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살인 저지른 박정희 동상 세운다는 놈은 어떤 인간인가”

4.9인혁당재건위사건 49주기···유족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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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이 나라, 대한민국은 민주국가가 맞긴 맞나, 일제의 앞잡이로도 모자라 쿠데타로 세운 정권이 천년만년 해처먹기 위해 헌법을 유린하면서 까지 온갖 만행을 서슴치 않고 수없이 많은 민주인사를 투옥하고 마침내는 잔악한 조작으로 살인까지 저지른 그 자의 동상을 세우겠다는 놈들은 도대체 어떤 인간들이란 말인가”

▲9일.,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 49주기를 맞아 현대공원에서 추모제가 열렸다. (사진=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9일 오전, 경북 칠곡군 현대공원 묘역들 사이에서 라문석(67) 씨가 절규하듯 소리쳤다. 49년 전 4월 8일 그의 아버지 라경일 열사는 동지들과 함께 대법원에서 무거운 판결을 받았다. 세계 사법 역사상 치욕적인 날로 기록된 이날 우리 대법원은 독재정권에 부역하는 판결을 내렸다. 훗날 ‘사법 살인’으로 명명된 이른바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에 대한 판결이다.

라경일 열사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7년 간 복역하다 1982년 형집행정지로 석방됐지만, 이미 김용원, 도예종, 서도원, 송상진, 여정남, 우홍선, 하재완 8명의 동지는 형장의 이슬로 떠난 후였다. 박정희 유신정권은 대법원이 이들에 대한 사형을 확정하자마자 다음날 새벽, 전격적으로 이들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2007년 재심을 통해 이들에게 씌워진 죄목이 무죄로 결론 나면서 라 열사를 포함한 모두에게 쓰인 간첩이란 멍에는 거짓으로 판명 났다. 그로부터 3년 뒤 라 열사도 긴 복역 생활의 후유증으로 생을 달리했고, 동지들이 묻힌 현대공원에 자리했다.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는 추모제에 앞서 성명을 발표하고 박정희 동상 건립 반대를 천명했다. (사진=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 곧 반백 년을 맞이하게 됐지만, 박정희 유신정권이 저지른 대표적 악행의 피해자들이 다시 길 위에 설 처지가 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박정희 동상을 동대구역 광장에 세우고, 이곳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대구·경북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의 중심에는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가 섰다.

사업회는 현대공원에서 열린 49주기 추모제에서도 박정희 동상 건립 저지를 천명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찬수 사업회 이사장은 “성명서는 사업회 명의로 발표되지만 1960년 2.28운동과 4월 혁명 이후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던, 대구경북 지역 모든 양심 세력의 목소리이며, 군부독재 사슬을 끊기 위해 헌신하다 산화한 열사들의 준엄한 외침”이라며 성명의 의미를 되새겼다.

사업회는 성명을 통해 “군사독재자 박정희를 찬양하고 우상화 사업을 서두르는 홍준표 시장의 검은 속내야 짐작이 되고도 남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 일”이라며 “박정희 향수에 기대 정치적 이득을 얻어보고자 하는 홍 시장의 철없는 대권 놀음에 정신이 아찔하다. 홍 시장이 대구 시정은 건성건성 하면서도 전국 정치판 훈수질에 빠짐이 없는 관종 정치인인 줄은 이미 알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인식조차 없는 인물인 줄은 몰랐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 시장은 역사관뿐만 아니라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감수성도 없는 막돼먹은 시장”이라며 “홍 시장은 인혁당 사건과 같은 박정희 정권의 극악무도한 반인권적 독재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그의 산업화에 대한 업적만을 찬양하고 동상을 세우겠다고 한다. 이것이 시대착오적이고 시민에 대한 무시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홍준표 시장은 4.9인혁열사들을 두 번 죽이지 말라”고 촉구했다.

성명서 낭독 이후 이어진 추모제는 추모공연과 분향, 추모사, 추모시 낭송,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추모제에는 라문석 씨 뿐 아니라 도예종 열사의 아들 도한수 씨, 이재형 열사의 부인 김광자 씨, 도혁택 열사의 아들 도영주 씨 등이 함께 했고,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자리를 지켰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