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학교급식 노동자 20%는 1년 이내 퇴사···“살인적인 노동강도가 원인”

12:00
Voiced by Amazon Polly

대구 학교급식실에 신규 채용되는 조리실무원의 20%가 근무 1년 이내에 퇴사하는 걸로 확인됐다. 노동조합은 “살인적인 노동강도가 원인”이라며 대구교육청에 인력 충원 및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 대구지부에 따르면 올해 3월 1일 신규채용된 조리실무원 133명 중 11명(8%)이 퇴사했다.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신규채용된 조리실무원 396명 중 54(14%)명은 6개월 이내 퇴사했다. 이를 포함한 79명(20%)은 1년 이내 퇴사했다.

노조가 지적하는 건 만성적인 인력 부족이다. 매년 신규채용을 해도 신규를 포함한 자진퇴사자가 40% 이상이다. 대체인력을 구하거나, 그마저도 안 되면 인력이 모자란 채로 급식시간을 맞추면서 노동강도가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은 근무시간 외 ‘공짜노동’으로도 이어진다.

지난해 9월 대구교육청 교육복지과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 446개교 중 332개교가 출근 후 20분 이내에 식재료 검수를 시작하고 있다. 식재료 검수는 급식실의 첫 업무로, 검수를 하기 위해선 소독액 만들기, 세척 물 받기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 이같은 준비 시간에 20~30분이 소요되기 때문에 74%가량의 학교에서 근무시간 외 노동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같은 조사에서 급식실 노동강도에 영향을 주는 교직원 배식대와 식당 좌석 칸막이 여부, 김치 완제품 사용 여부 등도 확인됐다. 교육청에서 2022년 3월 교직원 전용 배식대 설치 및 별도 식기 사용을 금지하도록 공문을 내렸지만 여전히 53% 가량의 학교가 지키지 않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교육청이 김치 완제품 사용을 권고하는 공문을 내렸지만 여전히 김치를 직접 담는 학교가 배추김치 39%, 깍두기·총각김치 42%, 깻잎김치 32% 수준이었다.

▲24일 오전 대구교육청 앞에서 학비노조 대구지부는 ‘사표 던지게 만드는 살인적 노동강도 대구 학교급식실 인력충원 및 노동환경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비노조 대구지부는 2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교육청에 ‘인력 충원’과 함께 “공문으로 시행한 지침과 권고가 현장에서 지켜지도록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경희 학비노조 대구지부장은 “퇴사자 비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현장의 업무강도가 높다는 뜻이다. 정년퇴직자도 매년 생기기 때문에 인력 충원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 대구교육청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며 노동조합과 대화를 요구했다.

현장 조합원들의 산재 문제도 함께 지적됐다. 산재피해 당사자인 강선미 조리원은 “급식노동자들은 항상 산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한 달 월급을 정형외과나 한의원 치료비로 쓰는 일도 다반사”라며 “매일 중노동이 반복되니 치료를 받아도 잘 낫지 않고 내가 빠지면 동료가 힘들 걸 뻔히 알기 때문에 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통계자료는 노조에서 요청해서 (교육청이) 제공한 것이며, 퇴사 이유에 대해선 명확하게 전달된 건 없다. 인력 채용은 배치 기준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다”며 “학교 운영 상황에 따라 학교장 내부 결제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검수에 참여하는 인원도 조를 짜서 하는 학교가 있는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