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이후 '노조 파괴' 사업주 첫 구속...발레오·상신브레이크는?

기업노조엔 '새차', 기존노조엔 '헌차'..."부당노동행위 수사와 처벌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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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5 10:09 | 최종 업데이트 2016-01-15 10:09

복수노조 설립을 지원하며 노조파괴에 나섰던 대구의 한 택시업체 대표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구속됐다.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된 2011년 이후, 부당노동행위로 사업주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발레오만도, 상신브레이크 등 같은 문제로 5년째 법적 다툼을 이어가고 있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13일, 대구고용노동청은 대구시 동구 한 택시업체 대표 A 씨를 신규 노조 설립을 사주해 기존 노조를 와해시킨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노동청에 따르면 A씨는?지난 2013년 한국노총 전국택시노동조합 소속 기존 노조가 '무급택시' 운영,?사납금 인상, 상급 단체 탈퇴 등에 협조적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고 친구, 고향 후배 등을 입사시켜 신규 노조 설립을 지원했다.

A씨는 기존 노조원에게 신차 배치를 안 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규 노조 가입을 회유했다. 1년이 채 안돼 직원 대부분인 60여 명이 신규 노조에 가입했고, 기존 노조는 자연스럽게 와해됐다.

없어진 노조 분회장은 12개월 동안 900여만 원 상당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 사건이 제기되자 A씨는 2개월 치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81조(부당노동행위)는 사업주가 노동조합 운영 등을 지배하고 개입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노동청은 "A씨는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며, 핵심 참고인들에게 진술 번복을 유도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며 "불구속 수사 원칙임에도 노동3권 침해라는 범죄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무급택시' 거부하자 기업노조 설립한 회사 대표

발단은 신규 노조 조합원이 A씨의 불합리한 대우 등에 대한 문제를 느껴 한국노총에 상담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A씨는 신규 노조에게 '무급택시' 운영 합의를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택시노동조합 대구본부 관계자는 "(사업주가) 근로자를 근로자로서 대우해줘야 하는데, 오로지 자기 이익만 생각하면서 무급택시 합의를 요구했다"며 "합의를 안 해주니 그때부터 노조 탄압을 시작한거다. 다른 일을 할 데가 없는 택시 기사로서는 어용노조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조건을 팔아먹는 합의를 할 수도 없지만, 대구시민의 안전을 생각해서라도 '무급택시' 운영은 위험하다"며 "무급택시는 현장에 만연한데, 관리?감독 기관인 대구시에서 이 문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급(도급)택시'란, 택시 회사에 운전기사로 등록되지 않은 이에게 택시 운행을 맡기는 것이다. 회사가 월급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기사가 일급 중 사납금을 제외한 부분을 가져간다. 때문에 무급택시는 택시운전 자격이 없는 사람이 고용되기도 하며, 사고 책임 소재 등이 불분명하다. '불법'이라는 이유로 회사는 기사에게 더 많은 사납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관리?감독 기관인 대구시는 부당노동행위나 불법행위를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류영회 대구시 택시물류과장은 "(부당노동행위는) 노동청 관련 사안이고,?행정기관으로서 불법 여부를 밝히기엔 한계가 있다"며 "업체에서 관련 자료를 주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해명했다.

복수노조 이용한 '노조파괴' 사업주 처벌 강화해야

2011년 복수노조 설립을 통해 기존 노조를 파괴해 온 사업주에 대한 처벌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경주 발레오전장시스템(옛 발레오만도)와 대구 상신브레이크 역시 회사가 기업노조를 만들어 기존 노조를 와해시킨 경우다. 특히, 창조컨설팅에 자문받은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드러나기도 했지만,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정준효 금속노조 대구지부 상신브레이크지회장은 "부당노동행위는 입증하기가 어려워 기소되는 것도 힘들다. (A 씨가) 얼마나 악질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했으면 구속이 됐을까 싶다"면서도 "상신브레이크나 발레오만도처럼 큰 제조업체에 대해서도 검찰과 노동청이 이번처럼 수사를 적극적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심에서 부당노동행위 판결이 났지만 벌금은 200만 원뿐이었다. 그 마저도 대법원에 계류 중"이라면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수사는 물론 법적 조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발레오만도지회와 상신브레이크지회는 지난 2012년 10월, 각각 사측을?부당노동행위와 복수노조 설립 지배 개입 등 노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대구지검, 대구고검이 모두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노조는?2014년 6월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다.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져 2014년 한 차례 재판이 열렸지만, 현재까지도 후속 재판이 열리지 않았다. (관련 기사 😕발레오만도, 상신브레이크 노조파괴 사건에 대답 없는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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