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 스트레스”…경북대병원, 해고자에 650만원 이행강제금 물려

고용승계 요구 127일째, 병원은 여전히 "지침 위반 아니다"

19:25

127일째, 경북대병원 주차관리 해고노동자는 설 연휴를 앞두고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병원장이 출퇴근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유로 해고노동자에게 부과된 이행강제금 650만을 물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30일, 주차관리 인원을 줄여 새 용역업체와 계약한 경북대병원에 반발한 해고 노동자들은 전원 고용승계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은 기존 노동자와 신규 채용자를 뒤섞어 고용하면서 26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당시 주차업체는 노동자에게 5년간 퇴직금 약 2억4천만 원과 체불 임금 9천2백여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였다.

다행히 전부는 아니지만, 체당금 제도를 통해 최근 3년 치 퇴직금을 지난 2일 받았다. 실업급여를 받으며 생계를 유지해오다 이제야 숨통이 트이나 싶었는데, 통장에서 다시 약 100만 원이 빠져나갔다. ‘경북대학교병원 추심’이라는 항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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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행강제금이 빠져나간 장재일 사무장 통장.

장재일 경북대병원 주차관리노조(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대구지부 민들레분회 주차현장) 사무장은 “어제 돈 찾으려고 은행에 갔더니 125만 원인가가 못 빼게 묶여 있더라. 이게 뭔가 싶었더니 오늘 오전 경북대병원 이름으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대목 아래 이런 경우가 어디 있나. 127일 동안 우리 얘기는 한마디도 안 들어주고, 억울해서 못 살겠다”며 “개인 병원도 아니고 국립대병원인데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경북대병원은 지난 10월 노조의 농성 시작때부터 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대구지방법원은 결정문을 통해 △집단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구호, 노동가, 민중가요를 부르거나, 확성기, 꽹과리, 호루라기 등을 이용하여 소음 유발 △천막 설치△병원장이나 직원의 사무실 출입 또는 업무용 및 출퇴근용 차량 통행 방해△병원장이나 직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비난하거나 모욕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하거나 피켓, 현수막을 게시하는 행위 등을 금지했다.

이 결정문을 두고 노조와 병원의 해석은 달랐다. 노조는 로비 농성, 출퇴근 선전전 등에서 마스크를 끼는 등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소음을 내면 행강제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은 소리는 내지 않지만 로비 농성이나 출퇴근 선전전 등 모든 행위를 금지한다고 판단했다.

경북대병원 근로복지과 관계자는 “결정문 문구가 애매하긴 했지만, 상식적으로 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이었다”며 “좀 더 명확하게?하려고 집행문부여 신청을 했고, 법원이 집행문을 내준 것을 보면 노조의 집회도 이행강제금 대상이란 게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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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병원장 비서실 앞 게시된 이행강제금 부과 명령서.

병원은 지난 1월 19일 △가처분 결정에도 불법적으로 농성을 지속하는 점 △병원 외래 진료동 출입구 및 로비 통행 불편 초래 △병원장의 사무실 출입 또는 업무용 및 출퇴근용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이유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지역지부와 해고노동자 3명에게 650만 원의 강제이행금을 청구하는 집행문부여신청을 했다. 대구지방법원은 병원장 사무실 출입 또는 업무용 및 출퇴근용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노조는 법원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은정 의료연대 대구지부 사무국장은 “법원 판결은 엄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병원장이 출근하는데 심리적 스트레스를 준다는 등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병원이 법원에 제출한 집행문부여신청 이유는 △병원장이 거주하는 아파트 앞에서 출근하는 병원장이 볼 수 있도록 피켓 시위를 하는 것은 간접적으로 심리적 스트레스△불특정 다수 사람이 출근길에 피켓 시위로 인해 경북대병원장이라는 것만으로 심적인 고통에 따른 부담감 작용△병원장실 앞 복도에 줄지어서 출근하는 병원장에게 피켓을 들어 보이는 행위는 그 행위 자체가 평온하고 안정적인 출근을 방해하는 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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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제출한 집행문부여신청 이유 일부.

‘공공기관 용역근로자 보호 지침’이 무색하게 26명 주차 노동자들의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지 127일이 지났다.

근로복지과 관계자는 “담당 노무사와 아무리 뜯어 봐도 지침 위반은 아니다. 병원 경영 상황과 근로조건 보호를 최대한 맞추려 했다”며 “노동청에서도 위반이라고 하지 않았다. 차라리 위반이라고 결정을 해주면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텐데, 왜 사태를 이렇게까지 키웠느냐며 병원만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처분 결정이 났는데도 농성을 이어가는 것을 지켜만 보기에는 병원 입장에서 힘들다”며 “집행문부여가 되고 금융기관에서 추심금을 빼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명절을 앞두고 이렇게 된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보호 지침’은 공공기관이 용역 업체를 변경할 때 일방적인 인원 감축 없이 고용승계가 이루어지도록 관리⋅감독 해야 한다. 경북대병원은 지난 11월 26일 ‘대구⋅경북 공공기관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준수 이행 선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노조는 오는 5일 오전 10시 경북대병원 응급실 앞 인도에서 경북대병원 규탄 기자회견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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