장래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공장 칠판 근무자 명단에 자기 이름도 적히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우디트는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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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공단 내 이주노동자의 왕래가 잦은 오토바이숍 인근에는 농촌 일자리를 알선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코로나 경영 위기, 성서공단에서는 누구부터 잘릴까

공장 이주노동자들이 일자리가 없어 농촌으로 향하고 있다. 성서공단 내 이주노동자의 왕래가 잦은 오토바이숍 인근에는 농촌 일자리를 알선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인력중계업체가 코로나19 시기 이주노동자 일손 모집을 위해 걸어둔 것이다. 우디트처럼 공장에 일이 없어 농촌으로 향하는 이주노동자는 이 같은 중계업체를 통해, 혹은 교민 커뮤니티를 통해 일자리를 알아본다.

성서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2020년 1분기는 2019년 같은 기간 동안에 비해 공장 가동률, 생산액, 노동자 수 모두 줄었다. 노동자는 2,000여 명 줄었으나 감축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고용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이들은 고용 문제, 임금 등 처우를 보장받을 방법이 없다. 성서산업단지공단은 성서공단 취직 이주노동자를 3,000여 명으로 파악하고 있고, 성서공단노조는 행정망에 파악되지 않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약 3,000명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공장 사정 악화로 인원 감축이 필요한 경우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가장 먼저 해고된다. 미등록이 아니더라도 이주노동자를 대체할 인력이 있는 경우에는 우선순위 해고자가 될 수 있어, 고용불안을 느끼게 된다. 김용철 성서공단노조 상담소장은 “성서공단에서는 코로나19 위기 때문에 해고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상당히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일이 줄면 해고 1순위다. 처음에는 잔업을 조금 줄이고 특근을 조금 줄이다가 그래도 일이 없으면 근무일을 줄이고 그다음은 해고”라며 “법에는 휴업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미등록이 이를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휴·폐업 상태가 되는 경우 법에 규정된 사업장 이동 횟수에 포함되지 않는데 이주노동자는 그 사실을 잘 모른다. 임금도 못 받으며 장기휴업인 상태에서 계속 회사 적은 두고 있는 경우가 있다. 장기휴업 상태의 불이익을 울며 겨자 먹기로 감당하면서 농촌을 전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장 사정 악화로 인원 감축이 필요한 경우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가장 먼저 해고된다.

줄어든 공장 가동률을 해고가 아닌 순환휴직 방식으로 버틴다고 해도 우디트의 사례처럼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가 마음대로 농촌에서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이주노동자는 동시에 여러 사업장에서 일할 수 없으며, 체류지가 바뀌면 전입일 14일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제조업에 취직한 이주노동자는 예외적 경우에 농·축산 및 어업으로 업종 변경을 할 수 있지만, 그 반대는 불가능하다. 이주노동자가 농업 분야에 합법적으로 취직하는 방법은 비전문취업(E-9)비자 취득 당시 농축산업 분야로 지정받거나, 계절 근로(C-4, E-8) 비자를 받는 방법이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더라도 이주노동자는 마냥 쉬고만 있을 수는 없다. 출생국에서 상당한 비용을 이미 치렀고, 출생국에 남아 있는 가족에 대한 책임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가 허락하는 경계를 넘나들 수밖에 없다. 우디트는 성실 근로자가 돼 성공적으로 재입국할 수 있을까. 그것은 순전히 우디트의 운에 달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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