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보다 두려움이 앞서는 특수학교 졸업식의 풍경

전공과, 주간보호시설, 취업... 돌봄 서비스 찾아 돌고 도는 쳇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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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1 22:30 | 최종 업데이트 2016-02-11 22:30

2월은 졸업의 계절이다. 졸업생들의 얼굴에는 익숙했던 사람들과 공간을 떠나는 아쉬움도 새로이 열릴 시간에 대한 설렘도 함께 일렁인다. 특히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설렘이 각별하다. 미성년자 학생 신분에 공식적으로 안녕을 고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대학에 가고, 어떤 이들은 취업을 한다.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도 있고, 일찌감치 군에 입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모습은 다르지만, 이들의 설렘에는 공통된 이유가 있다. ‘자유에 대한 기대감’.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도 운영도 온전히 자신의 손에 쥐게 되는 날의 시작이다.

하지만 여기, 조금 다른 ‘새내기 성인’들이 있다. 지난 5일, 서울의 한 특수학교에서 졸업식에서 만난 이들은 대부분 발달장애인이다. 이날 졸업하는 학생들 역시 성인이 된다. 하지만 특수학교의 졸업식은 여느 고등학교 졸업식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의 고등학교 과정 이후 진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취업을 하거나, 전공과로 진학하거나, 주간보호센터 또는 복지관 등에 등록하는 것. 대부분 비장애 청소년들이 선택하는 대학 진학은 극소수에게만 해당된다. 이런 각각의 선택지들은 언뜻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별반 다르지 않다. 가족들이 생활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한 발달장애인 ‘돌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영위할 권리가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의 역량 발달과 이에 기반을 둔 삶의 질 향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성인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는 이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왜일까. 졸업식에서 만난 당사자 부모들에게서 그 이유를 들어보았다.

▲지난 5일 진행된 서울의 한 특수학교 졸업식 모습
▲지난 5일 진행된 서울의 한 특수학교 졸업식 모습

전공과 : ‘직업교육’ 본질은 없고 주간 보호 성격만 남아

A양은 전공과에 진학한다. 전공과는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한 특수교육대상자에게 진로 및 직업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설치되며(초·중등교육법 제57조,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4조) 보통 1년 동안 진행된다. 세탁, 바리스타, 제과, 포장 등의 직업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A양의 부모는 딸의 전공과 진학이 취업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A양의 부모는 맞벌이 부부다. 그동안에는 낮에 A양이 학교에 있었기 때문에 마음 놓고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졸업 후에는 그렇지 않다. A양이 혼자 집에 있지 않게 하려고 전공과를 선택한 것이다. 지금 대기 등록해 놓은 주간보호시설이나 복지관 등 6개 기관 중 한 곳이라도 자리가 나면 전공과는 중간에 그만둘 것이다. 전공과에는 방학이 있지만, 주간보호시설이나 복지관 등은 방학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전공과를 수료하면 직무 능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자의 질문에 올해 전공과를 졸업한다는 B군의 어머니는 허탈한 웃음으로 답했다. “고작 1년 배워서는 어림도 없어요. 특수학교에 오는 발달장애학생의 경우 중증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1년 직업 교육을 받는다고 능숙해지지 않습니다. 전 이런 걸 알면서도 아들을 전공과에 보냈어요. 1년이라도 더 시간을 벌려고요.” B군의 어머니가 아들을 전공과에 진학시킨 이유도 A양의 부모와 같았다. “전공과에 보내면서 아이가 정말 1년 후에 취직할 거라는 기대를 하는 부모는 거의 없어요. 주간보호센터나 복지관 등록이 어려우니 임시방편으로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주간보호센터 : 5년마다 새로운 곳 찾아 전전... 프로그램 연결성 기대 어려워

A양과 B군 부모가 전공과보다 더 나은 선택지라고 생각하는 주간보호센터나 복지관은 어떨까. 부모들은 하나같이 “수가 터무니없이 적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다 보니 기관에 등록 대기를 걸어둔 당사자가 대다수다. “기관에 등록하는 게 짧으면 몇 개월이지만, 길면 2년에서 3년까지 걸려요. 그러다 보니 부모들은 자리만 있다면 사는 곳에서 차로 1시간씩 걸리는 곳이라도 마다치 않고 등록하고 있습니다.” 이 학교의 또 다른 졸업생인 박소민 양의 어머니 이찬미 씨는 기관 부족 현상을 설명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 씨는 기관에 등록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발달장애인 수는 많은데, 이들을 수용한 주간보호센터나 복지관은 적다 보니, 한 명당 ‘5년’이라는 기간 제한이 있습니다. 제 딸은 마흔 살은 되어야 한글을 깨칠 것 같아요. 발달장애 특성상 단순한 작업이라도 반복과 지속이 중요한데, 5년은 너무 짧아요.”

그래서 이 씨는 기간 제한이 없는 ‘공동체’를 알아보고 있다.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공동체형 모델인데, 아직 시작 단계라 프로그램부터 운영까지 부모들까지 합세해 하나하나 만들어가야 해요.” 이 씨는 기간 제한이 없는 이런 모델은 부모의 관심과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신처럼 자녀가 발달장애인 당사자 한 명인 경우, 혹은 부모가 일을 하지 않는 경우에나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취업 : 최저임금의 절반도 안 되는 직업재활시설 임금에 ‘절망’

졸업식에서 취업할 예정이라는 학생은 만나지 못했다. 전공과를 졸업한다는 B군도 마찬가지이다. 그의 어머니는 “발달장애인이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업체 자체가 없어요. 해봐야 직업재활시설일 텐데, 최저임금도 제대로 못 받는 일터에서 일하는 것을 제대로 된 ‘취직’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직업재활시설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노동자 평균 임금은 월 49만 5220원으로, 2015년 당시 최저임금인 116만 6220원의 42.4%에 불과했다. 임금이 10~30만 원인 노동자가 35.8%로 가장 많았다. 이는 현재 최저임금법 제7조에 따라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를 고용하고 있는 직업재활시설이 최저임금 지급 의무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보장은 국내 장애계 뿐 아니라 지난 2014년에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도 권고한 것이지만, 한국 정부와 사업체들은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한다. 직업재활시설 최저임금 보장은 비현실적”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는 직업재활시설도 대부분의 발달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장애 정도가 심한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는 학습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직업재활시설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는 발달장애인들은 결국 가족에게 의존해야 한다. 발달장애인이 성인이 되어서도 가족의 지속적 돌봄이 필요한 존재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졸업식에 참석한 박소민 양(가운데)과 부모님
▲졸업식에 참석한 박소민 양(가운데)과 부모님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다”는 소망을 넘어서려면

성인발달장애인의 진로에 얽힌 단면들을 들여다보면, 이 문제가 당사자의 가족, 특히 부모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임이 명확해진다. 그리고 언뜻 발달장애인 자녀를 귀찮아하는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의 진로 선택에 대한 고민이 대부분 가족들의 생활시간을 확보하는 것에 초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사자의 사회성과 역량 강화, 그리고 자립이라는 키워드는 빠져있다.

그러나 어느 부모도 자기 자녀의 가능성을 처음부터 부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발달장애인의 건강부터 양육, 경제적 지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이 부모 개인에게 맡겨져 있는 시스템으로 인해 부모들은 굉장히 지쳐 있을 따름이다. 그동안은 학교에서 담당해주던 영역을 자녀가 성인이 됨과 동시에 부모가 알아서 책임져야 한다. 급작스러운 생활의 변화는 분명 큰 부담이지만, 가족들은 자신들이 발달장애인 가족구성원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한다. 가족이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서로 사랑해야 하고 ‘짐’을 함께 져야 한다는,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사회의 환상이 그들에게 압박을 더하고 있다.

자녀들이 건장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속도에 비례해 쇠약해지는 부모들은 결국 시설이라는 선택지 앞으로 내몰리게 된다. 그래서 부모들은 내 아이가 시설로 밀려나지 않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달라며 오랜 시간 투쟁을 했다. 그리고 그 결과,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발달장애인법)’이 2014년 제정되었다.

‘발달장애인법’은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지원체계의 서비스 양은 발달장애인의 생활을 만족스럽게 지원할 만큼 충분치 않다. 발달장애인지원 정책은 예산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예산을 ‘쪼개는’ 방식으로 개편되어갈 따름이다. (관련기사: 첫 발 내딛는 발달장애인법, 개인별지원계획은 어떤 모습일까?)

시각장애인에게는 시각장애 특성에 맞는 지원이, 청각장애인에게는 청각장애 특성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는 발달장애 특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채 선진국에서 외양만 빌려온 지원체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발달장애인은 학습이 더디다. 하지만 그것이 곧 불가능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약간의 도움과 지속적인 지원이 담보된다면, 부모들이 발달장애인 자녀를 여기저기 돌봄에 ‘위탁’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 누구보다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꿈꾸는 사람들이 바로 부모들이다. 사회적 시스템의 어떤 부분이 미흡하여 부모들이 지레 발달장애인 자녀의 자립을 포기한 채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다’는 소망에만 의존하고 있는지, 제대로 살펴볼 때가 되었다. (기사제휴=비마이너/최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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