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대구 시민운동 (2) 활동가는 누구며, 무엇으로 사는가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한 2020 시민사회포럼

14:02

지속가능함에 대한 고민은 영역이나 집단을 가리지 않고 있을 수밖에 없다. 바꿔 말하면 ‘생존’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운동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1980년대 학생운동 연장선에서 이어진 시민운동은 우리 사회에 크고 작은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운동 1세대인 386세대는 기성세대가 되어왔고, 90년대생, 2000년대생이 몰려오는 오늘에 이르러서는 ‘시민 없는 시민운동’은 수사가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시민사회운동은 어떻게 지속가능할까? 대구시민사회운동계에서도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대구 지역 22개 단체가 모인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와 대구시 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는 11일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한 2020 시민사회포럼을 개최했다. 포럼 주제는 <활동가, ‘우리’를 말하다 : 활동가, 연대운동 그리고 변화>로 했다. 12월 9일에는 공익활동지원센터와 (사)대구시민센터가 주관·주최하는 두 번째 포럼도 준비 중이다. <변화의 시절, 시민사회는 어떻게 소통하고 활동할 것인가?>가 주제다.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열린 첫 포럼의 첫 발제 키워드는 ‘해산’이다. 올해로 16년 차를 맞는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이야기다. 조민제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이 발제를 맡았고, 김예민 대구여성회 활동가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어진 두 번째 발제 키워드는 ‘정체성’이다.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팀장이 발제를 맡고, 김은영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이 토론을 맡았다. <뉴스민>은 포럼 현장에서 확인된 대구시민사회운동계의 고민을 두 차례에 나눠 싣는다.

#활동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장지혁 정책팀장이 부분 토론을 마친 후 논의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활동가’는 무엇일까. 과거에는 주로 ‘간사’라고 불렸고, ‘사무처장’ 또는 ‘사무국장’으로 불리며, ‘팀장’도, ‘국장’으로도 불리는 존재. 이들은 무엇을 위해, 무슨 일을 하며, 무엇으로 먹고사는가. 11일 열린 포럼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발제에 나선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팀장은 활동가에 대한 뚜렷한 정의를 내리기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활동가의 정체성을 논의했다. 그는 정체성 논의에 이어 활동가의 직업윤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장지혁 팀장은 “활동가 정체성이라는 단어에 최소한의 합의나 화자의 공통적인 느낌이란 것이 없다”며 “한동안 활동가 노동자론이 시민사회와 여러 영역에서 논의됐다. 요즘 드는 생각은 그렇다면 단순한 노동자라는 것을 넘어서 이 산업에 종사하는 특성, 특질 같은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예전에는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데 활동가를 ‘적들에 대한 불타는 적개심’, ‘동지에 대한 의리’, ‘민중에 대한 의심하지 않는 사랑’ 등으로 표현했다. 참으로 낯 뜨겁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말”이라며 “오늘을 사는 활동가가 생각하는 활동가는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수행하는 직무는 이미 다른 명칭으로 불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동가라는 유령 같은 단어가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근히 생각해보면 활동가는 이쪽 영역에선 노동자의 반대어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임금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주어진 역할과 일을 수행해야 하는 일종의 자기 고용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자영업자와는 무엇이 다른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는 이익을 얻지만 활동가는 무엇을 얻나. 추정하면 세상이 더 나아지고 있다는 자기 만족적 심리 상태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자기 육체적 노동과 심리적 감정을 동원해 다시 자기 만족적 감정을 얻는 사람, 이게 활동가의 정의가 될 수 있을까? 이건 보통 덕질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심리적 구조와 다를 바 없고, 사회적 의미를 첨가해도 종교인과 비슷해 수준”이라며 “세상을 바꾼다. 운동이다. 공익적 활동이라고 다양하게 포장되지만 실제론 둥둥 떠다니는 부유하는 언어”라고 짚었다.

장 팀장은 직업윤리 측면에서도 활동가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과연 우리에게 직업윤리가 있나? 정부가 돈을 주던, 회원이 돈을 주던 어쨌든 민중의 고혈을 갖고 일을 하고 생계를 유지하는데 활동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공통된 윤리적인 기준이나 감각이 있는 걸까?”라고 자문했다.

이어 “이것은 활동가를 둘러싼 물질적 토대의 논리이며, 이에 대한 대답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의사들의 히포크라테스 선서 같은 것이 우리에게 존재하나?”며 “활동가가 어떻게 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더 많은 활동가를 모집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활동가가 무엇이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없다”고 답을 내렸다.

#활동가 무엇이냐 묻기 전에 시민단체 역할 정립해야

토론에 나선 김은영 사무국장은 활동가의 정체성, 윤리 문제 이전에 시민단체의 역할, 자격을 되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단체라는 곳이 사회 정의를 위해 맞서고 사회의 가장 낮고 힘든 곳의 목소리를 대표하고 시민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라고 한다면, 그런 일을 하기에 갖춰야 할 능력을 갖춘 사람이 일을 해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개인은 희생을 요구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 시민단체들은 시민단체 목적에 부합되는 일을 하기 위해 희생을 요구받지만 최소한의 생계 불안은 활동가에게 목적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 목적을 위한 이용으로 받아들여진다”며 “개인 스스로 자신의 활동에 회의감이 생기게 되고, 2030세대가 어쩌다 들어온다 한들 버티기는 쉽지 않게 된다”고 짚었다.

이어 “시민단체 활동가란 무엇이냐 라는 것을 정의하고 그런 자질을 단체에서 활동가에게 요구하기 전에 지역 사회 내 시민단체의 역할을 시대에 따라 다시 정립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며 “지금 시대에 맞는 활동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를 논의해야지 예전엔 그랬으니 지금도 해야 한다는 것은 어디에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모든 직업에는 그 직업이 갖는 윤리가 있다. 시민단체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후원으로 재정이 이뤄지므로 누구보다 그 돈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며 “가끔 활동가가 무슨 독립운동가라도 되는 것처럼 스스로 이 정도는 인정해야지 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는데, 그것은 활동가냐 아니냐를 따지기 이전의 사회적, 윤리적, 도덕적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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