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8곳 ‘전직 대통령 기념 조례’ 비교···대구 박정희 기념은 예외적

8곳 중 7곳은 지역 출생(신) 전직 대통령 기려
박정희는 대구 출생(신)도 아니고,
상위법 근거도 없어···강원·경남은 제외 조건도 담아

14:13
Voiced by Amazon Polly

대구시가 추진 중인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안 의회 심사를 앞두고 시민사회단체가 본격적인 반대 움직임을 시작했다.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준)는 22일부터로 예정된 대구시의회 임시회를 앞두고 의회 앞 1인 시위에 돌입했다. 대구시는 전체 3개 조항으로 된 조례안을 의회에 접수한 상태인데, 전국에 비슷한 취지로 운영되는 조례와 비교해보면 예외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대구시는 홍준표 시장 결정으로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대구도서관 공원을 박정희 공원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각각 동상까지 세울 계획을 추진 중이다.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만 약 10억 원으로 추정된다.

대구시는 지난달 11일 조례안도 입법예고했다. 전체 3개 조항을 통해 조례의 목적을 “박정희 대통령의 기념사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로 정하고, 지원·추진할 수 있는 기념사업의 종류를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기념사업 ▲박정희 대통령 관련 행사 ▲그 밖에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 등 3가지로 범주화했다. 필요에 따라 사업 관리 등을 별도 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조항이 마지막으로 덧붙었다.

전국 8곳에서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 운영
8곳 중 7곳은 지역 출생(신) 전직 대통령 기려
대구시, 지역 출생(신) 아닌 대통령 예외적으로 기리려

법제처를 통해 확인되는 조례 중 명칭에 ‘대통령’이 포함되거나, 개별 대통령의 이름이 포함된 조례는 17건이다. 이중 8건이 기념사업 조례고, 9건은 전직 대통령 관련 시설 및 특정 행사(김대중 평화회의)를 지원·관리하는 조례다.

대구시와 같은 기념사업 조례는 ‘강원특별자치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 ‘경상남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 ‘경상북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 ‘전라남도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 등 4건을 (특)광역시·도가 운영하고 있다.

기초지자체 중에서도 경북 구미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 및 육성에 관한 조례’, 경남 김해시 ‘전직 대통령 노무현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 서울 마포구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 강원 원주시 ‘전직 대통령 최규하 기념사업 지원 조례’ 등 4곳에서 운영 중이다.

기념사업 지원을 담은 8건과 비교해 보면 대구시의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내용적으로도 예외적이고 부실하다는 평이 가능하다. 우선 8건 중 5건은 지역에서 출생(신)한 전직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원주시와 김해시 조례는 목적에 명시적으로 해당 지역에서 ‘출생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념사업이라고 밝히고 있다. 경북, 경남, 강원의 조례도 해당 지역 ‘출신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념사업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전남과 구미의 경우엔 조례 목적에 출생(신)을 담진 않았지만, 각각 해당 지역 출생인 김대중,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 이름을 명칭에 담아, 기념 대상을 지역 출생 대통령으로 특정했고, ‘한국인 최초 노벨평화상 수상한 대통령의 업적’이라거나 ‘한국근대화를 이끈 박정희 대통령의 위업’ 등 기념해야 할 근거도 명시했다.

대구는 지역주의가 조장되면서 정치적으론 박 전 대통령과 긴밀하게 이어졌지만, 개인적 인연이 깊진 않다. 박 전 대통령이 대구 출생도 아니고, 대구에 오래 거주하지도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경북 구미에서 태어나 구미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대구사범학교로 진학하면서 대구와 인연을 맺었지만, 졸업 후 문경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가 곧장 만주군관학교로 입학해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대구와 인연은 전쟁통에 잠시 이어지는데, 1950년 육영수 여사와 결혼을 대구의 한 성당에서 하고, 195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낳은 정도다. 군인의 숙명처럼 여러 지역을 옮겨다니다 쿠데타 이후 서울에서 생활했다.

앞선 조례 8건 중 5건이 직접적으로 출생(신)을 근거하고, 2건이 해당 지역 출생 전직 대통령을 특정한 것과 비교해보면, 대구시가 박정희 대통령을 기념한다고 나서는 건 예외적인 사례인 건 사실이다. 대구시는 박정희 기념사업을 하는 어떠한 이유도 조례에 담지 않은 채 예산 10억 원을 들여 동상 등을 건설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조례안 목적은 “박정희 대통령의 기념사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이라고만 했다.

서울 마포구는 지역 출생과 관련이 없지만, 마포구에 여럿 산재한 전직 대통령 시설에 집중한 특징이 있다. 마포구에는 박정희 기념관, 김대중 도서관, 최규하 가옥 등 전직 대통령 관련 시설물이 있다. 각 시설물은 국민 성금과 국가보조금(박정희 기념관), 노벨평화상 상금(김대중 도서관), 본인 직접 건축(최규하 가옥)으로 마련되어서 마포구 의지와 상관없이 조성됐다. 직접 예산을 들여 동상까지 만들겠다는 대구와 성격이 다르다.

▲구미시 상모동에 조성된 박정희 기념 동상.

8곳 중 4곳은 상위법 근거도 있는데, 그것도 없어
박정희 우상화 반대 운동본부, 1인 시위 나서

통상 상위법에 근거해 조례가 만들어지는 걸 고려하면, 이 부분에서도 취약한 점이 확인된다. 앞서 8건 중 경북, 강원, 전남, 경북 구미 등 4곳의 조례는 상위법에 근거해 전직 대통령을 정의하거나 사업 목적을 정하고 있다. 구미는 ‘문화예술진흥법’에 근거하고 다른 3곳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다는 게 차이다.

특히, 강원도 조례에는 전직대통령법 7조의 2항에 따라 ▲재직 중 탄핵으로 퇴임 ▲금고 이상의 형 확정 ▲형사처분 회피 목적으로 외국정부에 도피처 또는 보호 요청 ▲대한민국 국적 상실 등 전직 대통령 예우 자격을 상실한 이에 대해선 기념사업도 하지 않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경남의 경우엔 위 4개 조례처럼 상위법에 근거해 전직 대통령을 정의하거나 사업의 목적을 정하진 않았지만, 강원과 마찬가지로 전직대통령법 7조의 2항에 따라 전직 대통령 예우 자격을 상실한 이에 대해선 기념사업을 하지 않도록 정해뒀다.

상위법 근거를 명시하지 않은 건 경남 김해시, 서울 마포구, 강원 원주시 등 3건에 그친다. 대구는 다른 지자체 조례처럼 출생(신)에 근거하지 않아 예외적이면서도 상위법 근거도 명시하지 않은 셈이다. 대구시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시민 의견도 받았는데, 찬성 의견은 전무했다.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준)를 중심으로 약 900건의 반대 의견만 제출됐다.

조례안은 오는 22일부터 열리는 대구시의회 308회 임시회에서 다뤄질 예정이고, 박정희 우상화 반대 운동본부는 임시회 일정을 앞두고 1인 시위에 나섰다. 운동본부는 의장 및 상임위원장 면담을 요청했고, 시의원과 각 구·군의원들에게도 박정희 동상 건립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