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부교육청 교육장, 학교통폐합 반대 학부모에게 “국가정책 반대는 반란”

대동초 통폐합 갈등⋯비대위-교육장 간담회 중 발언
비대위, “시대정신에 맞지 않은 분, 퇴진해야”

05:29

대구교육청이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서부교육지청 교육장은 통폐합을 반대하는 학부모와 주민을 상대로 국가 정책 반대는 “반란”이라고 말해 파문이 예상된다.

대구교육청은 올해 초부터 대동초, 유가초, 복현중, 경진중 등 소규모 학교를 인근 학교에 흡수 통합시키거나, 새로 개교하는 학교에 이전 통합(유가초)하는 방법으로 폐교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교육청은 이중 전교생 149명의 북구 대동초를 인근 산격초로 흡수 통합시킬 계획이다. 교육청은 지난달 9일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육력 제고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하지만 폐교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학부모와 동문 등으로 구성된 ‘대동초등 폐교저지 비상대책위원회’는 교육청 항의 방문 등 적극적으로 폐교 저지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30일, 대구서부교육지원청서 간담회 자리
“국가 방향이 그런데 국민이 따라가야지. 반란이잖아, 이건 반란”

▲이용도 대구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
▲이용도 대구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

이주호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 대표 3인은 지난달 30일 이용도 대구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오후 3시부터 교육장 집무실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비대위와 교육청은 격한 논쟁을 주고받았다.

문제의 발언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용도 교육장은 간담회를 정리하면서 “분명히 약속드릴 것은 통폐합합니다. 어쨌든 여기에 대해서 우리가 좀 더 지혜롭게 대처해야지, 이런 식으로 억지를 부린다고 되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용도 교육장은 이어서 “제발 합리적으로 좀 더 나은 방향이 뭔지⋯”라고 말을 이었지만, 중간에 비대위 관계자가 “좀 더 나은 방향이 뭔지 말씀드렸잖아요. 좀 전에”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녹취록을 보면, 앞서 비대위 측은 대동초 인근 주거지역을 자율학군으로 지정하고, 학생수 감소를 막아보자는 취지의 대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용도 교육장은 “일개 교육장에서 되는 것도 아니고, 교육감이 되는 것도 아니”라며 “국가사업 아닙니까? 국가에서 하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국가 차원의 정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에 한 비대위 관계자가 “결론은 학부모들은 을이니까, 시키면 시키는 대로 따라 오라는 결론으로 가면 되겠네요”라고 말했다. 이 교육장은 “국가 정책이, 국가의 정책 방향이 이건데, 공무원이 국가 정책을 반대해서 하지 말자고 할까요? 말이 안 되잖아요”라고 다시 항변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학교의 주인이 누굽니까?”라고 되물었고, 이용도 교육장은 “그런 쓸데없는 이야길 할 거 없다”고 말을 받았다. 끝으로 비대위 관계자는 “환경검토(교육청이 제시한 통폐합 근거) 이 부분에 대해서 문제 해결을 해볼게요”라고 통폐합을 막을 방법을 찾아보려 했지만, 이 교육장은 다시 “쓸데없는 소리 말고”라고 말을 받았다.

이 대목에서 비대위 관계자는 화를 내며 “쓸데없는 자료를 왜 주는데요!”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이어진 대목에서 이용도 교육장은 문제의 발언을 했다. 이 교육장은 “국가 방향이 그런데 어쩌자는 말이고, 국민이 따라가야지”라고 말하고 잠시 뒤, “반란이잖아, 이건 반란”이라고 덧붙인다.

교육장의 발언에 허탈하게 웃은 비대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인데, 국민이 주인인데, 반란이라뇨. 반란이라고 하셨죠. 금방”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이 교육장은 “반란이지, 그래”라고 확인했다.

이용도 교육장, “분란이라고 말하는 게 잘못 나온 것⋯사과”
비대위, “시대정신에 맞지 않은 분, 퇴진해야”

5일 이 교육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해당 발언을 실제로 한 것이 맞냐는 질문에 “큰소리치기에,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고 했다”며 “제가 말을 할 때 워낙 화가 나서, 분란 일으키지 말라고 하는게, 말이 반란으로 잘못 나왔을 수도 있다. 그 점은 제가 사과드리죠”라고 해명했다.

이 교육장은 “그 사람들이 계속 말꼬리를 잡고 물고 늘어지더라구요. 그래서 그런 분란 일으키지 마라고 했는데, 아마 그게 제 입에서 반란이란 소리가 나올 수도 있는데, 뜻은 분란이에요”라고 덧붙였다.

이주호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는데, 공직에 계신 분이라면 시대 정신에 맞지 않은 분이잖아요. 퇴진을 요구해야죠”라고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